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수태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월경이다. 매달 한 번씩 제때 찾아오는 월경은 생명잉태가 충분히 가능한 몸이라는 증거다. 그런데 아이를 낳기도 전에 ‘조기폐경’ 진단이라는 청천벽력을 경험하는 30~40대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20대 미혼인데 조기폐경이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김민재 에이치아이여성의원 원장은 “매달 정상 생리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정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산부인과에 늦게 방문함으로 인해 난임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초음파 검사와 자궁경부암 검사, 그리고 풍진 항체와 간염 항체 등을 확인하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하는 게 좋아요. 가능하면 난소 기능 검사도 미리 해두면 좋고요. 난소 기능은 한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되돌릴 방법이 없거든요. 특히 난소 기능 저하 위험성이 있는 분이라면 꼭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나이를 배신하는 난소
여성은 두 개의 난소에 평생 사용할 난자(20만~30만 개)를 담고 태어난다. 흔히 한 달에 한 개의 난자를 배란한다고 해서 ‘평생 사용하는 난자가 450~500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그 한 개의 난자를 배란하기 위해서 수십 개의 난자가 함께 자란다. 만약 나이에 비해 난소 기능이 많이 저하된다면 난소 노화와 함께 난소 안에 남은 난자까지 빠른 속도로 소진될 수 있다.
난소 기능 검사란 난소에 배란될 수 있는 난자가 얼마나 들어있는가에 대한 검사로, 그 여성의 수태 능력을 짐작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난소 기능 검사는 생리 2~3일째에 난포자극호르몬(FSH)과 에스트라디올(E2) 수치를 파악하는 혈액검사, 초음파를 통해 6mm 이하 난포 수를 세는 AFC 검사가 대표적이다.
난소 나이를 알 수 있는 최신 검사로 항뮐러관호르몬(AMH) 검사가 있다. FSH와 E2 검사는 생리 2~3일째에 하지만, AMH 검사는 생리 며칠째에 상관 없이 혈액으로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으며, 다른 검사에 비해 비교적 난소 노화 정도를 더 빨리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나이에 비해 난소 노화가 더 진행되었어도 기존 FSH, E2, AFC 등에서는 정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요즘 난임 전문병원에서는 AMH 검사와 AFC 검사를 같이 함으로써 더 정확하게 난소 나이를 가늠하는 추세다.
AMH는 난소 안에 있는 원시난포(미성숙 난포)에서 분비가 되는 물질이다. 난포 수가 많으면 수치가 높게 측정이 돼 나이별로 평균 수치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AMH 검사 수치가 1.0이면 43세, 2.0이면 38세, 3.0이면 34세, 4.0이면 30세 정도라고 짐작하면 된다. 0점대라면 폐경이 임박했음을 뜻한다.
-난소 기능을 되돌린 순 없나요.
한번 떨어지면 어떻게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의사와 상담해서 난자를 냉동해놓았다가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시도해 볼 수는 있어요.
-난소 기능 저하가 예고되는 미혼 여성에게 피임약을 처방한다고 하던데요.
피임약에는 정상적인 생리 주기가 돌아가는데 필수적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라는 두 가지 호르몬이 들어있어요. 피임약을 복용하면 외부에서 호르몬이 들어오는 셈이니까 난소는 배란을 시키지 않고 쉴 수가 있는 겁니다. 배란이 안 되니까 임신도 안 돼 피임약이라고 지칭하지만, 호르몬 치료 목적으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물론 피임약을 먹는 동안 배란이 안 된다고 해서 난자가 비축되는 것은 아니에요. 난소 안에 있는 난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소멸되니까요. 미혼 여성에게 피임약을 처방하는 건 난소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규칙적으로 호르몬을 공급해주어서 생식체계가 균형 있게 돌아가고 생리 주기를 맞춰주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어요.
-피임약을 먹으면 불임이 된다는 속설이 있던데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물론 흡연자가 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 혈전증 위험이 있을 수는 있어요. 또 피임약을 수십 년간 복용한 경우 골밀도 감소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요. 하지만 가임기에 잠깐 몇 년 정도 복용하는 것은 문제가 안 돼요.
