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 시술(IVF)을 받는 난임 부부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런데 IVF 건수는 늘었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다. IVF 평균 임신율은 30~35%였지만 분만(출산) 건수는 15~20%에 그쳤다. 특히 고령 여성(40~49세)은 1인당 평균 8.8회 IVF를 시도했지만 출산율은 1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IVF를 해도 임신에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 유산의 예방책은 없을까? 백은찬 분당제일여성병원 원장은 “착상 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채 IVF만 계속 시도해선 안 된다. 임신이 안 되거나 유산이 되는 원인을 찾아내는 게 진정한 난임 치료”라고 강조한다.
착상이 잘 되려면
-IVF의 성공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체외에서 수정된 배아를 자궁 내에 이식까지 했는데 착상에 실패하는 이유는 뭔가요.
착상이 잘 되려면 환경이 좋아야 합니다. 첫째, 자궁내막에 병변(폴립, 근종, 유착, 염증 등)이 있으면 안 돼요. 호르몬 환경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혈중 에스트라디올(E2) 농도에 따라 착상률이 달라져요. 난자가 너무 많이 자라서 E2 수치가 높으면(3000pg/ml 이상) 자궁내막이 정상적인 호르몬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착상이 힘들 수 있어요. 면역학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어요. 자궁내막에는 면역세포(NK세포 등)와 각종 호르몬(Cytokine)이 존재하는데 이런 면역체계가 착상과 임신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혈액 내에 자가항체가 존재한다면 착상을 방해하거나 유산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위 세 가지 외에 착상 방해 요인이 또 있나요.
자궁내막이 수정란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시기(착상 가능 시기)가 있는데, 배아 이식 시기가 이 기간과 잘 안 맞을 때가 있어요. 교과서상으로 자궁내막의 착상 가능 시기는 배란 후 5~7일경이지만, 사람마다 하루 이틀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자궁수축이 있어도 착상이 안 된다던데요.
착상될 무렵에 자궁수축이 있으면 안 돼요. 예를 들어서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예민해져서 자궁수축이 될 수 있어요. 자궁수축이 되면 배아를 이식해도 착상 자리에서 미끄러져 버리거든요. 자궁수축이 있으면 이완제를 써야 합니다. 만약 배아 이식 무렵에 배가 아프다면 자궁수축을 의심해야 합니다.
-착상이 잘되려면 배아 퀄리티도 좋아야죠.
맞아요. 배아의 질은 두 파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염색체가 정상인가,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모양이 예뻐서 등급이 좋은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건 배아의 등급이 좋다고 해서 염색체가 정상인 건 아니에요. 배아 등급은 일종의 외모일 뿐이죠. IVF에서는 체외수정을 한 후 3~5일간 배양 인큐베이터에서 관찰합니다. 좋은 등급은 세포분열 속도가 정상이어야 하고, 모양이 균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배아 모양이 찌그러지면 안 되고, 배아의 세포분열 속도가 너무 늦거나 너무 빨라도 안 됩니다.
-배아 모양이 안 좋고 등급이 낮으면 착상이 힘든가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낮은 등급 판정을 내린 배아라도 염색체가 정상이면 임신(출산)이 됩니다. 염색체가 정상인 배아의 40~50%는 착상이 되어서 출산까지 갑니다.
질 좋은 난자 만들기
-배아를 잘 얻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난자가 중요한데,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나이도 중요하지만 식생활, 라이프 스타일, 운동 습관 등이 더 중요해요. 또 IVF를 한다면 배란 유도 방법도 매우 중요하죠. 난소에서 난자를 키우는 호르몬이 난포자극호르몬(FSH)인데 과배란 주사 주성분이 바로 FSH입니다. IVF에서 과배란 주사를 너무 많이 투여하는 것보다는 개인에 맞게 적절한 용량을 투여하는 것이 좋아요. 나이와 난소 상태 등의 평균치가 있지만 교과서와 다르게 반응이 나올 때가 많아요. 제 임상 경험에 따르면 난자를 적절한 수로 키워내야 질 좋은 난자로 임신율을 높일 수 있더라고요.
-배아 결함은 난자와 정자 어느 쪽에 원인이 있나요.
주로 난자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정자의 핵(염색체, DNA)에 문제가 있으면 난자가 아무리 건강해도 배아에 문제가 생깁니다. 정자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수가 많아 웬만하면 모양과 활동성 등이 건강한 정자를 골라낼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비뇨기과 의사들은 기형 정자가 많으면 영양제(항산화제)를 먹고 좀 지난 뒤에 IVF를 하라고 권합니다.
-결국 난자 탓이라는 얘기인데요.
고령 여성의 난자는 아무래도 미토콘드리아와 효소 등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분열 발전소로 일종의 연료 탱크인데 노화 난자는 에너지가 떨어져서 세포분열 대사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수정 후부터는 100% 난자 몫입니다. 난자가 부실하면 힘들어요. 난자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염색체 수와 구조에 이상이 생길 확률이 높아요.
-나이가 많으면 질 좋은 난자를 얻기 힘든가요.
