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에서 배아 염색체 검사(PGT-A)를 통해 ‘비모자이크’ 판정을 받았더라도 배아 내부의 염색체 상태는 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배아 바깥쪽에서 채취한 세포와 태아로 발달하는 안쪽 세포의 염색체 구성을 비교한 결과, 상당수 배아에서 서로 다른 염색체 이상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최초 검사에서 염색체 일부의 이상이 비모자이크로 분류된 배아 10개 중 8개 이상에서 부위별 검사 결과가 일치하지 않아, 배아 일부 세포의 검사 결과만으로 전체 염색체 상태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학술지 ‘퍼틸리티 앤드 스터릴리티(Fertility and Sterilit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최초 검사에서 비모자이크성 부분 염색체 이상이 확인된 배아 105개를 추가 분석한 결과 85개(81%)에서 검사 부위에 따라 염색체 구성이 달랐다.
전체 배아의 37.1%는 추가 검사 이후 염색체 상태에 대한 해석 자체가 달라졌다. 미국생식의학회(ASRM)는 2026년 10월 이 연구를 주요 연구로 소개하며 배아 염색체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조명했다.
배아 바깥세포는 비모자이크인데…안쪽 세포는 달랐다
IVF에서 시행하는 착상 전 염색체 이수성 검사(PGT-A)는 배아의 염색체 수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해 이식할 배아를 선택하는 데 참고하는 검사다.
일반적으로 수정 후 5~6일이 지나 배반포 단계에 도달한 배아에서 바깥쪽 세포 몇 개를 채취해 분석한다. 배아의 바깥쪽을 구성하는 영양외배엽(Trophectoderm)은 주로 태반 형성에 관여하고, 안쪽의 내부세포괴(Inner Cell Mass)는 태아로 발달하는 세포들을 포함한다.
문제는 배아의 모든 세포가 반드시 같은 염색체 구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하나의 배아 안에 정상적인 염색체 구성을 가진 세포와 염색체 이상을 가진 세포가 함께 존재하는 현상을 ‘모자이크(Mosaicism)’라고 한다.
예를 들어 배아 바깥쪽에서는 특정 염색체 일부가 결손된 세포만 발견됐지만, 안쪽에는 해당 이상이 없는 세포가 함께 존재할 수 있다. 반대로 바깥쪽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안쪽에 염색체 이상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차이가 실제 배아에서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배아 105개 다시 검사했더니…81%에서 염색체 결과 불일치
영국 런던여성클리닉과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등의 발삼 알 하시미(Balsam Al Hashimi) 연구진은 86쌍의 부부에게서 연구 목적으로 기증받은 배반포 105개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최초 PGT-A 검사에서 적어도 하나의 '비모자이크성 부분 염색체 이수성'이 확인된 배아였다. 부분 염색체 이수성이란 염색체 전체가 아니라 특정 구간의 유전물질이 결손되거나 중복된 상태를 말한다.
연구진은 최초 검사에 사용한 바깥쪽 세포의 결과와 함께 배아의 다른 바깥쪽 부위에서 추가로 채취한 세포, 그리고 내부세포괴의 염색체 구성을 비교했다. 하나의 배아를 서로 다른 세 부위에서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전체 배아 105개 가운데 85개(81%)에서 세 부위의 염색체 결과가 일치하지 않았다.
반면 세 부위의 결과가 모두 일치한 배아는 20개(19%)에 그쳤다. 미국생식의학회의 학술 해설에서는 분석 대상 배아의 85.8%에서 모자이크 현상의 증거가 확인됐다고 소개했다. 이는 세 부위 간 검사 결과 불일치를 기준으로 집계한 81%와는 구분되는 수치다.
연구진은 최초 검사에서 비모자이크로 분류됐다는 사실만으로 배아 전체의 세포가 동일한 염색체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번 결과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추가 검사 후 37.1%는 염색체 상태 해석까지 달라져
더욱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검사 부위별 결과가 달랐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여러 부위의 염색체 구성을 비교한 결과 전체 배아의 37.1%에서 최초 검사에 근거한 염색체 상태의 해석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는 배아의 한 부분에서 염색체 이상이 발견됐더라도 다른 부위에서는 같은 이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부 배아에서는 최초 검사에서 발견된 이상이 추가 검사 부위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추가 검사에서 정상적인 염색체 구성이 발견됐다고 해서 해당 배아 전체가 정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태아로 발달하는 내부세포괴에 염색체 이상이 남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PGT-A 검사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미보다는 검사에 사용된 일부 세포가 배아 전체의 염색체 상태를 완벽하게 대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염색체 일부에 이상이 있는 배아는 염색체 전체의 수가 비정상인 배아와 구별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염색체 부분 이상, 난자뿐 아니라 정자에서도 비롯될 수 있다
연구진은 염색체 이상의 발생 기원도 분석했다. 그 결과 부계에서 유래한 염색체 이상이 확인된 배아는 52개(49.5%), 모계에서 유래한 이상이 확인된 배아는 40개(38%)였다.
