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상상(想像)의 존재다. 상상(想像)이 없으면 문명도 과학의 발전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미래지향적이고 기발한 생각은 상상(想像)에 그치지 않고 만화에서 소설로 SF영화로 만들어졌고, 늘 과학이 현실로 성공을 거두었다.

필자가 10대 때였을 때 ‘스타트렉(1966년)’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었다. 엔터프라이즈라는 우주선에서 일어나는 승무원들의 일상을 다룬 드라마였는데, 많은 젊은이에게 우주에 대한 갈망과 지구 이외의 다른 곳에 우리와 같은 생물체가 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만들어 주었다. 상상의 행성(벌컨)에서 온 외계인 승무원(레너드 시몬 니모이)의 그 특이한 외모가 아직도 나의 머릿속에는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또 1977년에는 행성들의 집합체인 은하 공화국의 독재자와 저항세력 간의 전쟁을 그린 ‘스타워즈(Star Wars)’가 있었다. 주인공들이 광선 검으로 싸우는 장면이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우주 전쟁 드라마였다. 비록 나라는 가난했지만 우주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서도 저런 장대한 스펙타클 드라마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했었다.

 

우주 공간 IVF 다룬 <별들에게 물어봐>

 

우주 공간의 특성을 활용한 의학연구가 최근 드라마와 영화의 주된 소재가 되고 있다. 특히 우주 정거장에서 펼쳐지는 사랑, 다툼, 생식, 위기의 극복 등을 다룬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가 화제를 모았다. 다소 황당무계한 스토리 같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있을 법한 얘기이고, 필자 역시도 우주에서 펼쳐지는 IVF(시험관아기시술)이 궁금하기도 하고, 드라마 안에서 정자, 난자, 수정, 배아를 어떻게 다룰까 싶어 관심을 가지고 보았다.

드라마는 지구에서 찌그러진 정자를 우주 무중력 상태에서 펴보겠다는 포부로 난임 의사가 정자와 난자를 갖고 우주선에 탑승해, 우주에서 IVF를 시도하려는 스토리였다. 남자 주인공은 대기업 회장의 부탁을 받아 관광객으로 우주선에 탑승하면서 승무원 몰래 난자, 정자까지 가져와 우주정거장에서 미세수정(ICSI/정자를 가는 유리침으로 난자 내에 주입)이라는 방법으로 수정시켜서 4일간 배양해 모룰라(Morula)까지 세포분열을 시켜낸다. 이른바 우주선에서 IVF를 한 것이다. ‘모룰라’는 우리말로 상실(뽕나무 열매)기 배아를 의미한다. 수정란의 세포분열(2→4→8→16)이 4일째(16세포기)가 되었을 때를 말한다.

여기서 잠깐, 난임 의사로서 생식의학에 근거해서 한마디 하고자 한다.

극 중에서 우주선에 탑승한 난임 의사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배아를 체외배양으로 모룰라(Morula)까지 성공시켜낸 영상을 지구로 전송하며 기뻐하지만, 실제로 모룰라는 하루 더 배아 발달을 시켜서 배반포(포배기 배아)가 되어 투명대 즉 알껍질을 벗고 나와 자궁 내에 들어가야(배아 이식) 비로소 착상을 시도할 수 있다. 또 착상이 되어야 임신(성공)이 되는 것이다. 이는 주인공이 볍씨를 보면서 마치 모내기를 끝낸 것처럼 기뻐한 것과 같다.

하나 더. 남자 주인공이 눈에 끼는 확대경 루뻬(loupe)로 보면서 미세수정에 성공하는 장면이다. 필자도 예전에 루뻬를 끼고 피임을 위해 묶었던 난관을 다시 재개통시키는 수술을 했지만, 요즘은 로봇수술기술이 발전하면서 대폭 시야 영역이 넓어졌다. 그러니 난임 의사가 우주라는 공간에서 루뻬만을 끼고 난자 내에 정자를 주입시키는 미세수정에 성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것은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2km 밖에 있는 오랑캐 적장의 심장을 화살로 맞추겠다고 하는 것으로 비유될 수 있다.

설명하자면, IVF에서의 미세수정(미세현미경조작술)은 말 그대로 미세하고 예민한 기술이다. 배양연구원이 난자를 좌측 투명대(알껍질)쪽 9시 방향에 대롱을 넣고 미세한 음압을 걸어 고정시킨 후, 유리침을 난자의 세시 방향에서 정중앙으로 찔러 넣어 유리침 안에 든 정자를 집어넣고 다시 유리침을 내빼는 것이다. 미세수정을 하는 배양연구원은 시술을 할 때 양다리로 굳건히 버티거나 의자에 앉아서 안정적인 자세를 취해야지만이 할 수 있다. 공중에 떠서 이러한 수정 기술을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어쨌든 과학적 허구가 드라마에서 나열된다고 해도 필자는 <별들에게 물어봐>가 한류의 또 한 획을 그었으면 좋겠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를 통해 외계의 생명체가 이런 모습일 거라는 상상력을 자극했듯이, 아기를 낳고자 하는 간절함이 우주로까지 뻗어나간다면 우주의학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미래사회에서 우주가 인류의 거대한 삶의 터전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주 공간에서 임신이 될 수 있을까

