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기능저하 진단을 받고 시험관아기(IVF)를 시작한 여성들의 처방전을 보면 과배란 주사 외에도 여러 약과 영양제가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DHEA를 복용하면서 코엔자임Q10(CoQ10), L-아르기닌까지 챙기는 식이다. 병원에 따라서는 테스토스테론이나 다른 보조요법을 추가하기도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여러 가지를 함께 쓰면 난자가 더 잘 자라고 좋은 난자를 얻을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아닐까”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를 들여다보면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일부 보조요법에서 채취 난자 수나 성숙난자 수, 임상임신율이 좋아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이 효과가 실제 생아출산 증가로까지 이어진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치료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난소기능저하 치료에서 ‘난자가 조금 더 나왔다’는 결과와 ‘아기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결과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난소기능저하, 과배란 주사만 세게 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난소기능저하 여성에게 여러 보조요법이 사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난소 안에 이번 주기 성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초난포 자체가 적다면 FSH 용량을 계속 높인다고 난포 수가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는다. 150IU를 투여했을 때 난자 두 개가 나왔다고 해서 300IU를 쓰면 네 개가 나오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의료진은 과배란 주사의 용량을 높이는 것 외에 다른 길을 찾는다. 성장호르몬은 난포가 FSH에 반응하는 과정을 돕고, DHEA는 난소 안의 안드로겐 환경을 바꾸며, CoQ10은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를 돕고, L-아르기닌은 혈류를 개선할 가능성을 기대하는 식이다.
이들 치료가 겨냥하는 곳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이미 난소에 존재하는 난포가 자라는 환경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새로운 난자를 만들어내는 치료는 아니다.
성장호르몬, 가장 많이 연구됐지만 결론은 아직
난소 저반응 여성에게 가장 많이 거론되는 보조치료 가운데 하나가 성장호르몬(GH)이다. 성장호르몬은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을 비롯한 여러 경로를 통해 난포를 둘러싼 과립막세포의 기능과 FSH 반응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최근 연구들을 보면 성장호르몬은 꽤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여러 무작위대조시험과 메타분석에서 성장호르몬을 추가한 저반응 여성에게서 채취 난자 수와 성숙난자 수, 이식 가능한 배아 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고 일부 분석에서는 임상임신과 생아출산도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연구마다 저반응 환자를 정의하는 기준과 성장호르몬 용량, 투여 시점, 과배란 방법이 제각각이라는 점이 문제다. 연구 대상 규모도 충분히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유럽인간생식배아학회(ESHRE)는 최신 난소자극 가이드라인에서 저반응 여성에게 성장호르몬을 일률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효과 가능성은 있지만 모든 난소기능저하 여성에게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표준치료라고 보기에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DHEA, ‘난소 회춘’ 기대 컸지만 연구 쌓이자 분위기 달라져
DHEA는 한때 난소기능저하 여성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보조요법 가운데 하나다. 부신에서 만들어지는 안드로겐 계열 호르몬인 DHEA를 투여하면 난포 주변의 안드로겐 환경이 개선되고 난포가 FSH에 더 잘 반응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초기 관찰연구에서는 난자 수와 임신율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잇따르면서 DHEA가 마치 난소 기능을 되돌리는 약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작위대조시험이 쌓이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DHEA를 사용한 여성에서 채취 난자 수나 성숙난자 수, 임상임신율이 조금 좋아졌다는 연구도 있었지만 전체 연구를 종합했을 때 생아출산율을 확실하게 높였다고 보기 어려웠다.
최근 ESHRE 가이드라인이 저반응 여성에게 DHEA를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이 사용됐던 치료라고 해서 근거가 가장 탄탄한 치료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CoQ10이 오히려 눈에 띈다
최근 난소기능저하 보조요법 연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코엔자임Q10이다. CoQ10은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난자는 인체에서 에너지 소모가 많은 세포 가운데 하나다. 수정 이후 배아가 분열하고 발달하는 과정에서도 미토콘드리아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난자의 노화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꾸준히 연구돼 왔다.
최근 난소예비력 저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시험들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CoQ10을 사용한 여성에서 채취 난자 수가 증가하고 임상임신율도 높아지는 방향이 나타났다. 특히 난자가 한두 개밖에 나오지 않는 여성에게 평균 한 개 정도의 난자 증가도 임상적으로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CoQ10 역시 아직 결정적인 답은 아니다. 연구 대상자가 많지 않고 연구마다 복용량과 복용 기간이 달라 생아출산 효과까지 확정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 현재로서는 “근거가 비교적 긍정적인 방향으로 쌓이고 있는 보조요법”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L-아르기닌은 이론은 좋은데 연구는 많지 않다
L-아르기닌은 산화질소(NO)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아미노산이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난소와 난포 주변의 혈류를 개선하면 난포에 산소와 영양분이 더 잘 공급되고 난포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가설이 나왔다.
