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 시술(IVF)에서 임상배아연구원은 정자와 난자를 사람의 몸 밖에서 만나게 하고 수정시키는 일을 한다. 또 수정된 배아를 배양 인큐베이터에 2~5일간 넣어두고 세포분열을 잘하고 있는지 등 수정란(배아)의 상태를 파악하며, 착상률이 높을 것같은 수정란을 엄선해서 의사에게 전달한다. 난임 전문의는 연구원이 건네준 수정란을 자궁에 이식함으로써 IVF를 완료한다.
정미경 서울라헬여성의원 난임의학연구소 소장은 IVF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배양 관련 연구를 30년 넘게 해온 베테랑 배아연구원이다.
배아연구원의 경험치
-수정시도는 채취 후 바로 하나요.
정자와 난자 상태에 따라 달라요. 난자를 채취했는데 과성숙 난자라면 바로 수정시키기도 하고 미성숙 난자라면 체외에서 성숙시킨 후 수정을 시키기도 하고요. 아무 때나 수정하는 게 아니라 난자가 정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수정 가능한 시간에 딱 맞아야 해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 안 됩니다. 오전에 채취된 성숙이 잘 된 난자는 보통 4~6시간 후가 적절한 수정시간이지만 난자에 따라 수정시간이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대부분 오후 1시에서 6시 사이에 수정을 유도합니다.
-배양접시에 정자와 난자를 같이 올려놓아도 수정을 안 하기도 한다고 하던데요.
정자가 안 좋을 때도 그렇고, 난자가 안 좋을 때도 그렇더라고요. 자연수정이 힘든 상태인 거죠. 그런 경우면 자연임신이나 인공수정에서 아무리 타이밍이 잘 맞았어도 임신이 힘들었을 겁니다. IVF가 난임 극복에 큰 힘이 되었던 이유가 바로 체외에서 수정을 가능하게 했다는 겁니다. 자연수정이 안 되면 미세수정(난자 세포질 내 정자 직접 주입술, ICSI)으로라도 수정을 시켜낼 수 있으니까요.
1992년 벨기에 과학자에 의해 시작된 미세수정은 가는 관을 이용해서 정자를 난자 세포질 내로 직접 주입하는 기술이다. 연구원의 숙련된 손기술이 요구되는 중요한 보조생식술의 하나다.
-미세수정은 자연수정이 안 되면 하는 건가요.
미리 결정할 수도 있어요. 정자가 너무 안 좋으면 어쩔 수 없어요. 정자가 서로 많이 뭉쳐있다거나, 운동성이 떨어지거나, 정자의 형태가 너무 안 좋으면 수정 능력이 없을 거라고 판단하고 미세수정을 결정하죠. 환자의 과거 시술 경험을 토대로 결정하기도 하고요. 다른 난임 전문의료기관에서 수정이 잘 안 되었다고 해서 처음부터 무조건 미세수정을 하지는 않아요. 실패했던 원인을 토의하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결정이 달라지기도 해요. 최근에는 성숙도가 높은 정자를 선별하는 히알루론산결합 정자선별 (HB-ICSI)과 고배율 현미경을 통한 정자형태선별(IMSI) 등을 이용한 미세수정을 실시하고 있고, 난자의 방추사의 존재나 위치 등을 확인해 적절한 수정 위치를 찾아서 보다 안전하게 수정을 유도하는 평광현미경 이용 난자선별(Polscope-ICSI) 등도 미세수정에 복합 적용되고 있어요. 이러한 다각도의 적용으로 환자에게 보다 더 적절한 수정방법을 찾고,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임상 결과를 도출하는데 조금씩 진척을 이루고 있어요.
-모든 판단에 있어서 배아연구원들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겠네요.
그럼요. 보조생식술을 행하는 일이 하루아침에는 되지 않아요. 연구원으로 필드에 나오면 제일 먼저 검사법부터 배워요. 정자와 난자는 노출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무한정으로 바라볼 수가 없어요. 정자 검사를 하는 것도 선배 옆에서 같이 보면서 배우는 식입니다. 난자에 대한 경우만 해도 난자 자체의 외부 공기에 대한 노출을 최소로 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로 공부를 하는 것은 어렵고 난자를 시술하며 동시에 공부를 같이 합니다. 모두 적용이 되지 않지만 시술 케이스가 적은 난임 전문의료기관의 배양실이라면 아무래도 배우는 과정이 길어질 수 있겠지요. 반면, 시술 케이스가 많은 난임 전문의료기관의 배양실이라면 직접 해보지 않았더라도 선배로부터 듣고 보고 배우면서 빨리 습득할 수 있고요. 아무래도 생명을 다루는 일이니까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게 가능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지요.
문제는 인큐베이터 안쪽 환경 관리
-IVF에서 수정란 체외배양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체외배양은 최대한 체내와 가장 비슷한 배아 상태를 유지하고, 여러 배아 중에 착상률이 높을 만한 배아를 적절하게 찾기 위해서 하고 있어요. 배아연구원은 세포분열 속도와 배아 속 세포질의 상태, 세포질의 파편화 등으로 배아 성적을 매길 수 있어요. 수정란의 속이 어두운지, 공포(vacuole)인지, 활면소포제 등이 적절히 있는지, 깨끗한지 등을 관찰하고 핵과 핵인의 상태도 봅니다. 수정된 지 3일째가 되면 8세포로 난할이 되는데, 3일 이후부터는 정자 정보까지 반영이 되어서 세포분열에서 배아의 질이 더 확연하게 나타나요. 질이 좋은 배아를 골라야 한다면 5일 포배기까지 가서 골라야 합니다. 3일째보다는 5일째가 배아의 정보를 훨씬 많이 볼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5일 배양을 고집할 수도 없어요. 체외배양이 체내(나팔관 내)만큼 완벽할 수는 없거든요. 체외배양 시간이 길어지면 좋지 않다는 보고도 있어서 난임 전문의료기관에서는 배아 상태를 봐가면서 자궁 내 이식을 결정하고 있어요.
