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안은 원래 하나의 빈 공간이다. 그런데 이 공간의 앞벽과 뒷벽이 서로 달라붙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처음에는 가느다란 띠처럼 일부만 붙어 있을 수 있지만 심해지면 자궁 안쪽 여러 곳이 붙으면서 정상적인 자궁강 자체가 좁아지거나 거의 사라질 수도 있다.

이것이 자궁내유착이다.

유착의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얇은 막처럼 살짝 붙어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두껍고 단단한 흉터 조직이 자궁강을 가로막는 경우도 있다. 심하면 자궁 양쪽 난관 입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궁 안의 정상적인 구조가 흐트러지기도 한다.

 

전혀 다른 치료 난이도

 

가벼운 유착은 자궁경 검사 과정에서 비교적 쉽게 분리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증 유착은 단순히 붙은 곳을 떼어내는 수술이 아니다.

정상적인 자궁강이 어디였는지를 찾아가면서 남아 있는 자궁내막은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 너무 깊게 박리하면 자궁 근육층을 손상시키거나 자궁천공이 생길 수 있고, 너무 소극적으로 떼어내면 자궁강이 충분히 복원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어렵게 떼어놓은 자궁이 다시 붙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중증 자궁유착 치료에서는 ‘유착이 있으니 박리한다’는 단순한 접근보다 처음부터 수술의 범위와 정상 내막 보존, 재유착 예방, 수술 후 자궁강 확인까지 하나의 치료 과정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궁유착은 왜 생길까

 

자궁유착은 자궁 안쪽 조직이 손상된 뒤 회복되는 과정에서 흉터 조직이 만들어지고 서로 마주 보는 자궁벽이 붙으면서 생긴다.

임신과 관련된 자궁 내 수술이나 소파술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잔류 태반 제거, 반복적인 자궁 내 시술, 자궁경을 이용한 근종 제거 수술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드물게 자궁내 감염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손상의 깊이와 범위다. 자궁내막의 깊은 층까지 손상되면 정상적인 내막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흉터 조직으로 치유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때 서로 마주 보는 자궁벽에 상처가 있으면 회복 과정에서 두 면이 붙으면서 유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수술을 받았다고 모든 여성에게 자궁유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손상 범위와 위치, 반복 수술 여부, 자궁의 회복 상태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유착이 심하면 왜 임신에도 문제가 될까

 

자궁유착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타날 수 있는 변화 가운데 하나가 생리량 감소다. 정상적으로 생리를 만들어낼 자궁내막의 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착이 심하면 생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 무월경이 나타나기도 한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배아가 착상할 수 있는 정상적인 자궁내막의 면적이 줄고 자궁강의 모양까지 변할 수 있다. 유착의 위치에 따라서는 배아가 자리 잡는 데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난임이나 반복유산과 연관되기도 한다.

심한 자궁유착에 생리 이상이나 난임 등이 동반된 상태를 흔히 아셔만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자궁유착, 모두 박리술을 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유착의 위치와 범위, 생리량 감소나 무월경 여부, 통증, 난임이나 반복유산 여부, 앞으로 임신을 원하는지 등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

증상이 없고 임신 계획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 가벼운 유착까지 일률적으로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자궁강이 상당 부분 좁아졌거나 생리 이상이 나타나고 임신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중등도·중증 유착이라면 자궁경 유착박리술을 고려할 수 있다.

자궁경 유착박리술은 작은 카메라를 자궁 안으로 넣어 유착의 위치를 직접 확인하면서 붙어 있는 조직을 분리하는 치료다.

 

중증 자궁유착, 왜 경험 많은 의사를 찾아야 하나

 

가벼운 유착과 중증 유착의 수술은 난이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유착이 심하면 의사가 자궁경으로 들어갔을 때 정상적인 자궁강의 경계 자체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자궁 양쪽 난관 입구가 어디인지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 상태에서 유착 조직과 정상 조직을 구별하면서 조금씩 자궁강을 복원해야 한다.

