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인 박수진(가명) 씨는 2년간 8차례나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난소기능에 문제가 없었고 남편의 정자 상태도 양호했다.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자궁선근종 같은 생식기 질환도 없다. 그런데 한 번도 착상된 적이 없다. 그녀는 반복 착상 실패 검사에서도 딱히 이상이 없었다. 배아와 자궁내막을 잘 붙게 해준다는 기술(배아글루, hyaluronic acid)도 해봤고, 착상확률이 높은 배아를 찾아내기 위해 실시간 배아관찰경 시스템도 활용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문경용 아이오라여성의원 원장은 박씨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 IVF를 해도 임신에 거듭 실패하는 ‘반복 착상 실패’ 여성들에게 자궁내막 수용성 분석(ERA) 검사를 고려해보라고 조언한다.

 

‘착상 창문(window of implantation) 시기

 

-임신에 성공하기 위한 3대 조건이 있죠?

건강한 배아(수정란)와 자궁내막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상호작용인데, 이 상호작용에서 아주 중요한 인자가 타이밍이에요. 건강한 배아가 되기 위해서는 염색체 이상이 없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야 하는데, 그건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건강한 정자와 난자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노력하는 것이지 ‘이렇게 하면 된다’는 단정적인 결론은 없어요. 나이가 젊고 건강하면 확률적으로 유리하다는 정도랄까요. 반면, 착상 쪽은 지난 40여 년간 보조생식술 분야에서 비밀을 풀기 위한 엄청난 연구와 노력을 해왔어요. 배란 이후에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착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혀냈고, 그래서 IVF에서 배아 이식 이후에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을 전폭적으로 보충해 주는 겁니다.

 

-배아가 자궁내막에 잘 착상하려면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분비 외에도 여러 가지 요건이 맞아야 하지 않나요.

그렇죠. 배아가 염색체 이상을 일으키지 않고 분열해야 하고, 엄마의 면역세포가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며, 균형 있는 호르몬 환경이 되어야 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배아가 자궁내막에 무사히 파고 들어가는 ‘착상’에 성공해야 한다는 겁니다.

 

-IVF에서는 배아를 타이밍(착상 시기)에 맞춰 자궁 내에 이식하지 않나요.

그렇긴 하죠. 하지만 배아 발달 속도와 자궁내막의 착상 가능 시간 간에 오차가 생길 수 있어요. 착상 가능 시기라고 추정해 배아를 이식해도 그 사람의 자궁내막이 배아를 받아들이는 타이밍이 그때가 아닐 수가 있는 거죠.

 

-자궁내막 입장에서 배아를 받아들이는 순간이 있다는 건가요.

배아는 포배기 후반부에 착상 시도를 해요. 배아가 착상 시도를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자궁내막 입장에서도 배아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시점이 있어요. 이 시기를 ‘착상 창문(window of implantation)’이라고 해요. 대체로 배란일로부터 5~7일째라고 알려져 있죠. 자궁내막이 포배기 배아를 착상하게끔 허용하는 최적의 상태를 ‘자궁내막 수용성’이라고 합니다. IVF 실패를 거듭하는 여성 중에는 자궁내막의 착상 수용성이 잘 안 맞아서인 경우가 꽤 있어요.

 

-IVF에서 배아를 자궁 내로 이식할 때 그 시간에 맞춰서 하는 거 아닌가요.

착상 창문은 교과서상(생리 주기 28일 기준/14일째 배란인 경우)으로는 생리로부터 18~22일째쯤 동안만 열려 있어요. 그때 배아 역시 착상이 가능한 상태의 배아가 자궁 내에 들어와 있어야 해요. 그런데 사람의 몸은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계산에 딱딱 맞을 수가 없어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거죠. 일반적으로는 배아의 발달 속도와 자궁내막의 발달 속도가 일치해서 착상 상태 배아가 되면 자궁내막도 착상 창문이 열려 있는 시기여야 하는데, 착상 창문이 열려 있는 시기가 그때가 아니라면 배아가 괜찮아도 착상 창문이 열려 있지 않아 임신에 실패할 수 있다는 거죠.

 

-자궁내막 수용성 시기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죠.

자궁내막 수용성 분석(Endometrial receptivity assay/ERA) 검사라는 게 있어요. 배란 이후 자궁내막 조직을 떼서 검사하는 거예요. 스페인 ERA 연구소에서 이 검사가 시작되었는데, 54개국 2만4천5백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약 35%가 빨리 열렸다 닫히거나 늦게 열리더라는 겁니다. 그중 약 87%가 착상 시점이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뒤로 밀려있고, 약 13%는 앞으로 당겨져 있었다는 거예요. 착상 창문이 사람마다 다르게 빨리 열리기도 하고, 빨리 닫혀버리기도 한다는 거죠.