-체외에서 5일까지 견디지 못하는 배아도 많은가요.
그렇죠. 그래서 무조건 5일 배양을 고집할 수 없어요. 체외에서 오래 노출되기보다는 체내에 들어가는 것이 훨씬 안전할 수 있겠다 싶은 배아는 수정된 지 2~4일 만에 자궁으로 이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2일 배양했든 4일 배양했든 이식 후에 임신율 차이는 별로 없더라고요.
-수정란을 배양하는 기계를 배양 인큐베이터라고 하나요.
네. 자궁환경과 비슷한 환경이죠. 배양 인큐베이터는 전국 대부분의 난임 전문의료기관이 비슷한 걸 쓸 겁니다. 문제는 인큐베이터 안쪽 환경 관리죠. 배아가 배양 환경과 조건 때문에 안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요. 좋은 인큐베이터 환경에 정답은 없으나 공기청정기와 비슷한 형태의 필터들을 이용해 공기 중에 있는 안 좋은 물질들을 걸러줘 적절한 배양환경을 만들어주는 배양시스템 이용이 늘어나고 있어요.
-배양은 어떻게 하나요.
정자와 난자를 배양접시에 올려놓고 자연수정이나 미세수정을 시킵니다. 그리고 배양접시를 배양 인큐베이터에 넣어놓아요. 첫날은 밤새 그냥 놔둡니다. 다음날 연구원이 출근해서 수정 확인을 합니다. 난임 전문의료기관 배양실마다 차이가 있는데 매일 인큐베이터를 열어서 배아 상태를 확인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해요.
-아무래도 난임 전문의료기관마다 배양기술력이 차이가 있겠어요.
기술력을 비교할 수는 없죠. 연구원이라면 정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수정이 되었을 때 어떤 배아가 좋은지, 난할이 되었을 때의 배아 상태, 미세수정을 할 때 어떤 정자를 골라야 할지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해요. 배양하는 경험이 부족하면 빠른 판단이 힘들고 미숙할 수 있어요. 또 순간적으로 어떤 걸 처리할 때 긴장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하는 업무가 한 포인트만 늦어도 안 돼요. 정자만 해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움직이는 정자들에서 아주 빨리 건강한 정자를 골라내야 합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수정란을 놓고도 배아의 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고요. IVF에선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면 곤란하거든요. 수정란을 배양할 때 사용하는 배양액도 무엇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배아의 질 달라질 수 있으니까 배양액 결정도 해야 하고요.
태양을 닮은 난자
-난자를 수도 없이 많이 보았을 텐데, 좋은 난자의 특징이 있다면.
썬버스트(sunburst)라고 표현하는데, 좋은 난자는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는 모양처럼 세포가 펼쳐져 있고 가운데가 맑아요. 반면, 안 좋은 난자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이 나요. 40대에도 상태가 좋은 난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분도 있고, 20대인데도 난자가 안 좋은 분들도 있죠. 간혹 난자를 키워서 채취했는데 난자가 없는 공난포가 나올 때가 있어요. 이런 경우 정말 공난포일 수도 있지만 난포 내 성숙 타이밍이 적절하지 못해서 일수도 있거든요. 다음날 다시 뽑아보면 정상적인 난자가 채취되기도 합니다. 미성숙인 채로 뽑으면 물만 나오고 난자가 안 나올 때가 있더라고요. 또 퇴화 난자라고 해서 난자가 거의 죽어서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원래 발달이 잘되지 않을 난포가 호르몬 주사로 키워지거나, 황체호르몬 등이 일찍 작용할 경우 주로 나타납니다. 고령 여성일수록 좀 많은 편이죠.
-최상급 수정란을 잘 골라서 이식했는데도 임신에 성공하지 못할 때도 있나요.
배아의 질도 중요하지만 자궁내막도 중요하니까 그럴 수 있어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세포분열이 느리고 놀라울 정도로 절편화가 되어 있어서 배아 등급을 좋게 매기지 않았는데, 임신이 되었더라고요. 처음엔 좀 이해가 안 갔죠. 그런데 타임랩스 장치를 이용한 배양 관련 연속 관찰 결과를 보니까 분절이 된 세포가 세포분열이 되면서 사라지기도 하더군요. 그 후로는 수정란이 나쁘다고 해도 ‘자궁 내 이식을 못 한다’라는 결정을 아끼게 되었어요. 착상에 대한 답이 수정란 질에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수정란도 좋아야겠지만 자궁내막도 중요합니다. 그동안은 난임 분야에서 수정란에 비해 자궁내막 연구가 적었는데 최근에는 자궁내막의 적절한 이식 시기를 내막조직에 발현되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자궁내막수용성분석 유전자검사방법(ERA)이 적용되어 반복적으로 착상에 실패하시는 분들의 착상 증진에 기여하고 있어요. 착상전유전검사(PGT)를 이용하여 염색체가 정상인 배아를 선별하는 방법은 배아를 일부 손상하는 침습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단계에서 지금은 배양된 배양액을 이용해 배아의 손상이 없는 비침습적 착상전유전검사(ni-PGT)로까지 발전했고요. 물론 이러한 최근의 방법들은 꼭 필요한 분들에게 명확히 확인하고 시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