일반적으로 염색체 전체의 수적 이상은 난자 형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의 나이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부분 염색체 이상은 부계 기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이러한 수치만으로 부분 염색체 이상이 주로 정자에서 발생한다거나 부계 원인이 모계보다 더 많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부분 염색체 이상의 절반 이상에서 난자나 정자가 형성되는 감수분열 과정과 관련된 기원의 증거를 확인했다. 이는 부분 염색체 이상이 반드시 수정 이후 배아의 세포분열 과정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일부 배아에서는 초기 염색체 이상이 수정 이후 변화하거나 같은 염색체에서 추가적인 구조적 변화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러한 결과는 배아의 부분 염색체 이상이 발생하고 변화하는 과정이 복잡하며, 난자와 정자의 형성 단계부터 수정 이후 배아 발달 과정까지 여러 요인이 관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PGT-A 정상 배아도 모자이크일까…연구 결과 확대 해석은 주의
이번 연구에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점이 있다. 연구 대상은 PGT-A에서 모든 염색체가 정상이라고 판정된 배아가 아니라, 염색체 일부에 이상이 있지만 그 이상이 '비모자이크'로 분류된 배아였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근거로 정상 판정을 받은 배아의 81%에서 모자이크가 존재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또한 부분 염색체 이상이 확인된 배아가 모두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연구진이 분석한 것은 배아 내부의 염색체 분포이지, 해당 배아를 실제로 이식했을 때 임신이나 출산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배아 검사 결과가 실제 이식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에서는 PGT-A 결과에 따라 배아의 이식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정상 염색체 배아가 남아 있지 않고 부분 염색체 이상이 확인된 배아만 보관하고 있는 환자에게는 검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미국생식의학회 역시 모자이크 배아의 임상적 관리에 관한 권고에서 염색체 전체의 모자이크 이상과 부분 염색체 모자이크 이상을 구분할 필요가 있으며, 검사 결과만으로 개별 배아의 임신 및 출산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배아 이식 여부, ‘정상·비정상’ 판정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워
전문가들은 PGT-A 검사에서 부분 염색체 이상이 확인됐다면 단순히 정상 또는 비정상이라는 판정에만 의존하기보다 어떤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지, 결손인지 중복인지, 이상 구간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부모 중 한쪽에 염색체 구조적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PGT-A 결과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해당 구조적 이상을 평가하기 위한 검사와 전문적인 유전상담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배아에 반복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추가 생검은 배아에 또 다른 조작을 가하는 과정이며, 반복 검사 역시 배아 전체의 염색체 상태를 완벽하게 보여준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배아 염색체 검사의 한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PGT-A에서 비모자이크라는 결과가 나왔더라도 이는 검사한 일부 세포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일 수 있으며, 배아 안쪽의 염색체 구성까지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배아의 일부 세포에서 얻은 검사 결과와 배아 전체의 생물학적 상태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배아 염색체 검사 결과를 무조건 신뢰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알려주는 정보와 알려주지 못하는 정보를 정확히 구분하는 일이다.
배아의 이식 가능성을 판단할 때에는 한 장의 검사 결과지뿐 아니라 염색체 이상의 유형과 배아의 특성, 환자의 임상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이번 연구는 보여주고 있다.
※ 발삼 알 하시미(Balsam Al Hashimi) 등 연구진의 논문 ‘Segmental aneuploidy in human embryos is frequently mosaic with evidence of meiotic origin: insights from trophectoderm and inner cell mass analyses’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Fertility and Sterility’ 2026년 9월호 제126권 3호 481~488쪽에 게재됐으며, 미국생식의학회(ASRM)가 2026년 10월 주요 연구로 소개했습니다. 논문 DOI는 10.1016/j.fertnstert.2026.06.011, PMID는 42259484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