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의 고통은 난임으로의 복선이다. 건강한 씨(난자)가 있다고 해도 자궁이 생명을 품을 수 없다면 어머니가 될 수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양광문 수지마리아 원장은 시험관아기 시술(IVF)뿐 아니라 자궁과 난소 등의 수술, 심지어 분만까지 거뜬히 해내는 멀티형 산부인과 의사다. 그래서 생명을 품는 자궁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자궁은 신비 그 자체입니다. 간혹 해외토픽에서 60대 여성이 아이를 낳았다는 기사가 나오곤 하죠? 정말 그 할머니가 아이를 낳았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낳을 수 있어요. 그런 경우는 대부분 젊은 여성의 난자(난자 공여)로 체외수정을 한 겁니다. 젊은 난자로 수정된 배아를 이식받는다면 가능해요. 자궁에 특별한 병이 없는 경우 외부에서 호르몬을 충분히 공급하면 할머니의 자궁도 얼마든지 생명을 품을 수 있으니까요. 자궁은 마치 풍선과도 같습니다. 호르몬이 제대로 투입되면 임신을 유지할 수 있어요. 아무리 나이가 많은 여성이라도 10주까지만 버티면 그다음부터는 태반에서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어 출산까지 갈 수 있는 거죠.”
도대체 무슨 호르몬을 공급하기에 노화된 자궁을 재생시킬 수 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다. 특히 자궁벽을 임신 상황에 맞추어 변화시키고 분만까지 주도하는 프로게스테론의 공이 크다.
자궁에서 착상이 되자마자 융모성성선자극호르몬(hCG)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hCG가 분비되면 그 영향으로 난소에서 즉각 프로게스테론을 분비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에스트로겐은 자궁내막을 두껍게 유지하는 반면, 프로게스테론은 두꺼워진 자궁내막이 떨어지지 않게 잘 지지해주며 혈관을 발달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난임 전문의료기관에서는 IVF를 할 때 배아를 자궁 내에 이식한 후에 프로게스테론을 처방한다.
-늙고 노화된 자궁도 생명잉태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네요. 하지만 자궁 내 병변이 있다면 젊더라도 임신이 힘들 수 있다는 얘기도 되네요.
맞아요. 자궁에 특별한 병변이 없어야 합니다. 풍선 같아야 할 자궁이 타이어 같으면 안 되겠죠. 자궁선근종이 심하면 그렇게 될 수 있어요. 자궁선근종은 자궁내막증의 일종이죠. 자궁내막은 배란 때 부풀었다가 임신이 아니면 피(血)와 함께 철거돼요. 그게 생리입니다. 그런데 내막이 혈과 함께 역류해서 엉뚱한 곳에 가 있는 게 자궁내막증이에요. 자궁선근종의 경우 그 엉뚱한 자리가 바로 자궁 내 근육층인 거죠. 자궁내막이 몸 밖으로 배출이 안 되고 자궁 근육층에 있으면서 생리시 자궁근육층에 출혈이 동반되며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자꾸 커지는 거예요. 이로 인해 자궁이 전반적으로 비대해지고 딱딱해집니다.
자궁선근종과 세포감소술
-자궁선근종이면 임신이 불가능한가요.
수정란이 착상하기에 척박한 환경이긴 합니다만, 자연임신도 할 수 있어요. 문제는 높은 유산율이에요. 타이어를 상상해보세요. 타이어는 부풀어 오르는 데 한계가 있잖아요. 20주를 전후해서 유산이 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한국의 신생아 집중치료 수준이 아무리 높아졌다고 해도 임신 24주 전엔 아기를 살리기 힘들어요. 자궁선근종이 있다면 이 시기를 무사히 넘겼더라도 잘 지켜봐야 합니다. 혹시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임신 30주를 넘기지 말고 출산해야 하고요.
-자궁선근종으로 인한 난임은 어떤 치료를 해야 하나요.
우선 자궁 사이즈를 줄여야 해요.
-자궁의 일부를 잘라내는 건가요.
자궁 일부 절제술은 최후의 수단이에요. 자궁절제술이라기보다는 세포감소술이라고 합니다. 자궁은 그 경계가 명확한 자궁근종과 달라서 절제술을 하면 혹만 떼어내는 게 아니라 자궁 일부를 도려내야 합니다. 그리고 정교하게 잘 꿰매줘야 해요. 용접과 같아요. 임신을 기다리는 여성이라면 어지간하면 수술을 하지 말아야 하죠.
-수술하지 않고 어떻게 자궁 사이즈를 줄일 수 있나요.
호르몬 주사로 할 수 있어요. 일단 난자를 여러 개 키워서 수정 후 배아를 동결해 놓고 자궁을 줄이는 주사를 맞는 거죠. 배란 억제 주사를 맞으면 난자를 키우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쉽게 설명해서 일시적으로 폐경을 시키는 거예요. 자궁선근종인 경우 배란기에 자궁내막만 자라는 게 아니라 근육으로 파고든 비정상적인 내막(선근종)까지 자라서 비대해지는 것이거든요. 일시적으로 몇 달 동안 폐경을 시켜놓으면 자궁 크기가 한결 줄어들어요.
