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을 받는데 남편의 정자 상태가 정상이라면 수정 방법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난자와 정자를 같은 배양접시에 넣어 자연스럽게 수정되도록 하는 일반 체외수정(IVF)이 먼저 떠오르지만 미국 난임병원의 실제 진료 현장은 상당히 달랐다.
정자를 난자 안에 직접 집어넣는 난자세포질내 정자주입술(ICSI·미세수정)이 남성요인 난임 여부와 관계없이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29일 국제학술지 ‘보조생식유전학저널(Journal of Assisted Reproduction and Genetic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난임클리닉의 ICSI 사용률 중앙값은 무려 87.8%였다. 반면 같은 병원들의 남성요인 난임(Male Factor Infertility·MFI) 비율 중앙값은 27.7%에 그쳤다. 쉽게 말해 병원 단위 통계를 놓고 보면 ‘정자 문제가 보고된 비율’과 ‘ICSI를 사용하는 비율’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존재했다.
정자 한 마리를 난자 안에 직접 넣는 ICSI
ICSI는 원래 심한 남성난임을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 초 도입된 기술이다. 일반적인 IVF에서는 여러 정자를 난자 주변에 두고 정자 스스로 난자 안으로 들어가 수정되도록 한다. 반면 ICSI는 배아연구원이 현미경 아래에서 정자 한 마리를 골라 매우 가는 주입침으로 난자 세포질 안에 직접 넣는다.
정자 수가 극히 적거나 운동성이 심하게 떨어지는 경우, 과거 IVF에서 수정이 되지 않았던 경우 등에서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ICSI가 처음 개발됐던 ‘심한 남성난임’의 범위를 넘어 훨씬 넓게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샌안토니오 보건과학센터 연구진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개한 2021~2022년 보조생식술 자료를 이용해 이를 들여다봤다. 최종 분석에는 399개 난임클리닉의 751개 ‘클리닉-연도(clinic-year)’ 자료가 포함됐다. 한 병원이 2021년과 2022년 모두 자료를 보고했다면 각각 하나의 관측치로 계산한 방식이다.
ICSI 87.8% vs 남성요인 난임 27.7%
결과는 눈길을 끌었다. 병원별 ICSI 사용률 중앙값은 ‘87.8%’였고 사분위범위(IQR)는 70.9~94.3%였다. 상당수 병원에서 IVF 치료의 대부분에 ICSI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반면 남성요인 난임이 보고된 비율의 중앙값은 27.7%, 사분위범위는 19.0~36.0%였다. 그렇다면 ‘남성난임은 28%밖에 안 되는데 ICSI를 88%나 했으니 약 60%는 불필요한 시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계산하면 안 된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의해서 봐야 할 대목이다. ICSI 사용률과 남성요인 난임 비율은 애초에 계산 대상과 분모가 서로 달랐다.
ICSI 비율은 주로 35세 미만 환자의 배아이식 자료를 바탕으로 한 반면 남성요인 난임 비율은 ART 치료를 받은 주기에서 남성요인이 치료 이유로 보고된 비율이다.
개별 환자에게 어떤 이유로 ICSI가 시행됐는지도 이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다. 따라서 두 수치의 차이를 곧바로 ‘불필요하게 시행된 ICSI 비율’이나 ‘과잉진료 비율’로 해석할 수 없다고 연구진은 거듭 강조했다.
남성난임 아니라도 ICSI를 하는 이유는
정자검사가 정상이라고 해서 ICSI를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이전 IVF에서 수정이 전혀 되지 않았거나 수정률이 매우 낮았던 환자에게 다시 ICSI를 사용할 수 있고, 동결난자나 체외성숙 난자를 이용하는 경우, 난자 수가 적은 경우 등 개별적인 임상 상황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착상전유전검사(PGT)다. 과거에는 배아 유전자검사를 할 때 난자 주변에 붙어 있는 정자의 DNA가 검사 과정에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ICSI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연구에서도 PGT와 ICSI 사이의 연결고리가 관찰됐다. ICSI 사용률과 남성요인 난임 비율 사이의 차이가 클수록 PGT 사용률도 높아지는 약한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Spearman ρ=0.312, p<0.001). ICSI 사용률 자체와 PGT 사용률 사이에서도 양의 상관관계(ρ=0.231, p<0.001)가 확인됐다. 다만 병원 단위 통계이기 때문에 PGT가 ICSI 사용을 증가시켰다거나 동일한 환자에게 두 시술이 함께 시행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ICSI 많이 하면 출산율도 높아질까
그렇다면 ICSI를 많이 사용하는 병원은 출산율도 더 높았을까.
연구진은 ICSI 사용률에 따라 병원을 세 그룹으로 나눠 35세 미만 환자의 배아이식당 생아출산율을 추가로 비교했다. 단순 비교에서는 차이가 있는 것처럼 나타났지만 병원별 반복 자료와 시술 규모 등을 고려하자 통계적 유의성이 사라졌다. 병원 규모를 가중한 분석에서도 p값은 0.070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ICSI가 일반 IVF보다 출산율을 높이거나 낮춘다는 증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중요한 대목이다. 수정률이 조금 높아지는 것과 결국 아기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ICSI가 필요하냐’보다 ‘누구에게 필요한가’
이번 연구는 ICSI가 필요 없다는 연구가 아니다. 심한 남성요인 난임에서 ICSI는 이미 확립된 핵심 치료법이며 이전 수정 실패 등 명확한 이유가 있는 환자에게도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연구 결과는 미국 난임 의료 현장에서 ICSI가 원래의 대표 적응증인 남성요인 난임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병원마다 ICSI를 거의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관행이 있는지, 남성요인이 없는 환자에게도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는 앞으로 환자 단위 자료를 이용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생식의학회(ASRM) 역시 비남성요인 난임에서 ICSI를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생식 결과를 향상시킨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지침에서는 남성요인 난임이나 과거 수정 실패가 없는 PGT-A 주기에서 ICSI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단일유전자질환 착상전유전검사(PGT-M) 등 DNA 오염에 민감한 검사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ICSI가 좋은가, 나쁜가’가 아니다. ICSI라는 강력한 기술이 필요한 환자를 골라 사용하는 대신 모든 환자에게 사실상의 기본 수정법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 2026년 9월 29일 국제학술지 ‘보조생식유전학저널(Journal of Assisted Reproduction and Genetics)’에 게재된 미국 텍사스대학교 샌안토니오 보건과학센터(The University of Texas at San Antonio Health Science Center) Jonathan Desposorio·Nicholas M. Stansbury 연구진의 논문 ‘보고된 남성요인 난임 유병률 대비 난자세포질내 정자주입술 사용과 착상전유전검사 사용의 연관성: 전국 클리닉 단위 연구(Intracytoplasmic sperm injection utilization relative to reported male factor infertility prevalence and its association with 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use: a national clinic-level study)’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DOI: 10.1007/s10815-026-04034-6, PMID: 42806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