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정 서울라헬여성의원 원장 난임 시술에 앞서 정확한 검사를 선호한다. 나팔관 검사만 해도 그렇다. 나팔관은 자연임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장소이기에 문제가 있으면 자연임신은 물론 인공수정에서도 임신이 불가하다. 보통은 나팔관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서 투시 엑스레이를 이용한 나팔관 조영술을 하는데, 정 원장은 필요에 따라 좀 더 간편한 초음파자궁난관조영술도 병행한다.

 

-나팔관 조영술보다 초음파자궁난관조영술이 더 정확한가요?

투시 엑스레이를 이용한 나팔관 조영술은 의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좀 많았어요. 진단복강경과의 차이가 많이 났거든요. 이 얘기는 뭐냐 하면 이걸로 검사했을 때는 나팔관이 막힌 것 같았는데 막상 진단복강경 검사를 해보면 정상인 경우가 45% 정도 되었다는 거예요. 나팔관 조영술 검사를 위해 조영제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나팔관 입구가 수축이 일어나 실제로는 막히지 않았는데 막힌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거든요. 또 투시 엑스레이로는 자궁내막의 폴립이나 근종 같은 걸 정확하게 보기가 힘들어요. 초음파로 나팔관 검사를 하는 것에 비해 효율성이 좀 떨어진다고 봐요.

 

-초음파자궁난관조영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건가요.

자궁강 안에 생리식염수를 넣고 초음파를 보는 겁니다. 나팔관도 잘 보이지만 자궁내막에 폴립이나 근종 같은 게 있는지 너무 잘 보여요. 자궁 내 문제를 발견할 확률이 아주 높아요. 초음파상 나팔관이 개통되어 있으면 진짜 개통되어 있을 확률이 95%였어요. 나팔관 내강도 정확하게 파악이 되고요. 초음파자궁난관조영술이 처음 도입된 건 40여 년 전인데, 초음파 조영제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사용되지 않다가 최근 2세대 초음파 조영제가 나오면서 영국 같은 시험관아기 시술(IVF) 선진국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조영제 값이 비싸긴 하지만 고령자들의 경우 난소가 많이 노화가 되어있고 난소 안에 난자가 얼마 남아 있지 않으니까 투시 엑스레이 피폭 걱정 없이 초음파로 나팔관 검사를 하는 것도 괜찮다고 봐요.

 

-나팔관 조영술보다 초음파자궁난관조영술이 더 낫다는 건가요.

일장일단이 있어요. 무조건 초음파자궁난관조영술을 하는 게 아니라 권할만한 분에게만 권해요. 초음파 조영제를 이용한 나팔관 조영술은 나팔관 상태가 안 좋으면 몇십만 원짜리 조영제를 몇 개씩 사용해야 할 수도 있고, 약을 너무 많이 넣으면 나팔관 뒤의 배경에 있는 장 음영과 혼동이 되어 잘 안 보일 수 있거든요. 엑스레이 상으로는 다 하얗게 보여서 유착진단율이 40%밖에 안 돼요. 한편, 기존 투시 엑스레이를 이용한 나팔관 조영술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 그에 비해 초음파자궁난관조영술은 덜 아프고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어요.

 

-최신 기술이긴 하지만 과잉검사가 될 수 있지 않나요.

전국에서 원인불명의 습관성 유산 여성들이 많이 옵니다. 2011년 개원 첫날에 울산에서 8시간 동안 금식하고 오신 분도 있었어요. 아는 환자도 아니었어요. 우리 병원 개원을 기다렸다가 오직 이 검사를 하기 위해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학회에 이 검사법의 효율성을 보고한 후 지금은 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보조생식술(인공수정, IVF) 이전에 꼭 해야 하는 난관 개통 검사 중 하나로 정식으로 인정받고 있고, 전국의 많은 난임 전문의료기관에서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검사가 되었어요. 보람을 느낍니다.

 

조기 폐경과 염색체 이상

 

-난임 전문의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사연을 만나겠어요.

요즘 난자가 안 나오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나이 등의 원인으로 난소의 수명이 다한 분들인 거죠. 어느 순간, 이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좋은데 오로지 아기 만드는 일에만 전 재산을 쏟아붓고 모든 노력과 시간을 집중하는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기를 가질 가능성이 있는 분들에게 건강한 아기를 안겨주고 싶다는…. 그래서 ‘난임 극복이 아니라 부인과 환자로 자기의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인생에 애를 낳는 일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지요. 때로는 난임 전문의가 환자를 포기하냐 하는 오해와 항의를 받기도 해서 괴롭습니다. 그러나 환자의 건강과 치료의 적정성 사이에서 의사는 의료 윤리적으로 늘 고민하게 됩니다.