-자궁이 줄어들면 바로 임신 시도를 하는 건가요.
자연임신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러다가 또 자궁이 다시 비대해질 수 있으니까 IVF를 해보자고 권유하는 편입니다.
-자궁이 그토록 비대해지는데 자각 증상은 없나요.
생리통이 심했을 겁니다. 생리 양이 많았을 것이고, 생리혈 과다로 빈혈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자궁이 커지면 방광을 누르게 되니 소변을 자주 봤을 수 있어요. 아무래도 방광 용적이 줄어들면 빈뇨 증상이 오거든요. 자궁 뒤쪽이 눌렸으면 변비가 왔을 수도 있고요.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난소낭종
여성의 생식기에 발병할 수 있는 질환은 다양하다. 암을 제외한 단순 질환으로는 크게 자궁 쪽 질환과 난소 쪽 질환을 들 수 있다. 자궁 내 질환으로는 자궁선근종·자궁근종·자궁내막증식증이 있고, 난소 쪽 질환으로는 난소낭종과 기형종 등이 있다. 또 자궁과 난소를 아랑곳하지 않고 생기는 자궁내막증도 있는데, 자궁내막증은 다양한 위치에서 발견된다. 역류한 생리혈이 어디에 정착했느냐에 따라 다르다. 한마디로 그 위치가 관건인데 난소뿐 아니라 자궁 뒤나 직장 근처, 나팔관 등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반면 자궁근종은 자궁 근육에 생긴 양성 종양(혹)이다. 생리하는 여성의 30~40%에서 발병한다. 혹이 생기는 위치와 크기에 따라 무증상을 비롯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또 자궁내막 세포가 무분별하게 두꺼워지는 자궁내막증식증도 빼놓을 수 없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심하거나 하는 이유로 난소에 문제가 있을 경우 자궁내막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것이다.
-자궁내막증의 경우 성교통이 심하다고 알고 있어요.
심했을 거예요. 성교 때 페니스가 삽입되면 자궁경부가 움직이거든요. 자궁내막증에 의해 골반이 협착됐을 가능성이 있는데 자극을 받으면 많이 아플 수 있죠. 신혼이 지났는데도 계속 아프다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최근 젊은 여성들에게 자궁근종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하더군요.
부쩍 늘었더라고요. 자궁근종은 크기보다 위치가 중요해요. 착상 위치에 생겼는지를 봐야 합니다. 자궁 근육 바깥쪽에 생기면 괜찮은데, 근육을 포함해서 안쪽으로 생기면 잘라내야 해요.
-의사마다 ‘수술하자’, ‘안 해도 된다’ 의견이 분분해요.
산부인과 의사라도 전공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어요. 난임 쪽은 임신을 시켜야 하니까 자궁근종이 배아가 착상할 위치와 얼마나 가깝게 있는지, 자궁내막을 얼마나 왜곡시켰는지를 살펴봅니다.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의 관계를 잘 보고 판단해야 하죠. 자궁근종이 너무 커서 자궁내막이 휠 정도라면 수술을 먼저 해야 합니다. 수술은 자궁근종의 위치에 따라 복강 내시경(복강경)으로 할 수도 있고 자궁 내시경(자궁경)으로 할 수도 있어요. 근종이 잘 보이는 자리에 있으면 복강경으로 해야 하고, 너무 자궁 안쪽에 있으면 자궁경으로 해야 해요. 자궁경과 복강경은 자궁의 안쪽으로 접근하느냐 바깥쪽(복부)에서 접근하느냐의 차이입니다.
-경험이 판단에 큰 힘이 되겠군요.
그렇죠. 이 사람이 정상적으로 임신하고 분만하는 데 있어 어떤 게 이로울지 잘 따져봐야 합니다. 때로는 수술하지 않고 빨리 임신을 시도하는 게 나을 때도 있어요. 난임 쪽 수술은 종양 쪽과는 달라요. 난임 쪽 수술이 힘든 이유는 ‘완전한 치료’가 아니라 ‘기능 회복’을 시켜야 한다는 것 때문입니다. 자궁을 원상회복 시키지 못하면 난임이 아니라 불임이 돼요. 40~50대에 하는 수술과 20~30대에 하는 수술이 같을 수 없거든요.
-자궁을 건드리고 나면 바로 회복이 되나요?
3~6개월 걸려요. 자연분만은 포기해야 해요. 분만할 때 자궁파열이 될 수 있거든요.
-임신하면 치료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자궁내막증의 경우 임신이 치료예요. 자궁내막증이라는 게 역류한 생리혈이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아서 생기는 거잖아요. 임신하면 젖 뗄 때까지 생리를 안 하니까 자궁내막증이 악화되거나 새로 생길 기회가 없어지는 겁니다. 옛말에 애 낳으면 생리통이 없어진다고 하잖아요. 자궁내막증이 없어져서 그런 거예요. 출산으로 치료가 되어서 둘째, 셋째는 임신이 잘될 수도 있어요.
