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 용기를 넣고 음식을 데우는 일은 흔한 생활습관이다.
편의점 도시락부터 배달음식, 냉동식품까지 플라스틱 용기를 그대로 가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열 과정에서 플라스틱의 화학물질과 미세플라스틱이 음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생식건강과 난임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비스페놀A(BPA)와 프탈레이트 등 일부 내분비계 교란물질은 정자 질과 난소 기능, 생식호르몬 변화와 연관성이 보고된 물질이다. 다만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난임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전자레인지 3분 가열에 미세플라스틱 수백만 개 방출
2023년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교 링컨캠퍼스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플라스틱 식품 용기의 가열 조건에 따른 미세플라스틱 방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용기와 식품 보관용 파우치를 대상으로 냉장·실온 보관과 전자레인지 가열 조건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일부 용기는 전자레인지에서 3분간 가열했을 때 플라스틱 표면 1㎠당 최대 422만 개의 미세플라스틱과 21억1000만 개의 나노플라스틱을 방출했다.
이는 특정 용기와 실험 조건에서 측정된 최대치다. 모든 플라스틱 용기에서 같은 양이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검출된 입자 수를 인체 독성이나 난임 위험 수준으로 직접 환산할 수도 없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은 물리적인 입자이고, 비스페놀A와 프탈레이트는 화학물질이다. 두 가지 모두 건강영향 연구 대상이지만 발생 원리와 인체 노출, 독성 평가 방식은 구분해야 한다.
환경호르몬 노출, 정자 질과 난소 기능에 영향 가능성
플라스틱과 관련된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물질은 비스페놀A와 프탈레이트다. 이들 물질은 체내 호르몬의 작용을 모방하거나 방해할 가능성이 있어 생식건강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비스페놀A는 일부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과 에폭시 수지 등에 사용돼 온 물질이다. 일부 인체 연구에서는 BPA 노출 수준과 정자 농도, 운동성, 정자 DNA 손상 지표 사이의 연관성이 보고됐다. 여성에서도 난소 기능과 난자 관련 지표, 생식호르몬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연구됐다.
프탈레이트는 일부 플라스틱의 유연성을 높이는 가소제로 사용된다. 특정 프탈레이트 대사산물의 체내 농도가 남성의 생식호르몬 및 정액검사 결과, 여성의 난소 기능과 시험관아기 시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연구마다 결과가 일치하지 않으며, 화학물질 노출이 반드시 난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변에서 검출되는 BPA와 프탈레이트는 식품 포장재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용품을 통한 노출을 반영하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사용만의 영향을 분리하기 어렵다.
PP·PET·PS·PVC…플라스틱 용기 재질에 따라 가열 적합성 달라
플라스틱 용기를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바닥에 표시된 재질과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PP(폴리프로필렌)는 식품 보관용기와 전자레인지용 도시락 등에 널리 사용된다. 비교적 내열성이 우수하지만 PP 재질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제품이 전자레인지 가열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는 생수병과 투명 식품 포장재에 많이 사용된다. 일반적인 PET 용기는 고온 가열에 적합하지 않지만 별도로 설계된 내열성 제품도 있다.
PS(폴리스티렌)는 일부 일회용 식품 용기에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내열성이 제한적이다. PVC(폴리염화비닐)는 일부 식품 포장재 등에 사용되며 제품에 따라 가소제가 포함될 수 있다.
특히 ‘BPA Free’ 표시는 비스페놀A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모든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Microwave Safe)' 표시 역시 정해진 조건에서 가열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화학물질이 전혀 용출되지 않는다는 보증은 아니다.
임신 준비 중이라면 플라스틱 가열 줄이는 생활습관 필요
미국생식의학회(ASRM)는 임신을 준비하는 남녀에게 환경 유해물질 노출을 가능한 범위에서 줄이는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다만 개별 화학물질의 노출 감소가 실제 임신율이나 생아출산율을 얼마나 개선하는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음식을 가열할 때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유리나 도자기 용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전자레인지 사용 표시와 가열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배달음식이나 포장식품도 가열용으로 설계되지 않은 일회용 용기라면 다른 그릇으로 옮겨 데우는 편이 바람직하다. 표면에 흠집이 많거나 변형된 플라스틱 용기는 교체하는 것이 좋다.
환경호르몬과 난임의 연관성은 정자와 난자의 기능뿐 아니라 수정률, 배아 발달, 임신율, 생아출산율까지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현재까지의 연구만으로 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면 난임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필요한 화학물질 노출을 줄이는 것은 예방적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임신을 준비하거나 난임 치료를 받는 부부라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식품 용기의 재질과 가열 방법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교 링컨캠퍼스 카지 알바브 후세인(Kazi Albab Hussain) 연구진이 2023년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플라스틱 용기와 재사용 식품 파우치에서 방출되는 미세·나노플라스틱 평가와 인체 건강에 대한 함의(Assessing the Release of Microplastics and Nanoplastics from Plastic Containers and Reusable Food Pouches: Implications for Human Health)’(DOI: 10.1021/acs.est.3c01942, PMID: 37343248)와 미국생식의학회(ASRM)의 ‘자연임신 가능성 최적화(Optimizing Natural Fertility)’ 위원회 의견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식품 접촉 물질 관련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