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로 태어난 아이의 DNA에는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아이와 다른 유전적 흔적이 남을까.

미세수정(ICSI), 난소자극, 배아배양 등 시험관아기 시술의 각 단계가 자녀에게 새롭게 발생하는 유전자 변이와 관련될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일부 유전자 변이는 조산과 출생체중, 생후 1년의 인지발달과도 통계적인 연관성을 보여 주목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2026년 8월 7일 발표된 이번 연구는 중국 장쑤성 출생 코호트에 참여한 7851가족, 총 2만4030명의 전장유전체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나의 치료법으로 묶지 않고 미세수정, 난소자극 방법, 배아배양 및 이식 방식에 따라 구분해 유전자 변이의 발생 양상을 살펴봤다.

 

IVF 출생아, 새로운 DNA 변이 평균 2.48개 더 많았다

 

사람의 DNA에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정보 외에도 새로운 변이가 발생한다. 이를 ‘신생 돌연변이(de novo mutation·DNM)’라고 한다. 부모에게서 확인되지 않았던 유전자 변화가 정자나 난자의 형성 과정 또는 수정 이후 초기 배아 발달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변이는 자연임신에서도 발생하며 대부분은 건강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일부 변이는 유전질환이나 선천성 질환과 관련될 수 있다.

연구진은 전체 분석에서 39만924개의 새로운 단일염기변이를 확인했다. 단일염기변이는 DNA를 구성하는 염기 하나가 다른 염기로 바뀌는 현상이다.

부모의 나이와 출생아의 성별 등을 보정한 결과, 시험관아기 등 보조생식술(ART)로 태어난 단태아는 자연임신 출생아보다 새로운 DNA 변이가 평균 2.48개 더 많았다.

이 가운데 단일염기변이 증가분은 평균 2.38개로, 아버지 유래 0.74개, 어머니 유래 0.62개, 수정 이후 초기 배아 발달 과정에서 발생한 변이 1.02개로 분석됐다.

특히 보조생식술과 관련된 단일염기변이 증가분의 약 42.9%가 수정 이후 초기 배아 발달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자와 난자의 유전적 상태뿐 아니라 수정 이후 배아가 성장하는 환경도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미세수정(ICSI), 아버지에게서 유래한 유전자 변이 증가와 연관

 

미세수정은 정자 한 개를 선택해 가느다란 주입침으로 난자 안에 직접 넣는 수정 방법이다. 정자 수가 적거나 운동성이 낮은 경우, 일반적인 체외수정에서 수정이 잘되지 않는 경우 등에 사용된다.

연구에서는 미세수정으로 태어난 아이에게서 아버지에게서 유래한 새로운 단일염기변이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관찰됐다. 보조생식술 출생아 집단 내에서 여러 시술 요인을 보정한 결과, 미세수정은 아버지 유래 변이 평균 1.01개 증가와 연관됐다.

반면 정자와 난자를 함께 배양해 수정시키는 일반 체외수정(IVF) 출생아에서는 자연임신 출생아와 비교했을 때 아버지 유래 변이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미세수정이 자연적인 수정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정자 선택 단계를 일부 우회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연수정에서는 정자가 난자에 도달하고 결합하는 여러 과정을 거치지만, 미세수정에서는 배양실에서 선택한 정자를 난자 내부에 직접 주입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미세수정 과정 자체가 유전자 변이를 발생시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세수정을 선택하게 된 남성 난임의 원인이나 정자의 특성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난소자극 방법도 관련…GnRH 길항제 사용과 모계 변이 증가

 

시험관아기시술에서는 여러 개의 난자를 얻기 위해 배란유도제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난포가 충분히 성장하기 전에 배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길항제(GnRH antagonist)를 투여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GnRH 길항제 사용이 어머니에게서 유래한 새로운 단일염기변이 증가와 연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러 요인을 보정한 분석에서 평균 1.69개의 증가가 관찰됐으며, 약제 투여량과 변이 수 사이에도 관련성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난자의 성숙 과정이나 세포 스트레스, DNA 손상 복구 과정의 변화 등이 이러한 결과와 관련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GnRH 길항제를 사용하면 유전자 손상이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GnRH 길항제는 조기 배란을 억제하고 난소과자극증후군 위험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약제다.

이번 연구는 약제 사용과 유전자 변이 사이의 연관성을 관찰한 것으로, 특정 난소자극 방법을 피해야 한다는 근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냉동 배반포 이식, 초기 배아 유전자 변이 증가와 연관

 

이번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배아배양과 냉동배아이식 과정이다.

