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난임의 원인을 찾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정자의 수와 운동성, 형태다. 여기에 남성호르몬 이상이나 정계정맥류, 유전적 요인 등이 주요 검사 대상이 된다.

그런데 최근 칼슘과 비타민D, 부갑상선호르몬처럼 체내 미네랄 균형을 조절하는 요인도 정자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생식생물의학 온라인(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난임 남성 1,230명을 분석한 결과 혈중 칼슘과 비타민D 수치, 부갑상선호르몬 상태에 따라 정자의 수와 운동성, 정상 형태 비율에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비타민D가 부족한 남성은 충분한 남성보다 정자 운동성이 낮았으며, 칼슘 부족과 부갑상선호르몬 증가가 함께 나타난 남성에서도 정액검사 결과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남성 난임의 원인을 정자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체내 영양 상태와 호르몬 조절 기능까지 확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타민D 부족한 남성, 정자 운동성 37%에 그쳐

 

연구진은 2017년 1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난임 평가를 받은 남성 1,230명의 혈액검사와 정액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분석 대상은 혈중 칼슘과 비타민D, 부갑상선호르몬 수치였으며, 이들 지표가 정자의 수와 움직임, 형태에 어떤 관계를 보이는지 살펴봤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비타민D 수치에서 나타났다.

비타민D가 부족한 남성의 정자 운동성은 중앙값 기준 37%였지만, 비타민D가 충분한 남성은 51%로 나타났다. 두 집단 사이에 14%포인트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난자 방향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정자의 비율인 전진운동성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비타민D 부족군은 25%였지만 충분한 군에서는 40%였다.

정자 운동성은 남성의 생식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다. 정자가 충분히 움직이지 못하면 여성 생식기관을 통과해 난자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불리할 수 있다.

다만 비타민D가 부족한 남성에게서 정자 운동성이 낮게 나타났다는 사실이 비타민D 부족 자체가 정자 운동성을 떨어뜨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두 요인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부갑상선호르몬 높으면 움직이는 정자 수도 감소

 

이번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부갑상선호르몬(PTH)이다.

부갑상선호르몬은 목에 있는 작은 부갑상선에서 분비되며, 혈액 속 칼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체내 칼슘이 부족해지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호르몬 분비가 증가할 수 있다.

연구진이 부갑상선호르몬 수치에 따라 남성들을 비교한 결과, 호르몬 수치가 높은 집단에서는 움직이는 정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부갑상선호르몬이 높은 집단의 운동성 정자 수는 중앙값 1,100만 개로, 중간 수준 집단의 1,900만 개보다 적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정자 수도 각각 800만 개와 1,500만 개로 차이를 보였다.

이는 정자 건강이 남성호르몬뿐 아니라 체내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호르몬 체계와도 관련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부갑상선호르몬 수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정자 생성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결과는 난임 남성 집단에서 관찰된 연관성으로 해석해야 한다.

 

칼슘·비타민D 부족 겹치면 정자 수와 형태도 차이

 

연구진은 칼슘과 비타민D, 부갑상선호르몬 상태를 함께 분석했다.

혈중 칼슘이 낮고 부갑상선호르몬이 높으며 비타민D까지 부족한 남성 37명은 세 지표가 정상 범위에 있는 남성 643명보다 전반적인 정액검사 결과가 좋지 않았다.

두 집단의 정자 운동성은 각각 35%와 53%로 나타났으며, 전진운동성 역시 26%와 42%로 차이를 보였다.

전체 정자 수도 차이가 있었다. 세 가지 지표에 이상이 함께 나타난 남성은 중앙값 2,700만 개였지만, 정상 범위에 있는 남성은 4,000만 개였다.

정상적인 형태를 가진 정자의 비율도 각각 2.0%와 2.5%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칼슘 수치 하나만으로 남성들을 비교했을 때는 정자 수나 운동성, 형태에서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반면 칼슘 부족과 비타민D 부족, 부갑상선호르몬 증가가 함께 나타난 집단에서는 정액검사 지표가 전반적으로 낮았다.

이는 특정 영양소 하나의 부족보다는 여러 대사 지표가 함께 나타내는 체내 상태가 정자 건강과 관련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세 가지 이상이 겹친 집단은 37명으로 비교적 적어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남성호르몬과도 연관…난임 원인 더 넓게 살펴봐야

 

연구에서는 칼슘과 비타민D 상태에 따라 남성호르몬 수치에도 차이가 관찰됐다.

혈중 칼슘이 낮은 남성은 칼슘 수치가 높은 남성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비타민D가 부족한 남성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생식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호르몬이다. 하지만 정자 생성은 테스토스테론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고환의 기능, 체내 대사 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이번 연구는 칼슘과 비타민D의 균형을 유지하는 과정이 남성 생식호르몬과도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정액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됐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남성 난임 환자에서 체내 미네랄 대사와 생식 기능의 관계를 추가로 연구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만으로 모든 남성 난임 환자에게 칼슘이나 비타민D, 부갑상선호르몬 검사를 일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비타민D 영양제 먹으면 정자 질 좋아질까?

 

이번 연구를 접한 난임 남성들이 가장 궁금해할 부분은 칼슘이나 비타민D 영양제를 복용하면 정자 질이 개선되는지 여부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영양제 복용 효과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는 특정 시점의 혈액검사와 정액검사 결과를 비교한 관찰연구다. 실제로 비타민D나 칼슘을 보충한 뒤 정자 수와 운동성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확인한 임상시험이 아니다.

따라서 비타민D가 부족한 남성의 정자 운동성이 낮았다고 해서 비타민D를 복용하면 운동성이 높아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칼슘도 마찬가지다. 혈중 칼슘은 부갑상선호르몬과 비타민D 등의 작용으로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칼슘을 많이 섭취한다고 정자 생성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영양제를 복용하면 고칼슘혈증이나 신장결석 등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남성 난임이 확인됐다면 정액검사와 필요한 호르몬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평가하고, 비타민D 결핍이나 칼슘 대사 이상이 의심될 경우 의료진과 추가 검사 및 치료 여부를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연구는 남성 난임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정자의 수와 운동성, 남성호르몬에 집중했던 난임 평가에서 칼슘과 비타민D, 부갑상선호르몬 등 체내 대사 상태도 생식 기능과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영양제를 얼마나 많이 먹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결핍이나 대사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앞으로 이러한 이상을 교정했을 때 정자 질뿐 아니라 실제 임신과 출산 결과까지 개선되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병원 등의 Sam K. Yahyavi, Claudia E. Paredes, Mai Homburg, Martin Blomberg Jensen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생식생물의학 온라인(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에 발표한 논문 ‘Calcium deficiency is associated with impaired semen quality in 1230 infertile men(칼슘 부족은 난임 남성 1,230명의 정액 질 저하와 관련이 있다)’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해당 논문은 2026년 6월 26일 온라인 선공개됐으며, 2026년 10월호 제53권 제4호에 게재됐습니다. DOI는 10.1016/j.rbmo.2026.105840, PMID는 42537501입니다.

이번 연구는 칼슘·비타민D·부갑상선호르몬과 정자 질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관찰연구로, 영양제 복용에 따른 정자 질 개선 효과나 임신율 상승을 입증한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