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치료를 시작하면 엽산을 챙기고 술과 담배를 줄이고 체중을 관리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놓치기 쉬운 생활습관이 있다. 바로 ‘잠’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수면이 단순히 피로를 푸는 시간을 넘어 남성의 정자 상태부터 여성의 배아 착상과 임신에 이르기까지 생식건강과 연관될 가능성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잠을 잘 자는 것이 실제 임신 가능성과도 관계가 있을까.

 

너무 적게 자도, 너무 많이 자도…정자 상태 달랐다

 

남성에서는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이 정액 지표와 관련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6년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에 발표된 북미 연구에서는 임신을 준비하는 남성 690명에게서 얻은 정액 샘플 1247개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수면시간과 수면 문제의 빈도, 주관적인 수면의 질을 조사한 뒤 정액량과 정자 농도, 총정자수, 운동성 등을 비교했다.

결과는 ‘많이 잘수록 좋다’는 식으로 단순하지 않았다.

하루 7~8.9시간 자는 남성과 비교했을 때 6시간 미만으로 자는 남성은 정액량과 정자 농도, 총정자수, 총운동정자수 등이 전반적으로 낮은 방향을 보였다. 반대로 하루 9시간 이상 자는 경우에도 일부 정자 지표가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PSQI)’로 평가했을 때 수면의 질이 나쁜 남성은 수면 상태가 좋은 남성보다 정자 농도가 평균 18.1%, 총정자수가 19.2%, 총운동정자수가 16.3% 낮았다. 이 가운데 정자 농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수면시간만큼 ‘어떻게 자느냐’도 남성 생식건강과 관련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여성은 어떨까…IVF·ICSI 여성 9902명 분석

 

여성에서도 수면과 난임치료 결과의 관계를 살펴본 대규모 분석이 나왔다.

2026년 ‘BMC 임신과 출산(BMC Pregnancy and Childbirth)’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서는 IVF(체외수정) 또는 ICSI(난자세포질내 정자주입술)를 받은 여성 9902명이 포함된 14개 전향적 연구를 종합했다.

연구진은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포함한 수면호흡장애 등을 살펴보고 난자 채취와 수정, 배아의 질, 착상, 임상적 임신, 생아출산 결과와 비교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수면호흡장애였다.

수면호흡장애가 있는 여성의 임상적 임신 오즈는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낮았으며 통합 오즈비(OR)는 0.52였다. 생아출산에서도 OR 0.47로 낮게 나타났다.

쉽게 말하면 수면 중 호흡에 문제가 있는 여성에서 IVF·ICSI 이후 임신과 출산 결과가 좋지 않은 연관성이 관찰됐다는 의미다.

다만 이것을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IVF에 실패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대부분 관찰연구를 종합한 결과이기 때문에 수면장애와 난임치료 결과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잘 자는 여성, 배아 착상 가능성도 높았다

 

또 다른 메타분석은 수면시간보다 ‘수면의 질’에 초점을 맞췄다.

2026년 ‘산부인과학 기록(Archives of Gynecology and Obstetric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보조생식술을 받은 여성을 대상으로 수면의 질과 치료 결과를 분석한 기존 연구들을 종합했다.

임상적 임신을 분석할 수 있었던 8개 연구, 총 6754명을 분석한 결과 좋은 수면의 질은 높은 임상적 임신 가능성과 연관됐다. 통합 OR은 1.53이었다.

배아 착상을 분석한 3개 연구에서도 좋은 수면 상태는 높은 착상 가능성과 관련됐으며 OR은 1.41이었다.

그러나 임신에서 출산까지 결과가 그대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생아출산을 분석한 연구는 2개에 불과했고 좋은 수면과 생아출산 사이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OR은 0.84였으며 95% 신뢰구간도 0.44~1.61로 넓었다.

 

‘잠이 난임 치료제’라는 의미는 아니다

 

세 연구가 가리키는 방향은 비슷하다.

남성에서는 좋지 않은 수면과 낮은 정액 지표 사이의 연관성이 나타났고, 여성에서는 수면장애와 IVF·ICSI 결과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됐다. 또 좋은 수면의 질은 배아 착상과 임상적 임신 가능성이 높은 것과 관련돼 있었다.

수면과 생식기능이 연결되는 생물학적 설명도 가능하다. 수면 부족과 생체리듬의 교란은 호르몬 조절과 대사기능, 염증, 스트레스 반응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정자 생성이나 여성의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잠을 잘 자면 임신 성공률이 올라간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현재 연구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연관성’이다. 하루 7~8시간 자면 정자가 좋아진다거나 숙면을 하면 배아가 더 잘 착상한다고 직접 입증한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다. 나이와 체중, 스트레스, 생활습관, 기저질환 등 수면과 생식기능 양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수면을 가볍게 볼 이유도 없다. 난임 치료에서 수면은 특별한 시술이나 약물이 아니라 일상에서 관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건강 요소다.

특히 반복적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심한 코골이, 자다가 숨이 멎는 듯한 증상, 낮 시간의 심한 졸림 등 수면무호흡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단순한 피로나 습관으로 넘기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현재 연구가 말해주는 것은 ‘많이 자면 임신이 잘 된다’가 아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적절하고 질 좋은 수면은 생식건강을 관리하는 기본적인 생활습관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첫 번째 연구는 2026년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에 발표된 ‘북미 임신 준비 남성의 수면 건강과 정액의 질(A North American preconception study of sleep health and semen quality)’입니다. 남성 690명, 정액 샘플 1247개를 분석했습니다. DOI 10.1093/humrep/deaf228, PMID 41330355입니다.

두 번째 연구는 2026년 국제학술지 ‘BMC 임신과 출산(BMC Pregnancy and Childbirth)’에 발표된 ‘IVF·ICSI 여성의 수면장애와 보조생식술 결과(Sleep disturbances and assisted reproduction outcomes in women undergoing IVF/ICSI)’입니다. 여성 9902명이 포함된 14개 연구를 분석했습니다. DOI 10.1186/s12884-026-08808-9, PMID 41709190입니다.

세 번째 연구는 2026년 국제학술지 ‘산부인과학 기록(Archives of Gynecology and Obstetrics)’에 게재된 ‘수면의 질과 보조생식술 결과의 연관성(Associations between sleep quality and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 outcomes)’입니다. 임상적 임신 분석에는 8개 연구 6754명이 포함됐습니다. DOI 10.1007/s00404-025-08241-x, PMID 41606172입니다.

 

※ 이 글은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임신 가능성이나 난임 치료 결과를 예측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