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로 태어난 아이는 난임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의 출생아보다 선천성 기형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 증가가 쌍둥이 등 다태임신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캐나다 연구진이 난임 여성의 출생아 약 27만5000명을 분석한 결과, IVF 또는 미세수정(ICSI)으로 태어난 아이의 선천성 이상 위험은 난임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의 출생아보다 28% 높았다. 이 가운데 쌍둥이 등 다태출생이 설명하는 비중은 약 20%에 그쳤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 2026년 10월호에 게재됐다. 특히 난임 치료와 선천성 이상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하면서 다태출생이 위험 증가에 얼마나 관여하는지를 구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난임 여성 출생아 27만4893명 분석…시험관아기군 다태출생률 13.3%
연구진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난임 진단을 받은 여성의 출산 기록을 분석했다. 임신 22주 이후 태어난 생존아와 사산아를 포함한 대규모 인구 기반 연구다.
분석 대상은 총 27만4893명이었다. 난임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받지 않은 여성의 출생아 22만9932명, 배란유도 또는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 2만525명, IVF 또는 미세수정으로 태어난 아이 2만4536명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다태출생률은 난임 치료를 받지 않은 집단에서 2.3%, 배란유도·인공수정 집단에서 7.2%, IVF·미세수정 집단에서 13.3%로 나타났다. IVF 집단의 다태출생률이 치료받지 않은 집단보다 약 5.8배 높았던 것이다.
쌍둥이 이상을 임신하는 다태임신은 조산과 저체중 출생, 임신중독증 등 여러 임신·출산 합병증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다태출생이 선천성 이상 위험 증가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IVF 선천성 기형 위험 28% 증가
산모와 출생아의 관련 특성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결과, 난임 치료를 받지 않은 집단과 비교해 배란유도·인공수정 집단의 선천성 이상 위험은 11% 높았다. IVF·미세수정 집단에서는 2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기서 28%는 실제 선천성 기형 발생률이 아니라 비교 집단에 대한 ‘상대적인 위험 증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난임 치료를 받지 않은 집단의 선천성 이상 발생률이 2%라고 가정하면, 위험이 상대적으로 28% 증가했을 때 발생률은 약 2.56%가 된다. 이는 통계적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예시이며,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실제 발생률은 아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비교 대상이다. 연구진은 일반적인 자연임신 출생아 전체가 아니라 난임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받지 않은 여성의 출생아를 기준으로 삼았다. 난임이라는 공통된 배경을 가진 집단을 비교해 난임 자체의 영향과 치료 관련 요인을 보다 면밀하게 살펴보려는 것이다.
선천성 이상 위험 증가의 약 20%는 다태출생 영향…나머지 80%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IVF 후 관찰된 선천성 이상 위험 증가를 쌍둥이 임신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매개분석'이라는 통계기법을 활용했다. 난임 치료가 다태출생 가능성을 높이고, 이렇게 발생한 다태출생이 다시 선천성 이상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분석 결과, IVF·미세수정 집단에서 관찰된 선천성 이상 위험 증가 가운데 다태출생이 설명하는 비중은 약 19.7%였다.
이는 선천성 이상 위험 증가의 약 5분의 1이 다태출생과 관련돼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말하면 쌍둥이 임신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관찰된 위험 증가 전체를 설명하거나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약 80%는 무엇 때문일까.
연구진은 난임의 원인이 되는 기저질환과 부모의 생식 건강, 유전적 특성, 난임 치료와 관련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나머지 80%가 시험관아기 시술 자체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연구는 의료자료를 활용한 관찰연구로, 확인되지 않은 다른 요인의 영향까지 완전히 구분하거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다.
선천성 심장질환은 다태출생 영향 더 커…기형 종류에 따라 차이
다태출생이 선천성 이상 위험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질환의 종류에 따라서도 달랐다.
IVF·미세수정 집단에서 폐동맥 협착증과 관련된 위험 증가 가운데 다태출생이 설명하는 비중은 44.4%로 나타났다. 폐동맥 협착증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통로가 좁아지는 선천성 심장질환이다.
중추신경계 이상에서는 32.2%, 심장과 혈관을 포함한 순환기계 이상에서는 28.6%가 다태출생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뼈와 근육 등에 발생하는 근골격계 이상에서는 16.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다태출생이 모든 선천성 이상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이 수치 역시 해당 질환의 실제 발생률이 아니다. 난임 치료와 선천성 이상 사이에서 관찰된 위험 증가 가운데 다태출생이 통계적으로 설명하는 비율이다. 특히 개별 질환에 대한 분석은 발생 사례 수와 통계적 불확실성도 함께 고려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배아 한 개 이식 중요…다태임신 예방만으로 모든 위험 해결 못 해
이번 연구는 IVF에서 다태임신을 줄이려는 노력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보여준다.
IVF 과정에서 여러 개의 배아를 이식하면 쌍둥이 등 다태임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태임신은 산모의 건강뿐 아니라 조산과 저체중 출생 등 신생아 건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생식의학계에서는 여성의 나이와 배아 상태, 이전 시술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가능한 경우 단일배아 이식을 권고하고 있다. 배아 한 개를 이식하는 전략은 다태임신에 따른 여러 합병증을 줄이는 중요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다태임신을 예방하는 것만으로 선천성 이상과 관련된 모든 위험을 없앨 수는 없다는 점도 시사한다.
난임의 원인이 되는 질환과 부모의 건강 상태, 유전적 요인 등 시술 이전부터 존재할 수 있는 위험 요인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IVF 출생아의 선천성 이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관찰됐다는 사실만으로 시술 자체가 선천성 기형을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또한 상대위험 증가와 실제 발생 가능성은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IVF를 준비하는 부부가 28%라는 수치만으로 지나치게 불안해하기보다 난임의 원인과 산모의 건강 상태를 충분히 평가하고, 적절한 배아 이식 전략과 임신 중 산전검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IVF 출생아의 건강을 평가할 때 시술 여부나 쌍둥이 임신 여부만을 따로 살펴볼 것이 아니라 난임의 원인부터 치료 과정, 임신과 출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 캐나다 퀸스대학교(Queen's University)와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 등의 베일리 밀른(Bailey Milne), 마리아 벨레스(Maria Velez), J. 셸렌버거(J. Shellenberger), S. B. 브로글리(S. B. Brogly) 연구진이 수행하고,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 2026년 10월호에 게재된 논문 ‘난임 치료 후 선천성 이상 위험 증가는 다태출생에 의해 부분적으로 매개된다: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Increased risk of congenital anomalies after fertility treatment is partially mediated by multiple birth: a population-based cohort study)’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논문은 2026년 7월 31일 온라인으로 먼저 발표됐으며, DOI는 10.1093/humrep/deag124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