난소낭종 수술 타이밍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를 해보니 난소에 물혹이 생겼더라”고 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물혹이라고 해서 무조건 두려워해선 안 된다. 혹의 정체는 혹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난소는 모두 물이라고 이해해도 좋을 정도다. 한마디로 난소 자체가 물혹인 셈이다. 호르몬 주기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물혹이면 보름을 주기로 생겼다가 사라질 수 있기에 안심해도 된다. 단,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난소에 생긴 물혹(난소낭종)이라면 심도 있게 추적을 해봐야 한다. 난소낭종 안에는 초콜릿 색의 액체 성분이 들어있어 일반적인 물혹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혹 안이 단순히 물로 채워져 있지 않고 살로 채워져 있다면 이는 악성 낭종일 가능성이 있다.
-자궁내막증에 의한 난소낭종은 어떤 건가요.
자궁내막종이라고도 하는데요. 방치하면 난소가 다른 장기와 유착이 되는 게 심해질 수 있어요.
-난소낭종이 심할 경우 난소를 아예 절제해야 한다고 하던데요.
사이즈가 너무 커지면 난소를 다 제거해야 하는 비극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러니 정기적으로 초음파로 보면서 비극이 생기기 전에 난소를 최대한 살릴 수 있을 타이밍에 혹을 제거하는 게 맞아요. 대부분의 경우, 수술한다고 해서 유착이 심하게 되거나 난임이 되진 않아요. 사이즈가 작아지거나 없어지지 않고 점점 커지고 있다면 수술을 고려해봐야 할 겁니다.
-난소낭종이 있다면 수술 타이밍으로 언제가 좋은가요.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자궁내막증 증상이 있고 생리통까지 심하다면 바로 수술을 하는 게 좋아요. 수술 후에 바로 임신을 시도하면 됩니다. 하지만 임신 계획이 없는 여성은 수술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재발해요. 난자가 자라면서 매달 호르몬 분비를 하니까 자궁내막이 계속 증식하는 거죠. 이 경우 수술 후에 재발 방지를 위해 피임약과 같은 호르몬 처방을 받을 수 있어요.
-난소에 자궁내막증이 생기면 난소 기능이 떨어질 수 있지 않나요.
수술 전에 난소 기능 검사를 꼭 해 봐야 해요. 자궁내막증의 경우 특히 난소에 여러 개의 난소낭종(자궁내막종)이 생길 수 있거든요. 수술로 유착을 박리하는 과정에서 난소 손상이 심하게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수술 전에 난소 기능 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나이가 많고, 난소낭종의 크기가 크고, 여러 개가 있는 데다 유착까지 심하다면 당장 수술을 해야겠지만 의사는 고민해봐야 해요. ‘수술하면 난소 기능이 100% 떨어질 것 같다’고 판단이 되면 기혼여성은 수술 안 하고 바로 IVF를 하자고 할 수 있는데, 미혼여성이라면….
난소라는 조직은 다른 장기처럼 일부 손상이 되면 빠르게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난소는 회춘을 꿈꿀 수 없는 장기이며, 한번 제거되면 그길로 생명잉태의 씨가 없는 채로 살아야 한다.
-수술하더라도 산부인과 선택이 중요할 것같아요.
그럼요. 수술은 부인과에서 하더라도 난임 전문의료기관에 가서 상담이라도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수술만이 능사가 아닐 수 있거든요. 당장 결혼계획이 없더라도 앞으로 임신을 원한다면 수술 후에 임신 시도가 가능할지, 수술로 인해 난소 기능이 떨어지진 않을지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수술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임신 여부가 다를 수 있나요.
그럴 수 있죠. 난임 쪽 마인드가 없으신 의사들이 있어요. 부인 종양을 전공하는 의사들은 난소낭종을 제거할 때 근치적(병을 완전히 고침) 치료라고 해서 깨끗하게 없애는 수술을 많이 해요. 물론 난소 부위도 많이 제거되고요. 근치적 치료를 하면 재발률이 현저하게 낮아지긴 하지만 난소 기능이 뚝 떨어지는 거죠.
-난임 전문의라면 차후 임신할 수 있는지 여부까지 염두에 두고 수술하겠군요.
그럼요. 수술하기 전에 난소 기능 검사를 꼭 해봅니다. 제 나이에 비해 난소 기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여성이라면 수술부터 생각할 순 없거든요. 기혼여성이라면 수술보다는 임신을 빨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자궁내막증의 경우 임신하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아요. 출산 후에 증상 봐가면서 수술해도 늦지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