 

-늦은 결혼이나 재혼 등으로 폐경이 임박한 여성이 오기도 하지요.

환자의 절반은 난소 나이를 추정하는 항뮬러관호르몬(AMH) 수치가 영점 대인 거 같아요. 질식 초음파로 난소를 봤을 때 일단 크기가 너무 작아요. 난포가 될 만한 것이 하나도 없고요. 호르몬 약을 먹지 않으면 절대 생리가 안 나오는 분들도 오세요. 그런데 배란 주사만 맞으면 난자가 나올 거라고 믿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어야 나오는 거지 없는데 쥐어짤 순 없거든요. 생식의학이 더 발전하면 모를까 아직은 없는 난자를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 말이지요.

 

-조기폐경이 되는 원인이 뭔가요.

조기 폐경 환자들의 염색체 검사를 해보면 유전적 원인으로 밝혀질 때가 많아요. 예를 들어서 터너증후군인 경우가 있어요. 모자이시즘 터너의 경우 터너증후군 염색체가 10% 미만이면 정상이라서 임신 출산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10% 이상이거나 심한 분은 생리를 하더라도 조기 폐경이 오는 거죠. 난자도 염색체 이상인 난자만 나오고요. 또 어떤 경우에는 정신지체가 될 수 있는 아이밖에 나올 수 없는 운명인 경우도 있어요. 유전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최선을 다해 한 번 더 노력해보겠지만, 유전적인 문제가 있다면 여기서 접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난자공여자를 찾아야 하는 거죠.

 

-자신이 심각한 터너증후군인 걸 모르다가 알게 되었을 때 반응은 어떤가요.

여러 가지 반응이 있어요. 그렇게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면 오히려 고마워하시기도 해요. 하지만 대부분은 좌절하니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유전자 검사만큼은 남발되지 않아야 한다고 봐요. 유전자 쪽 문제를 알게 되면 마치 ‘내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인가’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거든요. 부모가 알게 되면 ‘다 내 탓이야’라며 가슴 아파하시기 때문에 잘 전달이 되어야 하고요. 환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잘 살피면서 천천히 말해요.

 

난임으로 인한 마음의 병

 

-여자들의 임신에 대한 집착이 때론 병적일 때가 있지요.

제 환자 중에 자살 소동을 일으킨 분도 봤어요. 임신이 안 되었다고 전화를 했더니 야외에서 전화를 받은 것 같은데 ‘선생님 저 오늘 죽으려고요’ 하시는 거예요. 119에 바로 신고를 해야 하나 고민하다 환자 남편에게 연락했던 적이 있었어요. 어떤 분은 당뇨병에 고도 비만으로 인슐린을 맞지 않으면 조절이 안 되는, 다낭성난소증후군도 심한 분이 있었어요. 저에게 온 날 굉장히 불안해 보이더라고요. 순간, 이분이 자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손을 꼭 붙잡고 창가로 가서 ‘여기서 건널목을 건너세요. 약국도 가지 말고 일단 저기부터 가 보세요. 좋은 선생님이 계신데 도와주실 거에요’라며 정신과로 안내한 적도 있어요. 한 3개월 즈음 후에 오셨는데, 정신과 약을 먹고 정신이 맑아졌다고 하더군요. 혈당도 잘 조절이 되고 있었고요.

 

-임신에 대한 간절함에 마음의 병이 오는 거군요.

난임 전문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여성의 25%가 다양한 정도의 감정 조절 장애를 겪고 있다고 봐요. 5%는 진짜로 우울증을 앓고 있고요. 너무나 쉬워 보이는 임신이 자신은 안 되니까 정말 힘든 거죠. 아무리 노력해도 잠을 잘 수가 없다는 환자도 있었어요. 우울증은 노력해도 치료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우리 뇌에는 뇌 신경세포와 세포 사이에 신경전달물질이 무선통신을 하고 있거든요. 이 물질들의 양이 조절 안 되면 약물로 조절을 해줘야 해요. 난임 전문의료기관에 있으면 반은 정신과 의사가 돼야 해요.

