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자궁근종 진단을 받은 여성들이 가장 먼저 듣는 말은 대개 비슷하다.
“근종이 많아서 임신이 쉽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실제 난임 치료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적지 않게 나타난다. 한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유받았는데 다른 병원에서는 곧바로 시험관아기시술(IVF)을 진행하고, 놀랍게도 임신에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같은 MRI와 초음파 영상을 보고도 왜 판단이 달라지는 것일까.
다발성 자궁근종은 난임 치료에서 가장 많은 오해와 논란이 존재하는 질환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는 근종의 숫자보다 그것을 해석하는 의사의 경험과 판단력이 임신 성공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시니어 난임의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자궁근종은 자궁 근육층에 발생하는 양성종양이다. 여성의 나이가 증가할수록 유병률도 높아져 40세 전후 여성의 절반 이상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문제는 많은 환자가 ‘근종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생식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것은 근종의 존재가 아니라 위치와 영향력이다.
자궁 안쪽을 향해 자라는 점막하근종은 작은 크기라도 착상을 방해할 수 있지만 자궁 바깥쪽으로 자라는 장막하근종은 상당히 커도 임신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근종 수십 개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의 눈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근종이 몇 개냐가 아니라 배아가 착상해야 할 공간을 침범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다발성 자궁근종의 어려움이 시작된다.
근종이 하나라면 비교적 판단이 쉽다. 그러나 여러 개의 근종이 동시에 존재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궁 안쪽을 살짝 누르는 근종이 여러 개 있는지, 자궁강이 변형됐는지, 자궁내막 혈류는 유지되는지, 향후 임신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실제로 반복 착상 실패 환자들을 분석해 보면 배아의 질보다 자궁 환경이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 반대로 근종이 수십 개 있어도 정상 임신과 출산에 성공하는 사례 역시 존재한다. 결국 숫자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현실에서 두 가지 극단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하나는 근종이 보이면 무조건 수술부터 권하는 접근이다.
임신을 기다리는 난임여성 입장에서는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치료처럼 들린다. 하지만 다발성 근종 수술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여러 개의 근종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정상 자궁근육이 손상될 수 있고 수술 후 유착이나 자궁벽 약화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38세 이후 난임 환자에게는 수술과 회복에 소요되는 수개월 자체가 치명적인 손실이 될 수 있다. 난소의 시간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임신을 방해한다면 과감히 제거
반대의 극단도 있다.
근종은 흔한 질환이니 그냥 시험관아기 시술부터 하자는 접근이다. 이것 역시 위험할 수 있다. 자궁강을 변형시키는 점막하근종이나 일부 근층내근종은 반복 착상 실패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환자는 여러 차례 배아를 이식하면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시간과 비용만 잃게 된다. 결국 수술만능주의도 문제이고 무조건적인 방치도 문제다.
IVF 경험이 많은 의사들은 근종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
이들의 관심은 근종의 개수가 아니다. 어떤 근종이 착상을 방해하는지, 어떤 근종은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되는지를 구분하는 데 있다.
실제 고난도 난임 환자를 많이 치료하는 의료진일수록 MRI와 3차원 초음파, 자궁경 검사 등을 종합해 임신을 방해하는 ‘진짜 원인’을 찾는 데 집중한다.
근종이 열 개 있어도 그대로 IVF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단 하나의 작은 근종 때문에 수술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크기나 개수가 아니라 위치와 기능적 영향이다.
난임 치료의 목표는 근종을 깨끗하게 없애는 것이 아니다. 임신과 출산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치료 목표가 뒤바뀐다.
환자는 근종 제거에 집중하다가 가장 소중한 시간을 잃는다. 특히 40세 전후 여성에게 시간은 단순한 달력이 아니다. 난자의 질과 수를 결정하는 생식 능력 그 자체다. 근종 제거술만 하고 회복하는 동안 난소는 한 살 더 늙는다.
최근 국제 생식의학 가이드라인이 강조하는 방향도 같다. 근종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근종을 치료하라는 것이 아니라 임신을 방해하는 근종만 선별적으로 치료하라는 접근이다.
결국 다발성 자궁근종 환자의 IVF 성공률은 근종의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자궁을 보고도 어떤 의사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어떤 의사는 즉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 판단의 정확성이 임신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발성 자궁근종 난임 치료의 본질은 근종과의 전쟁이 아니다. 수많은 근종 가운데 과연 어느 근종이 임신의 길을 막고 있는지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결국 환자가 만나야 하는 것은 근종을 가장 많이 제거한 의사가 아니라, 근종 때문에 수많은 IVF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무엇을 제거하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아는 의사다.
다발성 자궁근종에서 진짜 변수는 근종의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 속에서 임신의 가능성을 읽어내는 의사의 눈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