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배란이 정확히 언제 일어났는가’를 판단해 배아를 언제 이식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혈중 황체형성호르몬(LH)이 급격히 상승하는 시점을 포착해 배란일을 추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이식 날짜를 정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돼 왔다.

그런데 LH 상승 대신 혈중 프로게스테론의 변화를 기준으로 배란 시점을 판단해 이식 날짜를 결정해도 생아출산율에는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을 준비하면서 LH 상승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어렵거나 배란 시점이 애매한 경우 프로게스테론이 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2026년 9월 국제학술지 ‘인간생식(Human Reproduction)’에 게재된 연구에서 튀르키예 아즈바뎀 메흐메트 알리 아이드나르대학교 연구진은 진정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 490주기를 대상으로 프로게스테론을 기준으로 이식 시점을 결정한 경우와 LH 상승을 기준으로 결정한 경우의 임신 결과를 비교했다. 연구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한 난임센터에서 환자들을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왜 자연주기에서는 ‘배란 날짜’가 중요할까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은 외부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해 자궁내막을 준비하는 호르몬 대체주기와 달리 여성 자신의 난포 성장과 자연 배란을 이용한다.

따라서 배란 시점을 얼마나 정확하게 알아내느냐가 이식 날짜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배란이 일어난 뒤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면서 자궁내막은 배아가 착상할 수 있는 상태로 변화한다. 특히 배반포를 이식할 때는 배아의 발달 단계와 자궁내막의 변화가 서로 맞아야 한다.

문제는 배란이 임박해서 LH(황체형성호르몬) 상승이 모든 여성에게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혈액검사를 하는 사이 LH가 빠르게 상승했다가 떨어질 수도 있고 상승 양상도 개인마다 다르다.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에서 의료진이 여러 차례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연구진은 여기서 프로게스테론에 주목했다. 배란을 전후해 프로게스테론이 상승하기 시작한다는 점을 이용하면 LH 상승을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하더라도 배란 시점을 판단해 이식 날짜를 정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프로게스테론 기준 286주기 vs LH 기준 204주기

 

연구진은 총 490주기를 이식 시점을 결정한 방법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눴다. 혈중 프로게스테론 변화를 이용한 그룹은 286주기, LH 상승을 이용한 그룹은 204주기였다.

두 그룹 모두 연속적인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난포 성장과 배란 과정을 추적했다. 차이는 이식 날짜를 결정할 때 어떤 호르몬 변화를 주요 기준으로 삼았느냐였다.

연구진이 가장 중요하게 비교한 결과는 단순한 임신반응이나 임상적 임신이 아니라 실제로 아이를 출산한 생아출산율이었다.

 

생아출산율 56.6% vs 52.0%…통계적 차이는 없었다

 

결과를 보면 프로게스테론을 기준으로 이식 날짜를 결정한 286주기 가운데 162건이 생아출산으로 이어져 생아출산율은 56.6%였다. LH 상승을 기준으로 한 204주기에서는 106건이 생아출산으로 이어져 52.0%였다.

수치상으로는 프로게스테론 그룹이 4.6%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난임 기간과 난임 원인, 이식 당시 자궁내막 두께, 배아의 질, 이식한 배아 수 등 임신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보정 상대위험도는 1.09, 95% 신뢰구간은 0.93~1.30으로 나타났다.

임상적 임신율과 임신반응 양성률, 유산율에서도 두 방법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프로게스테론이 더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프로게스테론 그룹의 생아출산율이 56.6%로 LH 그룹의 52.0%보다 높았다고 해서 프로게스테론을 이용하는 방법이 더 우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두 그룹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번 연구는 환자를 두 방법에 무작위로 배정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전향적 관찰연구다. 여러 변수를 통계적으로 보정했지만 두 그룹 사이에 확인되지 않은 차이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에서 LH만이 배란 시점을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닐 수 있다’는 데 있다.

LH 상승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프로게스테론 변화를 함께 살펴 배란 시점을 판단하고 이식 날짜를 결정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주기 동결이식의 핵심은 결국 ‘배아와 내막의 시간 맞추기’

 

이번 연구는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에서 LH와 프로게스테론 가운데 어느 호르몬이 더 우수한지를 가리는 연구라기보다 배란과 자궁내막의 시간을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낼 것인가에 관한 연구에 가깝다.

자연주기에서는 난포가 성장하고 배란이 일어나면서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자궁내막도 착상을 준비한다. 따라서 의료진은 초음파로 확인한 난포의 크기와 LH, 프로게스테론 등의 변화를 종합해 배란 시점을 판단하고 배아의 발달 단계에 맞춰 이식 날짜를 결정한다.

이번 연구는 그 과정에서 프로게스테론 변화만으로도 기존의 LH 상승을 이용한 방법과 비슷한 생아출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당장 모든 난임병원이 LH 대신 프로게스테론만 측정해 이식 날짜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한 개 난임센터에서 진행됐고, 호르몬 검사 방법과 기준값은 병원과 검사 장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구진 역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을 준비하는 환자와 의료진에게는 실용적인 의미가 있다. LH 상승을 정확하게 잡지 못했다고 해서 이식 시점을 판단할 방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프로게스테론의 변화를 이용해 배란과 자궁내막의 시간을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 2026년 9월 국제학술지 ‘인간생식(Human Reproduction)’ 제41권 9호에 게재된 튀르키예 아즈바뎀 메흐메트 알리 아이드나르대학교 의과대학(Acibadem Mehmet Ali Aydinlar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연구진의 논문 ‘진정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에서 프로게스테론 기반 배란 시점 결정과 LH 상승 모니터링 비교: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 생아출산율에 미치는 영향(Progesterone-based ovulation timing versus LH surge monitoring in true natural cycle frozen embryo transfer: impact on live birth rates in a prospective cohort study)’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논문은 2026년 7월 15일 온라인 공개됐으며 ‘인간생식’ 제41권 9호 1581~1590쪽에 수록됐습니다. PMID 42449543, DOI 10.1093/humrep/deag109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