 

-우울증이 심한데 임신하면 더 위험할 수도 있지 않나요.

우울함이 이어지면 코티졸이 증가해요. 우리 몸의 내분비계가 교란되어요. 배란도 잘 안 되고요. 착상도 안 되고 유산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와 있어요. 완벽하게 진단된 콘트롤 되지 않은 우울증은 임신해서는 안 되는 금기증이기도 해요. 왜냐면 임신을 하면 더 악화할 수도 있고 산후우울증으로 연결이 되어요. 산후우울증 아시지요? 그런 이유로 우울증이 심하면 치료가 되기 전까지는 임신을 시켜주면 안 돼요. 임신하면 호르몬이 많이 변하잖아요. 조절이 더 안 될 수 있어요.

 

-난임 여성 중에는 스스로 의사를 선택했으면서 담당 의사를 의심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의심 많으신 분들 있어요. 그러면 결과가 좋지 않아요. 예전에 저희 어머니가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환자가 너한테 좋은 기(氣)를 받아야 임신이 잘 된다’고. 에너지라는 게 있어요. 기(氣)가 서양 의학적으로 생각하면 에너지인데, Atmosphere(대기)라고 할 수도 있죠. 긍정적인 기운, 분위기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서로 간에 무의식적으로 ‘우린 잘 될 거야’라는 믿음이 있는 거죠. 그러한 믿음이 우리 몸에 뭔가 나쁜 쪽으로 흘러가던 흐름을 단박에 바꿔놓을 수도 있거든요.

 

-주치의를 신뢰하면 훨씬 생식 능력이 좋아진다는 거죠.

우리가 좋은 사람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학창시절에 좋아했던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을 잘하게 되잖아요. 그런 것과 비슷해요. 저는 제 환자가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임신이 잘 되었으면 해요. 난임 전문의들은 돈 벌려고 환자를 대하는 분들이 거의 없다고 봐요. 정말 환자가 임신이 되었다는 결과를 들으면 가슴이 뛰고 기쁘거든요. 난임 전문의들은 매일 성적표(임신결과)를 받는데, 환자 한분 한분이 모두 시험 문제거든요. 백점을 맞고 싶지 30점에 만족하는 의사는 없거든요. 우리에게는 임신 성공만한 비타민이 없어요.

 

-난임 부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가 환자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여기는 시험관아기 클리닉이 아니라 난임 전문의료기관이고, 그 전에 저는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의사이며, 그 전에 같은 여성 혹은 인생 선배로서 환자들을 대한다고요. 난임의 기저에 나팔관, 정자 수, 유전, 호르몬 문제도 있지만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 기저질환에 따른 만성 염증 문제로 인해 생긴, 교정 가능한 문제도 있습니다. 그리고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난임에 겹쳐진 우울증으로 인해 임신과 임신 유지가 더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힘들겠지만 운동과 바른 식습관, 명상, 그리고 부부간의 정서적 유대를 통해 이를 극복해가는 여정에 난임 전문의가 함께해가길 바랍니다. 난임 전문의는 여러분을 전문적으로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결국 임신과 출산은 여러분들이 해내는 겁니다.

 

-난임 전문의로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지난 봄에 5년 만에 저를 다시 찾은 환자가 있었어요. 제주도 사시는데, 비행기를 타고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신 거죠. 그 환자는 자궁내막증, 자궁근종으로 이미 수술도 받으셨는데, 이후 자궁선근종까지 생겨 월경통과 싸우고 있던 분이었지요. 저에게 IVF로 두 남매를 낳은 언니가 소개해서 왔는데, 당시는 생소한 자궁선근종 부분절제술을 권했어요. 난소 기능도 너무 저하되어 있어서 IVF로 동결배아를 먼저 생성해두자고 했고요. 수술로 통증에서도 해방되고 아기도 낳을 수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던 이 환자는 수술을 받고, 예쁜 따님도 낳아 기르고 계셨어요. 그런데 출산 후 한동안 문제없던 통증이 재발하자 저를 주치의로 여기고 망설임 없이 먼 제주에서 다시 찾아오신 거였어요. 이분 덕분에 그동안 쌓인 피로가 날아가고 제 25년 의사 생활이 다 보상받고 칭찬받는 것 같았어요. 이런 맛에 의사 하는 거죠. 임신에 성공하면 더이상 난임 전문의를 떠올리지 않는 게 보통인데, 이분에게는 제가 가장 중요한 주치의였다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