201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의대에서 43세 여성의 임신 성공률이 37세보다 10배나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43세 여성은 하나의 정상적인 배아를 만들어내는 데 평균 44개의 난자가 필요하다면, 37세 여성의 경우는 4.4개면 가능하다는 것이죠. 유산율이 40세 이상은 30%, 45세가 넘으면 40~50%에 달하는 이유입니다. 늦게 결혼하는 추세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제 임상 경험상 IVF를 해보면 난소 기능 저하(AMH 0~1)라고 해도 38세 이하라면 큰 걱정 안 해도 되더라고요.
-40대의 유산율이 높은 이유가 뭔가요.
유산 이유의 절반은 염색체 이상이에요. 과배란 주사로 난자를 여러 개 키워도 다 좋을 순 없어요. 자궁 내 이식 후 착상이 되었는데 유산을 했다면 근본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배아(염색체 이상이 있는)일 가능성이 커요. 우리 몸은 심각한 기형이거나 염색체 이상일 때 자연적으로 유산시키는 방어벽(Natural Selection)이 있거든요.
건강한 배아 착상 위한 노력
-배아가 염색체 이상이 아닌데도 유산이 되는 경우는 뭔가요.
자궁 환경의 문제, 즉 자궁 기형(중격자궁, 쌍각자궁)이거나 감염(균)에 의한 것일 수 있지만 80% 이상이 면역학적 요인에 의한 유산입니다. 유산이 되었다면 자가항체검사도 하고 NK세포 수치 등도 따져봐야 합니다. NK세포와 유산의 연관성에 대해 의사마다 의견 차이가 있지만, 경험상 NK세포가 반복 착상 실패와 유산에 연관성이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NK세포가 12% 이상이면 면역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자가항체가 많아도 면역글로불린 처방을 권합니다.
-건강한 배아를 착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3회 이상 유산을 겪었다면 이식 전 배아 검사를 권합니다. PGT-A(구 PGS) 시험관아기 시술은 이식 전에 배아 염색체(수와 구조)를 검사해 정상 배아만을 이식할 수 있습니다.
-이식 전에 배아 세포를 떼서 연구소로 보내는 건가요.
맞아요. 수정된 지 3일째 배아 혹은 5일째 배아에서 일부 세포를 떼어 연구소로 보내면 24시간 후에 결과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3일째 배아에서 검사했다면 결과를 기다렸다가 바로 신선배아 이식을 할 수 있어요. 5일째 배아에서 검사한다면, 배아를 냉동해놓고 결과를 참고해 냉동배아 이식을 하고요.
-수정된 지 3일, 5일째 된 배아에서 세포를 떼어내면 배아에 데미지가 없나요.
거의 없어요. 수정된 지 3일째 배아의 8개 세포 중에 태아가 되는 세포는 2개에요. 여기서 1개를 떼니까 세포 손상이 거의 없죠. 5일째 배아에서는 1백 개 중에 10개 정도 떼어냅니다.
-PGT 시험관아기 시술이란 게 뭔가요.
착상 전 유전 진단법으로 예전에는 PGD, PGS라는 용어를 썼지만 최근에는 PGT 시험관아기 시술로 통일하고 세분화했습니다. 유전질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는 PGT-M(구 PGD)을 하고, 부부 중 한쪽이 염색체 이상(전좌, 역위 등)이 있으면 PGT-SR을 합니다. 부부가 염색체 이상은 없지만 반복 유산일 경우에는 PGT-A(구 PGS)를 하면 됩니다.
-부부 중 한쪽이 염색체 이상(전좌, 역위 등)이면 유산이 잘되나요.
3회 이상 유산을 한 경우를 대상으로 검사를 하면 부부 중 한쪽이 염색체 이상인 경우가 6% 정도입니다. 최근에 개발된 PGT-SR 시험관 시술로 충분히 정상적 염색체를 가진 아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부가 정상인데 유산이 3회 이상 되었다고 PGT-A 시험관 시술을 권하는 것은 과잉 아닌가요.
PGT-A를 권하는 기준이 있어요. 40세 이상이면서 착상 실패를 수차례 겪거나 3회 이상 반복 유산일 때 권합니다. 또 유산으로 소파수술을 하면서 태아 세포를 검사했는데 두 번 정도 기형이 나오면 권합니다. 38세 이하는 PGT-A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물론 유산이 계속 반복된다면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해보라고 하죠. PGT-A는 임신을 도와주는 난임 치료의 일환이어야지 너도나도 하게 해선 안 됩니다.
-40대 고령이거나 난소 기능 저하가 심한 여성은 PGT-A를 해봐야 불합격 배아가 많아서 이식할 만한 배아가 없지 않을까요. 모자이시즘(Mosaicism·한 개체에 둘 이상의 유전자형이 섞이는 현상)일 경우 무조건 ‘이식 불가’ 판정을 내린다고 하던데요.
최근엔 달라졌어요. 포배기 배아일 경우 1백 개 중에서 10개를 떼서 보낸다고 했잖아요. 각각 보낸 세포에서 80%가 정상이면 정상 배아로 판독합니다. 검사를 시행한 전체 세포 중에서 비정상 세포가 20~40%일 때는 모자이시즘을 동반한 정상으로 판단하지만 이식할지 안 할지는 주치의와 상의해서 당사자가 선택해야 합니다. 사실 모자이시즘을 동반한 배아를 이식했을 때 결과가 나쁘지 않았어요. 모자이시즘이라도 세포분열을 하면서 비정상 세포는 죽고 정상 세포만 분열이 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