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에서 난자 채취 결과를 좌우하는 요인이 뭐가 있을까.

최근 난자 채취 전 외부 기온이 높을수록 실제 채취되는 난자 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기온과 난자 수 사이의 연관성에 여성의 생식호르몬 변화가 일부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나 난소자극 과정에서 환경적 요인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충칭의과대학 등 공동연구진은 첫 시험관아기 시술 또는 미세수정(ICSI)을 받은 여성 5만8468명의 치료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난자 채취 전 외부 기온이 높을수록 채취 난자 수와 성숙 난자 수, 정상 수정 난자 수가 소폭 감소하는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 2026년 10월호에 게재됐으며, 8월 2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됐다.

 

기온 1도 높아질 때 채취 난자 수 0.25% 감소

 

연구진은 2018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첫 시험관아기 시술 또는 미세수정을 받은 여성 5만8468명의 자료를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여성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외부 기온과 습도를 반영한 체감온도를 산출하고, 난자 채취 이전의 온도 노출이 치료 결과와 어떤 관계를 보이는지 살펴봤다.

분석 대상은 전체 채취 난자 수뿐 아니라 수정에 사용할 수 있는 성숙 난자 수, 정상 수정된 난자 수까지 포함했다. 또한 수정률과 배반포 형성률을 조사해 기온이 난자 수에만 영향을 미치는지, 이후 배아 발달 과정에도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외부 기온이 1도 높아질 때마다 전체 채취 난자 수는 평균 0.25%, 성숙 난자 수는 0.22%, 정상 수정 난자 수는 0.22% 감소하는 통계적 연관성이 나타났다.

습도까지 반영한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체감온도가 1도 상승할 때 전체 채취 난자 수는 0.20%, 성숙 난자 수는 0.17%, 정상 수정 난자 수는 0.19% 감소했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개인별로 난자가 일정 개수 감소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전체 연구 집단에서 관찰된 평균적인 비율 변화이며, 실제 난소 반응은 여성의 나이와 난소예비력, 난소자극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난자 수는 줄었지만 수정률·배반포 형성률은 차이 없어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기온 상승과 난자 수 감소 사이에 연관성이 나타났지만, 난자의 수정 능력이나 배아 발달 결과가 모두 나빠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진이 정상 수정률과 배반포 형성률을 분석한 결과, 기온 상승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3주 및 90일의 장기 온도 노출 기간에서는 성숙 난자의 비율이 소폭 높아지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이는 높은 기온에서 채취 난자 수가 감소하더라도 남아 있는 난자의 수정률이나 배반포 형성률까지 반드시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IVF에서는 채취 난자 수가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지만, 최종 치료 성적은 난자의 성숙도와 수정 여부, 배아 발달, 염색체 상태, 자궁내막 환경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근거로 더운 날씨에 난자를 채취하면 배아의 질이 떨어지거나 임신 성공률이 낮아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의 주요 결과 역시 임신율이나 출산율이 아니라 난자 채취와 초기 수정 단계에 집중돼 있다.

 

기온과 난소 반응 사이에 생식호르몬 변화 관여

 

연구진은 기온이 난자 채취 결과와 연관되는 생물학적 경로를 알아보기 위해 여성의 기초 생식호르몬 수치도 분석했다.

주요 분석 대상은 황체형성호르몬(LH), 난포자극호르몬(FSH), 에스트라디올(E2)이었다. 이들 호르몬은 난포 성장과 난자 성숙에 관여하며, 난소자극 치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분석 결과 황체형성호르몬의 변화는 기온과 난자 수 감소 사이에서 관찰된 연관성의 최대 5.23%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난포자극호르몬과 에스트라디올은 기온 상승에 따른 부정적인 연관성을 일부 상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외부 온도와 난소 반응 사이에 생식호르몬 조절 경로가 관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다만 황체형성호르몬이 설명하는 비중은 전체 연관성의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 부분을 어떤 생물학적 기전이 설명하는지는 이번 연구만으로 확인할 수 없으며, 호르몬 변화가 실제 원인이라는 점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난자 채취 전 3주·90일 기온까지 분석…하루 더위만의 문제 아니다

 

이번 연구는 난자 채취 당일의 기온만 비교한 것이 아니라 난포가 성장하고 난소자극이 이뤄지는 시기의 외부 온도 노출을 함께 살펴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성의 난자는 채취 직전에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난포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성장하며, 난소자극 주사로 여러 난포의 최종 성장을 유도하기 이전부터 다양한 생리적 영향을 받는다.