연구진은 수정 이후 초기 배아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기 수정 후 모자이크 변이(early post-zygotic mosaic mutation·EPZM)’를 분석했다. 모자이크 변이는 태어난 아이의 모든 세포가 아니라 일부 세포에만 존재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를 뜻한다.

분석 결과, 신선한 2~3일 배아를 이식한 경우와 비교해 냉동한 5~6일 배반포를 이식한 경우 초기 배아 모자이크 변이가 평균 0.81개 더 많았다. 자연임신 출생아와 비교하면 냉동 배반포 이식 출생아에서 평균 1.23개 더 많은 변이가 관찰됐다.

특히 DNA 염기인 시토신(C)이 아데닌(A)으로 바뀌는 ‘C→A 치환’ 비율이 배반포 이식 출생아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변이 유형은 세포 내 산화스트레스에 의한 DNA 손상과 관련될 수 있다.

연구진은 배아를 체외에서 배양하는 동안 발생하는 산화스트레스가 유전자 변이 증가와 관련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배양 기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유전자 손상이 반드시 증가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냉동과 해동 과정, 배양 환경, 배아 선택 방식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번 연구만으로 각각의 영향을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다.

 

유전자 변이 많을수록 조산 위험도 높아질까

 

연구진은 이러한 유전자 변이의 차이가 실제 출생아 건강과 관련되는지도 분석했다.

단태아 7374명을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 아버지에게서 유래한 새로운 단일염기변이가 많을수록 임신기간이 짧아지고 조산 및 저체중 출생 위험이 높아지는 통계적 연관성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아버지 유래 변이는 보조생식술과 조산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 중 약 2.95%를 통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세수정 출생아와 자연임신 출생아를 비교한 분석에서도 아버지 유래 변이가 조산 위험 차이의 약 8.32%를 설명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조산 위험이 특정 유전자 변이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산모의 건강 상태, 난임 원인, 임신 합병증 등 다양한 요인과 관련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생후 1년의 인지발달에서도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초기 배아에서 발생한 C→A 모자이크 변이가 한 개 증가할 때마다 생후 1년의 인지발달 지연 위험이 약 14% 높아지는 통계적 연관성이 관찰됐다.

다만 이를 시험관아기 시술로 태어난 아이의 발달장애 위험이 14% 증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특정 유전자 변이 수와 영아 발달평가 결과 사이에서 관찰된 관계일 뿐, 장기적인 발달장애 발생을 확인하거나 예측한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시험관아기시술(IVF)의 안전성, 출산 이후까지 살펴봐야

 

이번 연구는 시험관아기 시술의 각 단계가 서로 다른 유형의 새로운 유전자 변이와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을 대규모 유전체 분석으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연구는 이미 태어난 아이들의 유전체와 시술 기록을 비교한 관찰연구다. 따라서 특정 시술 과정이 유전자 변이를 직접 발생시켰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한다.

또한 새로운 DNA 변이가 발견됐다고 해서 반드시 질병이나 발달 이상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유전자 변이는 건강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실제 영향은 변이가 발생한 유전자의 위치와 기능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결과를 근거로 미세수정을 피하거나 난소자극 약제를 임의로 변경하고, 냉동배반포 이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보조생식술의 방법은 난임 원인과 환자의 상태, 치료 효과 및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이번 연구가 제시한 과제는 시험관아기 시술의 위험성을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술 과정의 안전성을 더욱 정밀하게 평가하는 일이다. 특히 정자 선택 방법과 난소자극 약제, 배아배양 환경이 자녀의 유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 유전자 변이의 개수와 실제 질병 발생 위험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험관아기 시술의 안전성은 임신 성공률이나 출산율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며, 출생아의 장기적인 성장과 발달을 추적하는 연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중국 장쑤성 출생 코호트를 분석한 Qin, N. 등 연구진의 논문 ‘Large-scale whole-genome sequencing reveals the landscape and health implications of de novo mutations(대규모 전장유전체 분석을 통한 신생 돌연변이의 양상과 건강 영향 규명)’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2026년 8월 7일 온라인 발표됐으며, 7851가족 2만4030명의 전장유전체 분석을 통해 보조생식술과 새로운 유전자 변이의 연관성을 조사했습니다. 논문 DOI는 10.1038/s41591-026-04585-2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