 

-교과서적으로 계산해서 배아 이식을 했는데, 당사자의 자궁내막이 배아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아니었다면 많은 노력을 들여 IVF를 한 것이 실패로 돌아가는 거네요.

그렇죠. 그래서 저는 별다른 이유 없이 계속 착상 실패를 거듭(반복 착상 실패)한다면 자궁내막이 배아를 받아들일 최적의 시간이었는가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봐요. 그런 분들에게 ERA 검사를 권하고 있어요. 다음 재도전하는 IVF에서 검사결과를 참고해서 자궁내막 수용 기간을 확인하고 배아 이식을 한다면 임신확률을 좀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거죠.

 

자궁내막 수용성 분석(ERA) 검사의 장단점

 

-ERA 검사는 어떻게 하나요.

생리 2~3일째부터 에스트로겐 호르몬제를 복용해요. 호르몬제를 먹으면 자궁내막이 배란 때처럼 두꺼워지거든요. 충분히 두꺼워지면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제를 시작(주사 또는 질정)하면서 5일 뒤(배란 5일 후와 같은 환경)에 자궁내막 조직을 떼어냅니다. 이 조직에서 236개의 RNA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면 황체호르몬제를 시작한 지 5일째에 그 자궁내막 조직이 ‘착상기 내막(A/수용기)’이었는지, ‘착상 전기 내막(B/사전 수용성)’이었는지, ‘착상 후기 내막(C/사후 수용성)’이었는지를 알 수 있죠. 검사 기간은 약 2~3주 정도 걸려요.

 

-ERA 검사를 바탕으로 IVF를 하려면 냉동 배아 이식밖에 할 수가 없겠네요.

그렇죠. 호르몬제로 검사할 때와 똑같은 환경을 재현해서 배아 이식을 자궁내막 수용성 시기에 배아 이식을 하는 거죠. 만약 황체호르몬제를 복용한 지 5일째가 착상 후기였다면 냉동 배아 이식을 할 때 이식을 조금 앞당기는 거죠.

 

-실제로 해보니 임신율이 높던가요.

비공식적으로 한국에서 2019년에 107케이스를 했어요. 그중에 제가 31케이스를 했고요. 희한하게 자궁내막 수용성 검사에서 수용성이 맞다고 나온 분들도 냉동 배아 이식을 할 때 ERA 검사를 바탕으로 똑같이 이식했더니 성공률이 40% 이상이었어요. 아마도 그 전 시도에서는 황체호르몬 공급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고요, 과배란 주사를 맞아서 자궁내막 수용성이 달라져서 실패했을 수도 있고요, 황체호르몬 5일째가 착상 시기였지만, 배아가 그 시점에 착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그랬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ERA 검사를 통해 착상 시점을 알고 난 후 그 시기에 정확히 착상 상태의 포배기 배아를 이식했더니 40% 이상 성공한 거죠.

 

-ERA 검사의 단점이라면.

비용이 많이 들고, 포배기 배아(수정으로부터 5일째)까지 나온다는 가정하에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 3일째 배아를 이용해서도 할 수는 있지만(이때에는 추정 착상 시기보다 2일 먼저 이식), 착상 시기를 추정해서 하는 거라 효율이 조금 떨어져요. 검사를 위해 한 사이클은 IVF를 하지 못하고 지나가야 하고요. 또 자궁내막 조직을 떼어낼 때 약간의 통증이 있어요.

 

<IVF 5회 이상 실패 시 체크할 사항>

 

1. 면역학적 원인(자연살해세포, 자가항체 등)

2. 혈전 검사

3. 호르몬 이상(갑상선, 프로락틴, 당뇨 등)

4. 해부학적 원인(4cm 이상의 벽내근종, 점막하근종, 자궁용종, 자궁 내 유착 파악, 자궁선근증, 난관수종 등)

5. 만성 자궁내막염 여부(자궁내막조직검사, 특수염색)

6. 자궁내막 수용성 분석 검사(ERA)

7. 남성 요인(정자 상태/PICSI, IMSI)

8. 배양기술력(포배기 배양, 보조부화술, 난자 활성화, 배아 활성화, 공배양)

9. 부부 염색체 확인

10. 생활습관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