 

몇 가지 더 짚고 넘어가자면, 인간 생식세포의 경우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는 생식력이 떨어졌다. 중력이 조금이라도 미세한 공간(microgravity)에서는 생식력이 극도로 저하되었다는 것이다. 단지, 우주 공간의 다른 중력 조건에서 정자가 DNA가 단편화되거나 모양이 변하거나 산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생존능력이 유지된다는 사실까지만 입증이 되었다.

그러면 우주인 남녀가 우주선 내에서 사랑에 빠졌을 때 자연임신이 될 수 있을까? 거의 희박하다. 자연임신이 되려면 성행위를 통해 분출된 남성의 정자가 여성의 질(膣)로 들어가서 난자가 기다리는 나팔관까지 헤엄쳐 가서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 정자가 목표를 향해 얼마나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운동성이 관건이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서의 정자는 미세중력에 노출되면 운동기능이 크게 떨어지므로 난자를 향해 잘 이동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생식력을 지구에서처럼 유지하기란 좀처럼 힘들다고 봐야 한다.

우주에서 살아가는 것은 매우 힘들다. 중력이 없어 날아다녀야 하고 어두운 데다 많은 방사선에 노출이 될 위험이 있다. 우주에서의 생식은 어느 부분이 지상보다 이점이 있을까 하는 생각보다는 모든 것들이 난제인 부분들을 어떻게 피해 갈 수 있을까, 걱정의 시각으로 풀어가야 한다.

우주선이나 우주 정거장에서의 동식물의 생식에 대한 논문들이 있다. 식물들이 지상보다 더딘 성장을 보였다. 생쥐의 실험에서는 우주에서 짝짓기를 시도하거나 체외 수정과 이식을 거쳐서 지구에 와서 새끼가 낳을 수 있었지만, 지상보다는 떨어지는 성장을 보였다. 우주여행을 마친 생쥐들의 전정기관에 이상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복되었다. 무중력 상태이다 보니 평형감각이 많이 무뎌져서 생겼을 것이다.

인간에게 무중력 생활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혈액이나 체액의 순환에 변화는 물론이고 심장이나 간장 등의 장기와 뼈의 칼슘분이 빠져나가 골다공증이 유발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실제 우주비행사들은 매달 1%씩 골밀도가 떨어지고 근육상실, 심혈관 및 면역체계 변화를 경험한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삶의 공간을 꾸준히 넓혀갈 것이다. 지구에서 달이나 화성, 더 나가서 지구와 같은 행성을 찾아 나설 것이다. 여러 가지 우주의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더 나은 첨단 기술에 의해 모든 기자재의 재질이 업그레이드되고 시간의 단축 및 편리함이 좋아질 것이다.

 

100세 시대 생식기 회춘 가능성

 

우주에서 펼쳐지는 의학연구는 기대해볼만 하다. 특히 우주에서의 세포 연구는 지구보다는 우주에서의 연구가 훨씬 더 희망적인 것 같다. 무중력 환경에서는 세포의 성장과 분열이 지구에서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는 인간의 고질적인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연구하는데 유용한 실험실 역할을 담당한다. 암세포와 면역세포 등을 우주로 가지고 가서 연구해서 신약개발에까지 이른다면 인류에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주에서의 배아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일본 과학자들이 우주 공간에서 쥐의 배아(수정란)를 배양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중력의 유무가 배아의 초기 분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주에서 초기 단계 포유류 배아가 무사히 성장됨이 증명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꿈꿔온 우주에서 인간 배아 연구가 현실이 된 것이다.

NASA(미항공우주국)와 ESA(유럽우주국)에서는 우주에서 사용 가능한 체외 수정 시스템과 배아 인큐베이터를 이용해서 우주에서 줄기세포 및 생식세포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빠른 시간 안에 무중력 혹은 미세중력이 세포 복구와 재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가 밝혀낼 것이다.

난임 의사로서 필자 역시도 미지의 땅, 우주에서의 생식의학 연구에 대해 나름 꿈꿔본다. 필자의 상상(想像)이 현실이 된다면 이 땅에 사는 난임 부부들에게 아기를 안겨주는데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어서다. 만혼(晩婚)의 시대에 우주에서의 배아 연구를 토대로 생식세포와 생식기의 회춘(回春)의 키워드가 밝혀진다면 100세 시대에 걸맞게 늦은 나이에도 자손생산이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