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난임 치료 기술은 난임 부부가 인공수정이나 IVF 등으로 임신에 이르는 비율이 세계 1위일 정도로 뛰어난 수준이다. 원형재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고통받는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섬세한 감성과 자세가 난임 전문의에게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를 낳지 못하면 무조건 여성을 탓하던 과거 풍조는 많이 사라졌다지만 난임의 고통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더 크고 아프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주특기도 경청이다.

 

-환자와 늘 길게 대화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환자에게 쌓인 스트레스와 울기(鬱氣)를 다 풀어내야 해요. 평소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던 여성이라도 난임 사연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힘들 거예요. 혼자 전전긍긍하다 임신에 실패하면 자괴감에 빠지게 되고 ‘내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인가’라는 두려움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요. 돈을 못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시험 성적이 부진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상처예요. 울분이 쌓이고 좌절감이 계속되면 더 임신이 안 되는 몸이 되어가요. 난임 이유의 상당수가 원인 불명이에요. 특별히 임신 안 될 이유가 없는데 난임인 거죠.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해서 임신이 되는 건 아닐 텐데요.

여성의 몸은 임신이 잘되도록 저절로 호르몬 분비와 대사가 이뤄지는데, 그 과정을 흐트러뜨리는 여러 원인이 주변에 있어요. 환자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거죠. 경청이 의학적 치료 못지않게 큰 역할을 해요. 환자들이 대화를 통해 무의식 속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와 불만족을 발산하면 몸과 마음이 시원해져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임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으로 재정비가 되는 거죠.

 

-스트레스는 과거에도 많았어요. 특히 19~20세기에는 생명에 위협을 받는 전쟁도 겪어야 했고요. 그래도 지금처럼 출산율이 낮지는 않았는데요.

오히려 전쟁 등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와 공포, 두려움이 극에 달하면 수태 의지가 상승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한 상황에 몰리면 도리어 생식기능이 더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실제로 위기 때는 자손을 번식시키려는 의지가 더 강해져요. 여성의 배란도 상황에 따라 극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고요. ‘황체기 배란’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일반적으로 배란기는 생리와 생리 중간 즈음인데, 황체기(배란 이후)에 또 배란되는(한 달에 두 번 배란되는) 일도 있을 수 있어요. 여성의 몸에 위기 상황이 오면 한 번이라도 더 배란을 시키려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거예요. 인간의 몸이 교과서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여성의 몸이 신비하네요.

여성은 신이 만들어낸 작품이에요. 어머니가 되도록 신이 특별한 몸을 만들어주셨어요. 위대하고 경이로워요. 기적을 스스로 만들어냅니다. 마치 신이 여성의 몸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의학적으로 정말 힘든 여성인데 임신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의사가 포기했는데 당사자는 끝까지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노력한 거죠. 의학이 여성에 불굴의 의지와 도전에 굴복할 때가 종종 있어요. 임신의 세계에는 ‘절대로’가 없더라고요. 난임은 있을 수 있어도 불임은 없는 거죠.

 

산부인과와 친해져야

 

-요즘 난임 이유의 50%가 원인 불명이라고 하더군요. 원인이 없다는 건가요,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건가요.

원인이 없는 임신 실패는 없습니다. 원인이 왜 없겠어요. 난임의 원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임신 과정은 교과서보다 더 섬세하고 복잡해요. 임신에 성공하려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야 하고, 수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궁에 착상이 되어야 해요. 물론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려면 몇 가지가 더 갖춰져야 합니다. 배아도 건강해야 하고요. 난임 시술은 임신을 시켜주는 게 아닙니다. 인공수정술은 정자와 난자가 나팔관에서 만나게끔만 해줘요. 반면, IVF는 체외에서 수정까지 해주고요. 보조생식술이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자궁에의 배아 착상 성공은 당사자가 해내야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객관적인 자궁과 배아 상태만으로는 예측하거나 설명할 수가 없어요.

 

-난임 부부의 수가 너무 늘고 있습니다.

늦은 결혼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여성은 35세가 넘으면 수태력이 떨어지거든요. 난소기능 저하, 각종 생식기 내 질환 등 임신 방해 요인이 하나둘씩 생겨요. 하지만 저는 난임 인구가 늘고 있는 이유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분석하고 싶어요. 여성들이 생식기에 이상 징후가 보여도 좀처럼 산부인과에 가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생리 주기가 너무 짧아지거나 길어지면, 또 생리통이 계속 심하면 진찰을 받아야 해요. 심지어 생리를 1년에 서너 번밖에 하지 않는데도 산부인과에 가지 않아요.

