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유산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 온 ‘만성 자궁내막염’에 항생제를 사용하더라도 출산 가능성이 뚜렷하게 높아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궁내막에서 염증 관련 세포가 발견되면 항생제를 투여하는 기존 치료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결과다.

영국 워릭대학교와 옥스퍼드대학교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진은 반복유산을 경험하고 자궁내막 조직검사에서 염증 관련 표지자가 확인된 여성 438명을 대상으로 항생제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의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항생제를 복용한 여성과 복용하지 않은 여성 사이에서 출산 성과와 유산 발생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 2026년 10월호에 게재됐다.

 

반복유산 원인으로 지목된 만성 자궁내막염, 항생제가 해답일까

 

만성 자궁내막염(Chronic Endometritis)은 자궁 안쪽을 덮고 있는 자궁내막에 염증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뚜렷한 통증이나 발열이 없는 경우가 많아 난임이나 반복유산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는 만성 자궁내막염이 배아 착상과 임신 유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일부 난임 의료기관에서는 자궁내막 조직검사에서 염증이 확인되면 임신을 다시 시도하기 전에 항생제를 처방해 왔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이 독시사이클린이다. 그러나 항생제 치료로 자궁내막의 염증 관련 검사 결과가 좋아지는 것과 실제 유산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항생제 치료가 출산 가능성까지 높이는지는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

 

반복유산 여성 438명, 항생제와 가짜 약 나눠 투여

 

연구진은 영국 27개 의료기관에서 임신 초기 유산을 연속 두 차례 이상 경험한 18세 이상 42세 미만 여성들을 모집했다.

자궁내막 조직검사에서 CD138이라는 단백질 표지자가 확인된 여성 가운데 438명이 무작위시험에 참여했다. CD138은 자궁내막에서 염증과 관련된 특정 면역세포를 찾아내는 데 사용하는 검사 지표다.

연구진은 참가자 219명에게 독시사이클린 100mg을 하루 두 차례씩 14일 동안 투여했다. 나머지 219명에게는 약효 성분이 없는 위약을 같은 방식으로 투여했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누가 항생제를 복용하는지 알 수 없도록 했다.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나 선입견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항생제 치료군 51.6%, 위약군 49.8%…출산 성과 차이 없어

 

연구진이 가장 중요하게 살펴본 것은 치료 이후 출산에 성공했거나 임신 24주 이상을 유지한 여성의 비율이었다.

분석 결과 독시사이클린을 복용한 여성 219명 가운데 113명(51.6%)이 해당 기준에 도달했다. 반면 위약을 복용한 여성은 219명 가운데 109명(49.8%)이었다.

두 집단의 차이는 약 1.8%포인트에 불과했다. 통계 분석에서도 항생제 치료가 출산 가능성을 높였다고 판단할 만한 뚜렷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산 발생에서도 의미 있는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임신에 성공하기까지 걸린 시간 역시 항생제 복용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 않았다.

여성의 나이와 과거 유산 횟수, 자궁내막 염증의 정도를 고려한 추가 분석에서도 독시사이클린의 일관된 치료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항생제 먹지 않았는데도 자궁내막염 검사 결과 달라졌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항생제 치료 전후 자궁내막 조직검사 결과다.

연구진은 참가자 일부에게 조직검사를 다시 시행해 염증 관련 표지자가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항생제를 복용한 여성 104명 가운데 33명(31.7%)이 재검사에서 음성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은 여성 98명 가운데서도 26명(26.5%)이 음성으로 바뀌었다.

두 집단 사이에 뚜렷한 차이는 없었다. 이는 항생제 복용 후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반드시 약물의 치료 효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생리주기에 따라 자궁내막의 상태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현상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자궁내막은 매달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두꺼워지고 성숙했다가 탈락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면역세포의 분포와 조직 상태도 달라질 수 있다.

 

CD138 양성이면 모두 세균 감염일까…진단 기준도 논란

 

이번 연구는 만성 자궁내막염의 진단 기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만성 자궁내막염은 자궁내막 조직에서 형질세포라는 면역세포가 발견되는지를 기준으로 진단한다. 이때 CD138이라는 단백질 표지자를 이용한다.

그러나 CD138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고 해서 모두 세균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전형적인 형질세포뿐 아니라 CD138 양성을 보이는 다른 자궁내막 세포까지 폭넓게 포함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검사 결과가 실제 감염성 염증뿐 아니라 자궁내막의 성숙 과정과도 관련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만성 자궁내막염으로 진단된 여성들이 모두 같은 원인으로 염증 소견을 보이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반복유산 치료, 항생제보다 정확한 원인 진단이 먼저

 

이번 연구 결과가 모든 만성 자궁내막염 환자에게 항생제가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세균 감염이 확인된 환자나 다른 진단 기준으로 만성 자궁내막염이 확진된 환자에게까지 동일한 결과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또한 연구가 중간 분석 단계에서 종료됐고, 치료 후 조직검사가 같은 생리주기 안에서 이뤄졌다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반복유산 환자에게 염증 관련 검사 결과만을 근거로 항생제를 반복 처방하는 방식에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반복유산은 자궁 구조 이상과 염색체 문제, 항인지질항체증후군, 갑상선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검사 결과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원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치료 효과가 검증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진은 이번 시험에서 독시사이클린이 출산 성과와 유산 발생, 임신까지 걸린 시간, 자궁내막 검사 결과를 개선한다는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연구는 반복유산 치료의 목표가 단순히 검사 수치를 정상으로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임신 유지와 출산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준다.

 

※ 영국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등의 J. 오덴달(J. Odendaal), N. 블랙(N. Black), K. 피시윅(K. Fishwick), S. 퀸비(S. Quenby)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 2026년 제41권 제10호, 1661~1671쪽에 발표한 논문 ‘CD138 양성 기질세포로 정의된 만성 자궁내막염과 반복유산 여성에서 독시사이클린의 효과를 평가한 다기관 이중눈가림 무작위 위약대조시험(A double-blind multi-centre randomised placebo-controlled trial of doxycycline in women with recurrent miscarriage and chronic endometritis defined by CD138 positive stromal cells)’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논문은 2026년 8월 20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됐으며, DOI는 10.1093/humrep/deag133, PMID는 42618515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