의사에게 경험은 판단의 거름이다. 의사마다 소신이 다른 게 아니라 환자마다 상태와 기대하는 게 다르기에 최종적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적어도 임신이 목적이라면 무조건 수술이 아니라 보류가 최선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가임여성이 산부인과를 선택할 때에는 자신의 미래(임신·출산)까지 고려해서 의사의 주 전공을 따져보아야 한다.
“난소에 생기는 혹이 있어요. 흔히 물혹이라고 해요. 물혹은 대부분 보름 단위로 사라졌다가 생겼다가 하는 난포일 수 있어요. 난포 자체가 물주머니거든요. 그 안에 눈에 보이지 않는 난자가 들어 있는 거죠. 난포인데도 초음파로 봤을 때 물혹으로 오해하기도 해요. 실제로 물로 채워져 있다면 대부분 없어질 물혹이지만, 살로 채워져 있다면 기형종이나 악성 낭종을 의심해봐야 해요. 만약 초콜릿색 액체로 채워져 있다면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난소낭종(자궁내막종)입니다. 자궁내막종이라면 함부로 난소를 건들면 안 돼요. 난소가 일부 제거되면 난소 기능 저하로 인한 조기폐경이 올 수 있거든요.”
자궁내막증식증과 배란 유도 치료
-자궁내막증식증인데 임신을 해야 할 여성이라면 어떻게 치료하나요.
암이 아니라는 게 밝혀지면 배란 유도 치료를 해요. 배란이 이뤄져야 생리를 해서 내막이 철거되거든요. 자궁내막은 난자가 자라면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에 의해 부풀어 오르고, 배란이 된 후 임신이 아니면 배란 후 분비되었던 프로게스테론이 소멸되며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생리가 자궁을 리셋시키는 겁니다.
-자궁내막증식증인데도 매달 생리를 했다는 여성도 있던데요.
많은 경우 부정출혈이겠죠. 내막이 부풀어 올랐다가 조금 떨어진 것일 뿐, 정상 생리혈이 아니에요. 자궁내막을 눈(Snow)으로 상상해보세요. 눈이 쌓이면서도 일부 흘러내리잖아요. 자궁내막증식증의 경우 눈이 다 녹아내리는 게 아니라 일부만 녹아 흘러내리고 그 위에 쌓이는 상태인 거죠. 자궁내막증식증이라고 해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배란 유도를 통해 생리를 꼬박꼬박 하면 치료가 가능하거든요.
산부인과 혹은 난임 전문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호르몬제는 주로 피임약이다. ‘임신이 안 되어서 처방받거나 치료를 하는 건데 웬 피임약?’ 하고 의문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이 약들은 피임의 효과가 있는 약일 뿐 피임약은 아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여성의 생식 주기에 맞춰서 날짜별로 처방하는 약제인 셈이다. 복용하면 난소가 외부에서 공급되는 호르몬에 의해 난자를 키우지 않고 배란을 하지 않아 피임 효과가 생긴다. 하지만 자궁내막은 외부에서 투입된 호르몬에 의해 부풀어 오르고 철거(배출)가 된다. 결과적으로 호르몬제를 통해 제때 배란되고 생리를 함으로써 생식 사이클이 균형 모드가 되는 것이다.
-호르몬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자칫 난임이 될 수 있다고 있던데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굳이 따진다면 난소는 괜찮은데 자궁내막 회복에 몇 개월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보고에 따르면 호르몬제를 너무 오래 복용하는 경우 내막이 경화된다고 해요. 그래서 피임약을 먹게 되면 6개월 먹고 2~3개월 쉬면서 자연적으로 생리를 규칙적으로 하도록 하는 거죠.
위험한 난관 수종
-나팔관에 문제가 생겨서 난임이 되는 사례가 많아요. 나팔관 감염으로 물이 생리처럼 나오기도 한다던데요.
난관(나팔관) 수종이면 그럴 수 있어요. 난관 수종은 나팔관에 물이 고이는 상태를 말해요. 모든 세포는 노폐물을 배설하잖아요. 나팔관도 마찬가지예요. 나팔관 노폐물이 복강으로 스며들어서 저절로 처리되어야 하는데, 나팔관이 막혀 있고 염증까지 있으니까 물이 고이는 거죠. 그 물이 자궁으로 내려와서 착상을 방해할 수 있어요.
-초음파로 알 수 있나요?
초음파로는 의심만 할 수 있어요. 나팔관 조영술로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 심할 경우 스스로 느낄 수 있습니다. 생리가 끝났는데도 계속 핑크빛 물이 나온다면 의심해봐야 해요. 생리를 20일째 하고 있다는 여성이 찾아온 적이 있어요. 생리혈이 아니라 물이 계속 나온다는 거죠. 또 성교 시에도 물이 소변처럼 나왔다고 하더군요. 검사해보니 난관 수종이었죠. 이 정도로 심하면 나팔관을 포기해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