연구진은 이러한 난포 발달 과정을 고려해 여러 온도 노출 기간을 설정하고 분석했다. 특히 3주와 90일 등 비교적 긴 기간의 기온 노출도 일부 난자 관련 지표와 연관성을 보였다.

이는 난자 채취 결과를 이해할 때 시술 당일의 날씨보다 난포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환경을 폭넓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이번 연구는 거주지 기반의 기온 자료를 활용했기 때문에 실제 여성이 실내외에서 경험한 온도를 정확하게 측정한 것은 아니다. 냉방시설 이용 여부나 직업상 고온 환경 노출 등도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여름보다 겨울에 난자 채취하는 것이 유리할까

 

이번 연구가 난임 환자들에게 던지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은 난자 채취 시기를 계절에 따라 조정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연구 결과만 보면 기온이 낮은 시기에 난자 채취를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여름철 난자 채취를 피하거나 겨울까지 시술을 연기해야 한다고 권고할 근거가 부족하다.

우선 기온 1도 상승에 따른 채취 난자 수 감소 폭은 0.25%로 비교적 작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해서 모든 여성에게 임상적으로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난임 치료에서는 여성의 나이와 난소예비력이 매우 중요한 변수다. 특히 고령이거나 난소예비력이 감소한 여성에게는 계절을 기다리며 치료를 미루는 것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기존 연구 결과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2025년 발표된 미국의 난자 기증 관련 연구에서는 높은 기온과 채취 난자 수 사이에 부정적인 경향이 나타났지만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컸다. 반면 일부 난자 생존 및 수정 지표에서는 높은 기온과 긍정적인 연관성이 관찰됐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특정 계절이 모든 여성에게 난자 채취의 최적 시기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기후변화 시대, 난임 치료에도 환경 관리 필요성 제기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생식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시험관아기 시술의 구체적인 치료 지표와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난임 치료에서는 여성의 나이, 항뮬러관호르몬(AMH), 기초 난포 수, 난소자극제의 종류와 용량 등이 난자 채취 결과를 예측하는 주요 요인으로 활용돼 왔다. 이번 연구는 여기에 외부 기온이라는 환경적 변수를 추가로 고려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높은 기온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난소 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위험을 평가할 때 기초 생식호르몬 수치가 도움이 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러나 냉방을 강화하거나 외부 활동을 줄이는 조치가 실제로 채취 난자 수를 늘리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기온 노출과 난자 수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는 사실을 특정 생활요법의 효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기온 상승이 난자 수 감소를 직접 일으켰다고 확정할 수 없다. 실제 개인의 온도 노출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난소자극 과정과 최종 임신·출산 결과까지 연결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난자 채취 시기를 계절에 맞춰 변경하기보다는 난소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을 새롭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난임 치료에서는 계절보다 여성의 나이와 난소예비력, 개별적인 치료 상황을 우선 고려해야 하며, 향후 기온 노출 관리가 실제 치료 성적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충칭의과대학 등의 Yi-Yan Zeng, Yu-Ling Hu, Rui-Ling Liu 연구진이 2026년 8월 2일 온라인 발표한 논문 ‘보조생식술에서 외부 기온이 생식호르몬의 부분적인 매개 경로를 통해 채취 난자 수를 감소시키는 연관성(Ambient temperature reduces oocyte yield in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 via a partially sex hormone-mediated pathway)’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Human Reproduction’ 2026년 10월호 제41권 제10호, 1725~1740쪽에 게재됐습니다. DOI는 10.1093/humrep/deag128, PMID는 42542932입니다. (Ambient temperature reduces oocyte yield in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 via a partially sex hormone-mediated pathway | Human Reproduction | Oxford Acade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