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부부들이 임신을 위해 난임 전문의료기관에 가면 자연스레 받게 되는 시술이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 시술(IVF)이다. 인공수정은 난자가 배란되는 적절한 시점에 정자를 자궁 속으로 주입하는 시술이고, IVF는 정자와 난자를 몸 밖으로 빼내 체외에서 수정을 시킨 후, 그 수정란(배아)을 자궁 속에 이식하는 시술이다.
20년 넘게 난임 부부들과 함께 임신이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해온 마리아에스(상봉) 허창영(55) 원장에게 IVF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허 원장은 IVF를 1만5천 사례 이상 해온 이 분야 베테랑 난임전문의다.
-난임 시술이 위험하지는 않나요.
다른 과에서 행하는 의료 시술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 위험한 시술은 없어요.
-IVF는 반드시 난자를 채취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건가요.
바늘로 난소를 찔러서 난자를 채취합니다. 난자를 채취하는 바늘은 굵기가 볼펜 심보다도 더 얇아요. 이 주사기로 난자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채취하는데, 난자가 액체(난포액)로 둘러싸여 있어서 가능하죠.
-난자를 채취하다 자칫 출혈이 생길 수 있지 않나요.
자연적으로 지혈이 된다는 전제 아래 하는 거죠. 코피가 났을 때 금방 멎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시간이 지나도록 안 멎는 사람도 있잖아요. 주사기로 난소에 찔렀다 뺀 자리에서 자연 지혈이 빨리 안 되면 피가 흐를 수 있어요. 하지만 제 시술 경험상 시간 지나면 다 흡수되고, 대부분 별다른 문제 없이 회복돼요.
-난자 채취를 할 때 통증이 심하다던데, 마취를 하나요.
국소 마취를 할 수도 있고 수면 마취를 할 수도 있어요. 국소 마취는 난소 위치가 바늘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있고 난포 수가 많지 않을 때 권합니다. 최근에는 국소 마취를 원하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면 마취를 합니다. 다만, 수면 마취를 하면 환자가 무의식 상태가 되어 갑자기 움직일 수가 있어요. 미세한 바늘로 찌르는 중에 갑자기 움직이면 채취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면 마취에 쓰는 주사제가 프로포폴인데, 부작용 이야기가 많잖아요. 이러한 부작용과 사고들은 모니터링을 잘 안 해서 생길 수 있어요. 병원 측은 반드시 환자가 숨 쉬는 걸 확인하고 심장 박동수도 체크해야 합니다.
-난자 채취를 개복수술처럼 난소 안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설령 속을 볼 수 있다 해도 난자처럼 작은 게 보일 리가 없잖아요. 또 생식기 위치가 교과서와 달라서 바늘로 채취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던데요.
그럼요. 어떤 분은 난소가 다른 장기와 유착이 되어서 배꼽 근처까지 올라가 있기도 해요. 그런 분은 평상시 질식초음파로도 난소가 잘 안 보여요. 또 난소 옆으로 혈관이 바로 지나가기도 하고, 방광 위에 있기도 하고…, 정말 다양합니다. 예전의 복강 내 수술이나 골반염 또는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난소가 다른 장기와 유착된 경우라든지 난소에 자궁내막증이나 양성 종양이 있는 경우, 해부학적으로 난소 위치가 방광과 붙어 있는 경우에도 난자 채취가 쉽지 않습니다.
난자를 몸 밖으로 끄집어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초음파 기구에 바늘을 장착해 질로 투입해 난소를 찔러 성숙 난자(체외에서 정자와 수정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난자)를 몸 밖으로 채취해내는 것이다.
허 원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산부인과 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물혹 제거술을 해봤을 것이고, 난자 채취술과 물혹 제거술이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시술 경험이 부족한 초보 난임 의사라도 단시간에 난자 채취 등의 기본 테크닉은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난자를 채취하고 수정란을 이식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난자를 채취하는 고도의 숙련된 손 테크닉과 감각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초음파를 보는 실력과 저마다 상태가 다른 환자들의 난자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 등의 판단력이 난임 전문의의 실력을 가르는 중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인공수정 및 IVF를 하는 환자는 한해 23만 명에 달한다. 가임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 부부라는 통계를 실감케 한다.
