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T-A 검사. 시험관아기시술(IVF)을 준비하는 부부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수정란의 염색체 이상 여부를 확인해 정상 배아만 이식하는 PGT-A(착상 전 배아 염색체 선별검사)는 지난 10여 년간 생식의학의 가장 큰 혁신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다.
요즘 국내에서도 수백만 원의 비용을 들여 검사를 선택하는 부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지금 세계 생식의학계에서는 정반대의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정말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인가."
최근 국제학회와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PGT-A를 ‘모든 IVF 환자의 표준검사’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최신 근거가 축적되면서 의료계의 관심도 “검사를 할 것인가”에서 “누구에게 해야 하는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PGT-A가 착상률을 높이고 유산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과 메타분석에서는 모든 IVF 환자에서 출생아 획득률(Live Birth Rate)을 일관되게 높인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젊은 여성이나 확보된 배아 수가 적은 환자는 검사 과정에서 이식 가능한 배아 자체가 줄어들어 치료 기회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생식의학회(ASRM)와 미국 보조생식기술학회(SART)가 발표한 최신 위원회 의견은 더욱 신중하다.
PGT-A를 모든 IVF 환자의 일률적인 선별검사로 사용하는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으며, 환자의 연령과 병력, 확보된 배아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별 맞춤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도 같은 흐름이다. 유럽생식의학회(ESHRE)는 PGT-A의 임상 적용 기준과 상담 원칙을 정비하면서, 환자 선별과 충분한 설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유럽 전문가들은 PGT-A를 대표적인 ‘IVF 애드온(Add-on)’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며, 충분한 근거 없이 일상적으로 시행하는 관행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PGT-A의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연구들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더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대상은 40세 전후 이상의 고령 여성이다.
여성의 나이가 증가할수록 배아의 염색체 이상 비율은 급격히 높아진다. 일부 연구에서는 고령 여성에서 PGT-A가 유산을 줄이고 이식 효율을 높일 가능성이 제시됐다.
다만 전체 치료주기(cycle) 기준으로 출생아 수가 증가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반복 유산 환자 역시 관심 대상이다. 염색체 이상 배아가 반복적으로 착상과 유산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유산 감소 효과가 보고됐지만, 모든 반복 유산 환자의 출생아 획득률을 높인다는 결정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반복 유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적으로 PGT-A를 권할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반복 착상 실패(RIF)에서도 비슷하다. 과거에는 PGT-A가 해결책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착상 실패의 원인이 자궁내막, 면역, 혈액응고, 배아 발달 등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배아 검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환자가 훨씬 많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생식의학의 흐름은 분명히 바뀌고 있다.
최신 기술을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시대에서 ‘가장 적합한 환자’에게 사용하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PGT-A 여부 자체가 치료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환자의 나이, 난소예비력(AMH), 확보 가능한 배아 수, 반복 유산 여부, 반복 착상 실패 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검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난임 치료는 첨단 기술의 경쟁이 아니라 적절한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는 의학으로 진화하고 있다.
PGT-A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때 ‘하면 성공률이 올라가는 검사’로 홍보됐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누구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가’를 따지는 근거 중심 치료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 이 기사는 국제학술지 ‘랜싯 산부인과·여성건강(The Lancet Obstetrics, Gynaecology & Women's Health)’에 발표된 최신 연구와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 호주 ABC뉴스, 멜버른대학교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