너무 깊게 들어가면 정상 자궁내막이나 자궁 근육층을 손상시키고 자궁천공 위험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충분히 분리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자궁강을 회복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중증 유착일수록 ‘얼마나 많이 떼느냐’보다 ‘정상적인 조직을 얼마나 보존하면서 정확하게 떼느냐’가 중요하다.

미국산부인과복강경학회(이하 AAGL)와 유럽부인과내시경학회(이하 ESGE)의 자궁내유착 진료지침에서도 광범위하거나 치밀한 유착은 자궁경 유착박리술에 충분한 경험을 가진 전문의가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중증 유착 환자가 병원을 선택할 때 단순히 ‘자궁경 수술을 하는가’만 확인해서는 부족한 이유다. 중증 자궁유착 박리술 경험이 얼마나 있는지, 수술 뒤 재유착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필요한 경우 2차 자궁경으로 자궁강을 다시 확인하는지도 중요하다.

 

수술보다 더 어려운 문제 ‘다시 붙는다’

 

자궁유착 치료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재유착이다. 붙어 있던 자궁벽을 떼어놓으면 그곳에는 다시 상처가 생긴다. 회복되는 동안 서로 마주 보는 상처 면이 다시 붙을 수 있다.

AAGL·ESGE 진료지침에서는 자궁유착이 수술 후 다시 생길 수 있으며 특히 중증 환자에서는 재유착 위험이 매우 높다고 설명한다.

최근 연구도 ‘어떻게 떼어낼 것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다시 붙지 않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2026년 국제학술지 ‘산부인과학 기록(Archives of Gynecology and Obstetrics)’에 발표된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는 무작위대조시험 26건, 여성 3040명의 자료를 분석해 자궁경 유착박리술 후 재유착을 예방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비교했다.

풍선이나 자궁 내 장치처럼 자궁벽이 다시 맞닿지 않도록 하는 방법부터 혈소판풍부혈장(PRP), 혈소판풍부섬유소(PRF) 등 다양한 치료가 연구되고 있다.

일부 방법에서는 재유착을 줄일 가능성이 나타났지만 연구마다 치료법과 환자 특성이 달라 특정 방법 하나가 모든 환자에게 가장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자궁유착 치료는 ‘붙은 곳을 떼어내는 수술’에서 끝나지 않는다.

특히 중증 자궁유착에서는 정상적인 자궁강을 찾아 복원하고, 남아 있는 정상 자궁내막을 최대한 보존하고, 다시 붙는 것을 막고, 이후 실제로 자궁강이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까지가 치료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목표는 자궁 안의 공간을 단순히 넓히는 것이 아니라 배아가 착상하고 임신을 유지할 수 있는 자궁 환경을 최대한 회복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착이 심해 박리술을 권유받았다면 병원을 선택할 때 한 가지는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의사가 중증 자궁유착 박리술을 얼마나 많이 경험했는가.’

중증 자궁유착에서는 첫 박리술부터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재유착까지 고려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 미국산부인과복강경학회(American Association of Gynecologic Laparoscopists·AAGL)와 유럽부인과내시경학회(European Society of Gynaecological Endoscopy·ESGE)의 자궁내유착 진료지침 ‘AAGL practice report: practice guidelines on intrauterine adhesions developed in collaboration with the European Society of Gynaecological Endoscopy’를 참고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 2026년 국제학술지 ‘산부인과학 기록(Archives of Gynecology and Obstetrics)’에 발표된 연구 ‘자궁경 유착박리술 후 자궁내유착 재발 예방: 무작위대조시험의 체계적 문헌고찰 및 네트워크 메타분석(Prevention of recurrence of intrauterine adhesions after hysteroscopic adhesiolysis: a systematic review and network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DOI 10.1007/s00404-026-08544-7을 참고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