-오랫동안 IVF를 해오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으면 대부분 성공할 수 있다’입니다. 폐경이 되었다면 안 되겠지만, 열 번 도전하면 그 안에는 된다는 거예요. 이런 분도 계셨어요. 다른 병원에서 조기 폐경으로 진단받고 오신 분인데, 실제로 생리도 거의 하지 않았던 분입니다. 정기적으로 배란유도제를 복용하고 난자 채취를 시도했지만 1년 넘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난포가 한 개 자라서 거기서 난자 한 개를 채취해 배아 이식을 시행했는데, 임신에 성공했습니다. 저조차도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난자 공여에 대해 설명하려고 했었으니 기적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신의 세계는 정말 교과서와 다릅니다. 전문의라도 ‘내가 좀 안다’고 자만하면 안 됩니다.
-어떤 난임 케이스가 힘들던가요.
자궁이 안 좋은 경우겠지요. 자궁내막이 얇고 유착이 있으면 쉽지가 않습니다. 자궁내막 유착은 골반염이나 결핵을 앓았을 때 될 수 있습니다. 임신중절 수술 때문에도 될 수가 있고요. 산부인과에서 소파수술을 할 때 자궁내막에 태반 잔유물을 남기지 않으려고 너무 열심히 긁어내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다 보면 손상이 와요. 자궁벽 자체에 문제가 생기고 유착이 되는 겁니다. 이 경우 난자의 질이 아무리 좋아도 임신이 힘들어요. 땅이 안 좋으면 좋은 씨앗을 뿌려도 곡식이 안 자라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임신 가능성이 절망적일 때 솔직히 이야기하나요.
전에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그분이 임신에 성공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아무리 악조건 속에서도 임신에 성공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착상이 되고 안 되고의 비밀을 난임 전문의인 우리도 다 알지 못합니다. 경험이 많아도 함부로 단정하지 말아야 해요. 악조건 속에서도 임신이 되는 걸 경험해 보면 교과서대로 말할 수 없게 됩니다.
-40대 여성은 난자 상태가 많이 안 좋은가요.
초경이 시작되면 좋은 난자부터 없어지는(배란) 것 같아요. 30대 초반이면 좋은 난자가 줄어들고, 40대가 되면 난소에 난자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아요. 태어날 때 난자가 100만 개였다고 해도 40대 중반이면 만 개 정도 남아 있을 겁니다. 그중 75%가 이상이 있는 난자라고 봐야 합니다. 또 40대라면 좋은 난자로 좋은 배아(수정란)가 나와도 착상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어요. 유산율도 높고요.
-자연배란 혹은 과배란 주사로 난자를 키울 때 질 좋은 난자가 자라서 배란이 될 가능성이 마치 복권 당첨처럼 어렵다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그래도 저는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도전하다 보면 된다는 겁니다. 의사로서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의사는 하자는데 정작 당사자는 좌절하거든요. 일반적으로 여섯 번 정도 해보고 안 되면 난자 공여 혹은 대리모도 고려해보라고 말하는데, 저는 그것보다 더 많이, 최소 열 번 정도는 도전해야 한다고 봐요. 그뿐 아니라 여러 방법을 다 해봐야 해요.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분명 있을 겁니다. 난임 시술에서 처방하는 주사제와 배란유도제가 여러 종류이고 저마다 반응이 달라요. 어떤 건 잘 받아들이고, 어떤 건 잘 안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한두 번 해보고 난자가 잘 안 자란다고 해서 포기해선 안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의사가 돈 벌려고 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절대 아니에요. 정말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고령에 난소기능 저하인 분이었는데 매번 난자 채취할 때마다 난자가 1~2개 정도밖에 안 나오는데도 무조건 수정시켜 5일 배양까지 키워서 PGT-A(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하기를 원했어요. 20회 넘게 시술해서 염색체가 정상인 배아를 3개 정도 냉동했는데, 한번은 신선주기에 이식을 원해서 한 개를 이식했는데 바로 임신이 되었어요. 물론 분만도 잘했고 아이도 건강합니다. 둘째는 아직 시도를 안 한 상태이지만, 염색체가 정상인 배아가 많이 있으니 고령이어도 수월하게 시도할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