오래전 소규모 임상시험에서는 L-아르기닌을 사용한 저반응 여성에게서 난소 혈류와 난포 반응이 좋아지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성장호르몬이나 DHEA처럼 대규모 임상시험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다. 특히 임신이나 생아출산을 주요 결과로 삼은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L-아르기닌을 먹으면 난자가 더 잘 자란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혈류가 좋아지면 난자도 좋아질 것’이라는 설명은 생물학적으로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임신과 출산까지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여러 가지 한꺼번에 쓰면 무엇이 효과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
임상에서는 성장호르몬 하나만 쓰거나 CoQ10 하나만 먹는 경우보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첫 채취에서 난자 한 개가 나왔던 여성이 다음 주기부터 성장호르몬과 DHEA, CoQ10, L-아르기닌을 모두 시작하고 과배란 주사까지 바꿨는데 이번에는 난자가 세 개 나왔다고 해보자.
환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번에 추가한 약들이 효과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성장호르몬이 작용했을 수도 있고, 과배란 주사를 바꾼 것이 영향을 줬을 수도 있으며, 그 달 우연히 출발한 기초난포가 더 많았을 수도 있다.
난소는 매달 똑같은 출발선을 갖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난소기능저하 보조요법의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가 어렵다. 난자가 늘었다고 ‘난자 질’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난소기능저하 여성들이 가장 조심해서 받아들여야 하는 표현이 ‘난자 질 개선’이다. 채취 난자 수가 늘었다는 것은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성숙난자가 몇 개였는지, 수정된 배아가 몇 개였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난자의 질이라는 말은 훨씬 복잡하다.
성장호르몬이나 DHEA, CoQ10 등을 사용한 뒤 좋은 배아가 늘었다는 연구가 있더라도 그것이 난자의 염색체 이상을 줄였다거나 난자의 노화를 되돌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여성의 나이가 증가하면서 높아지는 난자 염색체 이상을 이들 보조요법이 확실하게 감소시킨다는 임상 근거는 아직 없다. 그래서 난임 연구에서 마지막까지 확인해야 하는 지표는 결국 생아출산이다. 난자 수가 늘고 수정률이 좋아지고 배아가 더 생겨도 실제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치료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난자를 새로 만드는 약’은 아직 없다
난소기능저하 여성이 여러 보조치료를 시작할 때 가장 분명히 알아둬야 할 사실도 있다. 성장호르몬과 DHEA, CoQ10, L-아르기닌 어느 것도 고갈된 난소에서 새로운 난자를 만들어내는 치료는 아니다.
이미 난소 안에 존재하는 난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호르몬 반응이나 에너지 대사, 혈류 같은 주변 환경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만들어보는 치료다.
따라서 AMH가 매우 낮고 기초난포가 한두 개밖에 보이지 않는 여성에게 여러 약을 한꺼번에 사용한다고 갑자기 열 개의 난자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난소기능저하 치료의 기본은 여전히 그 주기에 보이는 기초난포 수와 나이, AMH, 이전 과배란 반응을 함께 보고 적절한 자극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왜 의사들은 계속 이런 치료를 시도할까
그렇다고 여러 보조요법을 사용하는 의료진의 선택을 단순히 근거 없는 처방이라고 볼 수도 없다.
난소기능저하 여성은 선택할 수 있는 치료가 많지 않다. 특히 여러 차례 과배란을 했는데도 난자가 한두 개밖에 나오지 않는 여성에게는 난자 한 개가 늘어나는 것조차 의미가 클 수 있다.
성장호르몬처럼 일부 연구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반복해서 나타나는 치료를 환자의 과거 반응과 연령, 난소예비력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사용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환자에게는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하다.
성장호르몬이나 DHEA, CoQ10, L-아르기닌은 현재 난소기능저하 치료에서 모두 같은 수준의 근거를 가진 약이 아니다.
성장호르몬은 비교적 많은 연구가 있지만 결과가 엇갈리고, DHEA는 최신 가이드라인에서 일상적 사용을 권하지 않으며, L-아르기닌은 임상시험 자체가 적다. CoQ10은 최근 연구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결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역시 생아출산 효과를 확정하기에는 이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나 많이 먹느냐’가 아니다.
내가 복용하거나 맞고 있는 약이 효과가 확립된 치료인지, 아직 가능성을 기대하며 사용하는 보조치료인지를 알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자를 잘 자라게 한다는 약은 많다. 하지만 2026년 현재 난임의학이 아직 찾지 못한 것은 누구에게나 난자의 질을 높이고 생아출산 가능성까지 확실하게 끌어올리는 하나의 약이다.
그래서 난소기능저하 치료의 다음 질문은 “무엇을 더 추가할까”가 아니라 “이 치료가 어떤 여성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를 가려내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