 

-솔직히 산부인과를 찾는 게 쉽지는 않죠.

미혼 여성은 그렇다고 쳐도 임신을 기다리는 기혼 여성조차 배란일을 체크하면서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해볼 생각을 하지 않아요. 체온계, 배란 테스트기와 스마트폰 앱만 놓고 계산합니다. 교과서처럼 몸이 간단하지 않은데 그걸 모르는 거죠.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하면 난소에서 난포 사이즈, 자궁내막 두께 등으로 배란일을 정확하게 받을 수 있고 또 다른 임신 방해 요인이 빨리 체크가 될 텐데…, 안타까워요.

 

-일반 산부인과와 난임 전문의료기관의 차이는 뭔가요.

내과에 내분비내과, 소화기내과, 심장내과 등의 파트가 있듯이 산부인과도 난임 전문이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난임 전문의료기관 문턱을 높게 생각하는데, 선입견 때문입니다. 요즘은 35세를 넘겨서 결혼하는 남녀가 많아요. 재혼일 경우 더 고령일 수 있고요. 특히 여성이 35세가 넘었다면 정상적 부부 생활을 6개월간 해보고 임신이 안 되면 바로 난임 전문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합니다. 빠를수록 좋아요. 난임 전문의료기관이라고 해서 무조건 난임 시술을 권하지 않아요. 배란일을 체크하며 자연 임신부터 도와줍니다. 정확한 배란일을 알면 임신이 한결 수월해져요.

 

-요즘 여성들에게 무월경, 희발월경인 경우가 꽤 있던데 원인이 뭔가요.

다낭성난소증후군 때문일 수 있고, 무리하게 체중 감량을 해도 그럴 수 있어요. 우선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아직 정확한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복합성 증세지만, 여성 몸에서 혈당조절 호르몬(인슐린)의 효율이 떨어져 생식호르몬 분비 대사에 이상이 생기고 배란 불균형으로 이어진 상태입니다. 배란 불균형으로 인한 희발월경, 무배란으로 인한 무월경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비만이면서 생리 주기가 길고 다모증, 여드름이 많은 여성이라면 의심해봐야 해요. 생리가 끊어지거나 1년에 서너 번 하거나 생리 주기가 50일 이상이라면 미혼 여성이라도 체크해 봐야 합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자궁근종, 자궁선근종, 자궁내막증 등이 발견되는 사례가 많아요. 심지어 자신이 조기 폐경될 위기의 여성이라는 걸 난임이 되어서야 알게 됩니다. 자궁 모양이 기형적이라는 것도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하기 전에는 알 수가 없는 거죠.

 

자궁 기형

 

-자궁 기형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건가요.

크게 단각자궁, 쌍각자궁, 중격자궁(septate uterus)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중격자궁이 가장 많죠. 자궁내막 안에 격막이 존재해서 마치 자궁 지붕에 막이 쳐 있는 듯한 모양으로, 이는 자궁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외형적으로는 정상이지만 가운데 융합된 조직의 흡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궁내강에 칸막이 같은 벽이 존재하여 생긴 기형입니다. 따라서 자궁이 완전히 둘로 나눠지지는 않았지만 분리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쌍각자궁은 자궁 방이 2개인 거예요. 단각자궁은 작은 자궁(일반 자궁의 절반 이하 사이즈) 방이 하나인 경우고요.

 

-자궁 기형인 경우는 임신이 힘든가요.

쉽지는 않아요. 중격자궁의 경우 자궁내시경을 통해 적절한 치료로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어요. 반면 쌍각자궁과 단각자궁은 임신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아요. 임신해도 유산율, 조산율이 높은 편이에요.

 

-‘임신이 잘되는 몸’이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합니까.

스트레스가 없는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선 혈액순환이 잘되어야 해요. 생식기능은 혈액순환이 기본입니다. 난소와 자궁으로 혈류 공급이 잘되어야 합니다. 너무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자주 걸어야 합니다. 잠도 푹 자고, 몸을 긴장시키지 말아야 해요. 임신을 위해 착상식이니 착상탕이니 하는 걸 유별나게 챙기지 않아도 됩니다. 임신에 집착하는 순간 임신이 더 안 되는 몸이 돼요. 집착하다 보면 우울해져서 생식기능이 더 떨어집니다. 만화영화 여자 주인공들 떠올려보세요. 씩씩하고 용감하잖습니까. 의심 없이 잘 믿고 밝고 낙천적인 환자들이 임신이 잘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