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ChatGPT, OpenAI)을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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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이 발견됐는데 앞으로 임신도 해야 한다. 의사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면 머릿속에는 곧바로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

‘근종을 떼어내야 하나’

수술하면 자궁에 흉터가 남지 않을까’

‘하이푸로 치료하면 임신하는 데 문제가 없을까.’

특히 난임 치료를 앞둔 여성이라면 문제는 더 복잡하다. 근종을 치료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치료가 이후 임신과 출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참고할 만한 장기 추적 연구가 나왔다.

고강도집속초음파, 이른바 하이푸(이하 HIFU) 치료를 받은 여성과 ​복강경 근종절제술을 받은 여성을 5년 동안 따라가 봤더니 재발과 재치료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HIFU 치료군의 5년 누적 임신율은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만으로 HIFU가 복강경 수술보다 우월하다고 결론내릴 수는 없다고 봤다.

 

개복수술 하지 않고 근종을 치료한다?

 

자궁근종은 자궁 근육층에 생기는 양성 종양이다. 작고 증상이 없다면 지켜볼 수도 있지만 근종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생리량 증가와 빈혈, 통증을 일으킬 수 있고 일부에서는 임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게 흔히 고려되는 치료법 가운데 하나가 ‘근종절제술’이다. 말 그대로 자궁은 남겨두고 근종만 떼어내는 수술이다. 이번 연구가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은 배에 작은 구멍을 내 수술기구를 넣어 근종을 제거하는 복강경 근종절제술이었다.

HIFU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피부를 절개해 근종을 떼어내는 대신 몸 밖에서 강한 초음파 에너지를 근종 한곳에 집중시켜 열을 발생시키고 근종 조직을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쉽게 말하면 ‘칼로 떼어내느냐, 초음파 에너지로 근종을 죽이느냐’​의 차이다.

그렇다면 임신해야 하는 여성에게 두 방법의 장기 성적표는 어떻게 달랐을까.

 

332명을 5년 따라갔더니…임신율 59.9% 대 50.6%

 

연구진은 증상이 있는 가임기 자궁근종 여성 332명을 분석했다. 172명은 HIFU 치료를 받았고 160명은 복강경 근종절제술을 받았다. 대상자들은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치료를 받았으며 연구진은 2024년 말까지 5년간 결과를 추적했다.

단순히 두 집단의 숫자만 비교하지도 않았다. HIFU를 선택하는 여성과 수술을 선택하는 여성은 처음부터 나이나 근종의 크기, 위치 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가 결과를 왜곡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나이와 체질량지수(BMI), 근종의 크기와 위치, 치료 전 임신 관련 상태 등을 맞춰 비교하는 ‘성향점수매칭’이라는 통계 방법을 사용했다.

결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임신이었다.

5년 동안의 누적 임신율은 HIFU 치료군 59.9%, 복강경 근종절제술군 50.6%​였다. 통계적으로도 차이가 있었다. 연구진이 시간에 따른 임신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HIFU군의 임신 발생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HR 1.28, 95% CI 1.01~1.63).

하지만 여기서 ‘HIFU를 하면 임신이 더 잘된다’고 바로 결론내리면 곤란하다.

이번 연구는 환자를 무작위로 HIFU와 수술에 배정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이미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를 뒤에서 추적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다. 성향점수매칭으로 두 집단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지만 연구자가 측정하지 못한 차이까지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임신만이 아니다…실제 출산 결과는 어땠나

 

임신이 됐다고 끝은 아니다. 난임 환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임신을 유지해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느냐다.

이 부분에서는 두 치료법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임신한 여성 가운데 생아출산율은 HIFU군 72.1%, 복강경 수술군 68.4%​였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유산율 역시 각각 19.2%와 22.8%로 차이가 없었다.

조산은 8.7% 대 10.3%, 제왕절개율은 42.3% 대 45.6%로 역시 통계적으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걱정하는 자궁파열은 두 집단 모두에서 보고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가장 조심스럽게 읽는 방법은 ‘HIFU가 수술보다 출산 성적이 좋았다’가 아니라 ‘5년간 관찰했을 때 HIFU 치료 후에도 복강경 근종절제술과 비교해 출산·유산 등 주요 산과적 결과가 나빠지는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다’ 정도다.

 

“근종 다시 생기면 어떡하죠?”…5년 재발도 비교

 

젊은 여성에게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재발이다. 당장 치료가 잘돼도 몇 년 뒤 근종이 다시 생겨 또 치료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구진이 5년 동안 근종 재발과 추가 치료 여부를 분석한 결과 두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재발과 재치료 위험을 비교한 위험비는 1.31이었지만 신뢰구간이 0.47~3.65로 넓었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즉 이번 연구에서는 ‘HIFU를 받으면 근종이 훨씬 많이 재발한다’거나 반대로 ‘수술보다 재발이 적다’고 말할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AMH는? 난소기능에도 차이 없었다

 

난임 환자라면 이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연구진은 두 치료를 받은 뒤 여성호르몬과 난소기능에 변화가 생기는지도 살폈다. 난소에 남아 있는 난자의 양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흔히 사용하는 AMH(항뮐러관호르몬)​를 비롯해 FSH, LH, 프로락틴(PRL)을 반복 측정했다.

5년 동안 이들 호르몬 수치가 변하는 양상을 비교했지만 HIFU군과 복강경 수술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적어도 이번 연구에서는 HIFU와 복강경 근종절제술 가운데 어느 한쪽이 장기간 난소기능을 더 크게 떨어뜨렸다는 신호는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삶의 질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치료 1년 뒤 일부 신체기능 점수에서는 HIFU군이 낮았지만 5년에 걸친 변화 전체를 분석하자 통증, 활력, 사회적 기능, 전반적 건강 등 여러 항목에서 HIFU군의 개선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난임 환자는 HIFU를 선택하면 될까

“앞으로 임신할 건데 근종이 있습니다. 그럼 수술 대신 HIFU를 하면 되나요?”

이번 연구만으로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자궁근종은 모두 같은 근종이 아니다. 자궁 안쪽 공간을 밀고 들어오는지, 자궁 근육층 깊숙이 자리 잡았는지, 자궁 바깥쪽으로 자랐는지에 따라 임신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근종의 크기와 개수, 위치, 자궁내막 변형 여부뿐 아니라 여성의 나이와 난소예비력, 난임 원인, 자연임신을 시도할지 IVF를 계획하고 있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는 무작위 임상시험이 아니다. HIFU 치료를 받은 여성과 복강경 수술을 받은 여성을 5년간 비교한 관찰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59.9%와 50.6%라는 숫자만 놓고 ‘HIFU가 임신에 더 좋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의미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궁근종 치료를 앞둔 가임기 여성에게 선택지가 반드시 ‘근종을 수술로 떼어내느냐 마느냐’ 두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장기 자료가 하나 더 쌓였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임신해야 하는 여성에게 근종 치료의 성적표는 근종이 얼마나 줄었는지만으로 매길 수 없다.

치료가 끝난 뒤 임신할 수 있었는지, 아이를 무사히 낳았는지, 근종이 다시 생기지는 않았는지, 난소기능은 유지됐는지까지 봐야 한다. 이번 연구가 5년 동안 따라가 확인하려 했던 것도 바로 그 질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