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을 받는 환자에게 ‘5일 배아’, 즉 배반포는 하나의 목표처럼 여겨진다. 수정란을 배양실에서 5일가량 키워 배반포 단계까지 살아남은 배아를 골라 이식하면 착상 가능성이 높은 배아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난임 치료 현장에서는 2~3일째 분할기 배아보다 5일째 배반포를 이식하는 방식이 널리 사용된다. 그런데 수정란이 딱 하나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가 던진 질문은 아주 현실적이다. “수정란이 하나밖에 없는데도 꼭 5일까지 키워야 할까.”
호주·뉴질랜드의 실제 IVF 치료 자료를 이용해 첫 시험관아기시술에서 수정란이 단 하나만 만들어진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예상 생아출산율은 수정 후 약 3일째 분할기 단계에서 이식한 경우 12.5%, 5일째 배반포 단계에서 이식한 경우 10.1%로 나타났다. 계산상 분할기 배아를 일찍 이식한 쪽의 생아출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약 24% 높았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여성의 나이가 올라갈수록 차이가 커졌다는 점이다. 연구모형에 따르면 35세에서는 분할기 이식의 생아출산 상대위험이 배반포 이식보다 1.34배 높았고, 40세에서는 1.51배까지 올라갔다. ‘5일 배아가 더 좋다’는 공식이 모든 환자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평소 배반포 배양의 장점은 분명하다. 여러 개의 수정란 가운데 어떤 배아가 5일까지 잘 자라는지를 지켜보면서 발달 능력이 좋은 배아를 골라낼 수 있다. 배아가 여러 개 있다면 일종의 ‘선발 과정’이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수정란이 하나뿐이면 이 논리가 달라진다. 경쟁시킬 배아도, 골라낼 배아도 없다. 하나뿐인 수정란을 5일까지 배양하다가 중간에 성장이 멈추면 이식할 배아 자체가 사라진다. 반면 2~3일째 자궁 안으로 옮긴다면 적어도 이식 기회는 확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배아가 열 개라면 5일까지 키우면서 가장 잘 자라는 배아를 찾는 전략이 의미가 있지만, 배아가 하나라면 ‘최고의 배아를 고른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배양실에서 며칠을 더 기다리는 것이 환자에게는 ‘이식할 기회를 잃을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난소예비력이 떨어져 매번 한두 개의 난자밖에 얻지 못하는 고령 환자나 저반응군에게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채취한 난자가 하나, 수정된 배아도 하나라면 환자에게 그 배아는 단순한 ‘1개’가 아니다. 한 번의 과배란과 주사, 난자채취를 거쳐 어렵게 얻은 사실상 유일한 기회다.
그동안 IVF에서는 “배반포까지 가는 배아가 좋은 배아”라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 배반포까지 자란 배아가 착상률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연구도 많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배아 하나의 ‘이식당 성공률’만 볼 것이 아니라, 배양 도중 배아를 잃어 이식 자체를 못 하는 경우까지 포함해 처음 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결과를 곧바로 “배아가 하나면 무조건 3일 배아로 이식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번 연구는 환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에 나눠 비교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호주·뉴질랜드의 실제 치료 데이터를 이용해 무작위시험과 비슷한 조건을 재현한 ‘표적 임상시험 모사 연구’다. 배아의 형태나 환자의 건강 상태, 병원의 배양 전략 등 자료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IVF에서 ‘5일 배아가 더 좋다’는 원칙이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배아가 여러 개 있는 환자에게 5일 배양은 좋은 배아를 선별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수정란이 단 하나뿐인 환자에게는 그 며칠이 오히려 이식 기회 자체를 걸고 하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3일 배아가 좋으냐, 5일 배아가 좋으냐’라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환자의 나이와 난소예비력, 수정란 수, 이전 배아 발달 기록, 배양실의 성적까지 고려해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정란이 하나밖에 없는 환자에게 배아 하나는 통계 속의 ‘배아 1개’가 아니다. 어쩌면 그 주기에서 얻을 수 있는 단 한 번의 이식 기회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