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배아를 해동할 때 여러 단계의 용액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는 기존 방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동 과정을 사실상 한 단계로 줄였는데도 배아 생존율은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기존 방식보다 높았다.

영국 연구진은 15개 난임센터에서 냉동 보관된 배반포(blastocyst) 3887개를 대상으로 기존 표준 해동법과 ‘원스텝 워밍(one-step warming·OSW)’ 방식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9월 28일 국제학술지 ‘생식생명의학 온라인(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RBMO)’에 온라인 게재됐다.

 

여러 단계 거치던 냉동배아 해동…왜 복잡했나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배아를 냉동할 때는 현재 유리화 동결(vitrification)이 널리 사용된다. 물이 얼음 결정으로 변하면서 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배아를 매우 빠른 속도로 얼려 유리처럼 고체화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다시 배아를 녹이는 과정이다. 기존 표준 해동법(standard warming·SW)은 배아 내부에 들어간 동결보호제(cryoprotectant)를 갑자기 제거할 경우 삼투압 변화로 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여러 단계에 걸쳐 농도를 낮추도록 설계돼 있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기존 방식도 해동액(thawing solution)에서 1분, 희석액(dilution solution)에서 3분, 세척액(washing solution)에서 5분을 거친 뒤 다시 다른 세척액에서 1분간 처리하고 배양액으로 옮겼다. 여러 용액을 순차적으로 거치는 데 약 10분이 필요한 셈이다.

연구진이 비교한 원스텝 방식은 훨씬 단순했다. 냉동배아를 해동액에서 1분간 처리한 뒤 중간 희석·세척 단계를 생략하고 곧바로 배양액으로 옮겼다. 말 그대로 여러 단계의 해동 과정을 사실상 한 단계로 압축한 것이다.

 

생존율 95.9%→97.7%…오히려 1.9%포인트 높았다

 

결과는 예상보다 흥미로웠다. 총 3887개의 5일 또는 6일 배반포를 해동한 결과 기존 표준 방식에서는 1987개 가운데 1905개가 생존해 생존율이 95.9%였다.

반면 원스텝 방식에서는 1900개 가운데 1857개가 생존해 97.7%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절대 차이는 약 1.9%포인트였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했다(P=0.013). 연구진이 제시한 상대위험도(RR)는 1.019, 오즈비(OR)는 1.86이었다.

특히 기존 해동법의 배아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난임센터에서 원스텝 방식으로 전환한 뒤 개선 효과가 두드러지는 경향도 관찰됐다.

다만 여기서 ‘97.7%’를 임신 성공률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 수치는 냉동배아를 해동한 뒤 살아남은 비율이다. 해동 후 살아남은 배아가 실제 자궁에 착상하고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임상임신율 44.7% 대 41.2%…출산율은 사실상 같았다

 

그렇다면 해동 과정을 이렇게 크게 줄여도 임신과 출산에는 문제가 없었을까.

연구진은 임상 결과를 비교할 때 냉동 당시 여성의 나이가 38세 미만이고, 착상전유전검사(PGT)를 하지 않은 자가난자 배아이며, 단일 배반포를 이식한 사례로 분석 조건을 제한했다.

임상임신율은 원스텝 방식이 44.7%, 기존 방식이 41.2%였다. 수치상 원스텝 방식이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P=0.088).

최종 임신 결과가 확인된 주기에서 생아출산율(live birth rate)은 원스텝 방식 35.8%, 기존 방식 36.1%로 사실상 같았다(P=0.946). 즉 해동 단계를 줄였다고 해서 출산 성적이 나빠졌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배아를 덜 만지고 더 빨리 배양기로…‘단순화’가 오히려 장점일 수도

 

이번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히 몇 분을 아꼈다는 데 있지 않다. 기존에는 배아를 보호하기 위해 동결보호제를 단계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지나치게 긴 처리와 반복적인 조작 역시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해동된 배아를 여러 용액으로 옮기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배양기 밖에서 머무는 시간과 배아를 직접 다루는 횟수도 늘어난다. 연구진은 원스텝 방식이 이러한 조작을 줄이고 배아를 보다 빨리 배양 환경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논문은 최근 연구들을 근거로 동결보호제의 제거와 세포의 재수화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도 설명했다.

무엇보다 난임센터 입장에서는 배양실 업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 표준 해동법은 원스텝 방식보다 배아 한 개당 평균적으로 약 10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루에도 여러 건의 냉동배아이식(FET)을 준비해야 하는 대형 난임센터라면 이러한 차이는 배양사의 업무량과 검사실 운영 효율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스텝이 더 우수하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연구에는 중요한 한계도 있다. 무작위대조시험(RCT)이 아니라 영국 15개 난임센터가 기존 방식에서 원스텝 방식으로 전환하기 전후 각각 3개월의 결과를 비교한 후향적 다기관 코호트 연구다. 기존 방식은 2024년 8월 10일부터 11월 10일까지, 원스텝 방식은 2024년 11월 11일부터 2025년 2월 11일까지 시행된 데이터를 분석했다. 따라서 두 시기의 차이나 센터별 배양 환경 등 측정되지 않은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또 생존율이 95.9%에서 97.7%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졌지만 절대 차이는 1.9%포인트다. 더욱이 임상임신율과 생아출산율에서는 유의한 개선이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해동을 빨리 하면 임신율이 높아진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핵심은 다른 데 있다. 냉동배아 해동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단순해질 수 있으며, 단순화하더라도 배아 생존과 이후 임상 결과를 희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험관아기 시술(IVF)에서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무언가를 더 추가하는 방향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었던 과정을 과감하게 덜어내는 것이 새로운 기술이 된다. 냉동배아를 녹이기 위해 거쳐야 했던 여러 단계가 ‘한 단계’로 줄어들 수 있다는 이번 연구가 그런 사례다.

 

※ 2026년 9월 국제학술지 ‘생식생명의학 온라인(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에 온라인 게재된 영국 연구진의 연구 ‘원스텝 배반포 해동 프로토콜의 성공적인 도입: 영국 다기관 대규모 코호트 비교(Successful introduction of a one-step blastocyst warming protocol: a UK multicentre large cohort comparison)’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영국 15개 난임센터에서 총 3,887개의 배반포를 분석한 연구로, DOI: 10.1016/j.rbmo.2026.105968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