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을 위해 난자를 채취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성숙 난자가 적고, 상당수가 미성숙 난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수정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채취한 미성숙 난자를 하루 정도 더 배양해 성숙시킨 뒤 활용하는 이른바 ‘구제 배양’이 일부 난임 환자에게 추가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채취할 수 있는 난자 자체가 많지 않은 환자라면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난자 한 개를 더 확보하는 것이 수정란 하나, 배반포 하나, 나아가 이식할 수 있는 배아 하나를 더 얻을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9월 국제학술지 ‘인간생식(Human Reproduc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난자채취 당시 GV(germinal vesicle·배포 단계) 상태였던 미성숙 난자를 추가 배양해 성숙시키는 방법이 성숙 난자와 수정란, 배반포, 정상염색체 배아 수를 늘리고 일부 환자의 누적 출산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GV 난자란 아직 수정 준비가 끝나지 않은 난자다. 난자채취 후 성숙도를 확인했을 때 수정에 사용할 수 있는 MII(제2감수분열 중기)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그보다 앞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반적인 시험관아기 시술에서는 채취 당시 이미 성숙한 MII 난자를 이용해 수정한다.
GV 난자를 24시간 더 키웠더니 절반 가까이 성숙
연구진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8년 동안 한 난임센터에서 시행된 GV 난자 구제 배양 결과를 분석했다.
대상은 39세 미만이면서 난자세포질내 정자주입술(ICSI)과 착상전 유전검사(PGT-A)를 시행한 여성 가운데 예상보다 성숙 난자가 적게 나온 47명이었다. 성숙 난자가 6개 이하이고 성숙률이 80% 미만이면서 GV 난자가 4개 이상 나온 환자들이 포함됐다.
이들에게서 나온 GV 난자는 모두 266개였다. 연구진은 이 난자를 최대 24시간 추가 배양한 뒤 MII 단계까지 성숙한 난자를 골라 ICSI를 시행했다.
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GV 난자 266개 가운데 127개가 24시간 이내에 MII 단계까지 성숙했다. 전체 구제 성숙률은 47.7%였다. 채취 당시에는 수정에 사용할 수 없었던 미성숙 난자 가운데 거의 절반이 추가 배양을 통해 수정 시도가 가능한 난자로 바뀐 셈이다.
환자 한 명당 처음 확보된 성숙 난자는 평균 4.4개였다. 그러나 구제 배양으로 성숙한 난자를 포함하자 평균 7.1개로 증가했다. 연구진의 계산으로는 환자당 사용할 수 있는 성숙 난자 수가 평균 75% 늘어난 결과다.
‘살린 난자’가 실제 배아로 이어졌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난자가 성숙했느냐가 아니다. 추가 배양으로 성숙한 난자가 실제 수정되고 배아로 발달해 임신과 출산에 도움을 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연구에서는 구제 배양으로 성숙시킨 난자를 추가함으로써 환자당 성숙 난자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수정된 수정란과 배반포, 정상염색체 배아 수까지 늘어났다. 연구진은 특히 GV 난자가 많이 채취된 환자일수록 구제 배양을 통해 얻는 추가적인 이득이 컸다고 분석했다.
임상적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됐다. 구제 배양을 통해 추가 배아를 확보하면서 이식할 배아가 없어 주기가 취소되는 경우가 줄었고, 연구진은 이 전략이 대상 환자들의 누적 생아출산율을 상대적으로 약 20%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했다.
난자가 적을수록 ‘한 개의 가치’는 커진다
이번 연구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난소 예비력이 충분하고 한 번에 많은 성숙 난자를 얻는 환자가 아니라 ‘예상보다 성숙 난자가 적게 나온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난자를 15개 채취한 환자에게 미성숙 난자 한두 개를 추가로 살리는 것과 성숙 난자를 2~3개밖에 확보하지 못한 환자에게 한두 개를 더 얻는 것은 임상적 의미가 같지 않다. 후자의 경우 난자 한 개가 수정과 배반포 형성, 이식 기회 자체를 좌우할 수 있다.
특히 난자채취를 반복하기 어렵거나 매번 확보되는 난자가 적은 환자라면 이미 채취한 GV 난자를 곧바로 포기하지 않고 성숙 가능성을 확인하는 전략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모든 미성숙 난자를 살릴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번 결과를 ‘미성숙 난자도 성숙 난자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채취 당시부터 성숙했던 MII 난자와 비교하면 구제 배양으로 성숙한 난자의 발달 능력은 여전히 떨어질 수 있다. 구제 체외성숙(rescue IVM)은 일반적인 IVF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시행하도록 권고되는 방법도 아니다. 연구 자체도 단일 센터에서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된 39세 미만 여성 47명을 분석한 후향적 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의 핵심은 모든 GV 난자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성숙 난자가 예상보다 적게 나온 일부 환자에게 미성숙 난자를 추가로 활용할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난자채취를 마친 뒤 ‘성숙 난자가 몇 개 나오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 환자에게 난자 하나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지금까지 수정에 사용할 수 없는 난자로 여겨졌던 GV 난자 가운데 일부가 하루의 추가 배양을 거쳐 실제 수정과 배아 발달, 나아가 출산 기회까지 더할 수 있다는 이번 결과는 ‘이미 얻은 난자를 어디까지 살려 쓸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 2026년 9월 국제학술지 ‘인간생식(Human Reproduction)’ 제41권 9호에 게재된 파비아대학교(University of Pavia), IVIRMA 글로벌 연구연합(IVIRMA Global Research Alliance), IVI 발렌시아(IVI Valencia) 등의 다닐로 치마도모(Danilo Cimadomo) 연구진의 논문 ‘GV 난자 구제는 가치 없는 치료인가, 환자 중심 접근인가?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에서의 8년 임상 경험(Germinal vesicle oocytes’ rescue: a worthless treatment or a patient-centred approach? Eight years of clinical experience in poor prognosis patients)’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논문은 2026년 7월 13일 온라인 공개됐으며, DOI는 10.1093/humrep/deag115, PMID는 42442002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