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요인 난임의 원인은 다양하다. 잠복고환이나 정계정맥류, 사정관폐쇄, 정관무형성증, 역행성 사정 같은 해부학적 이상에 의한 난임도 있고, 감염이나 항정자항체의 자가면역에 의한 난임, 성선저하증의 호르몬 이상에 의한 난임도 있다. 그 밖에 클라인펠터증후군, Y염색체 미세결실과 같은 염색체 이상에 의한 난임이 10~15%,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임이 30%에 달한다. 간, 신장, 당뇨, 고혈압 같은 질환이 있어도 정자생식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직업적으로 열이나 전자파 노출이 많아지고 알코올, 흡연, 약물, 환경호르몬, 고강도 운동 같은 환경적·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다행히 지난 35년간 생식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무정자증을 포함한 심각한 남성 원인 난임 부부들도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통해 임신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정상 정자를 난자의 세포질 내로 주입해 수정을 도와주는 ICSI(세포질 내 정자 주입술/미세수정술)을 통해 많은 남성 난임을 극복하고 있다. 미래연여성의원 한지은·강진희·석현하 원장에게 남성 난임을 극복하고 임신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고난도 무정자증

 

남성 난임 여부를 파악하는 기본검사는 정액검사다. 정액의 양, 정자 수, 정자 농도, 정자 운동성, 정자 형태 등 여러 지표를 통해 정자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한지은 원장은 “무정자증이나 희소정자증의 경우에는 염색체검사, Y염색체 미세결실 검사를 한다. 또 반복적인 자연유산이나 원인이 불명확한 난임, 인공수정과 IVF의 반복 실패 시에는 정자DNA 손상검사(Sperm DNA fragmentation, SDF)를 권한다”며 “정액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호르몬검사와 감염검사를 통해 더 정확한 진단과 관리를 계획할 수 있다”고 했다.

 

“전체 남성의 1%, 남성 요인 난임의 15~20%를 차지하는 무정자증은 반복적인 정액검사에서 정액 내에 정자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정자의 배출 통로가 막힌 폐쇄성 무정자증과 통로에는 이상이 없지만 고환의 정자 형성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비폐쇄성 무정자증으로 나눌 수 있어요. 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 막힌 부분을 뚫어주거나 고환 혹은 부고환에서 정자를 추출해 임신을 시도할 수 있어요.”

 

한 원장은 “무정자증 원인은 다양하다. 비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 유전학적 요인, 내분비계 이상, 고환의 독성물질 노출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염색체 이상이 10~15%를 차지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클라인펠터증후군(47,XXY)이나 Y염색체 미세결실이다. 이 경우 숙련된 연구원이 극소수의 건강한 정자를 찾아내 수정을 시키는 게 중요하며, 연구실의 능력에 따라 임신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클라인펠터증후군과 Y염색체 미세결실 등 고난도의 비폐쇄성 무정자증 남성들을 임신에 성공시킨 사례가 많은 한 원장은 “단 하나의 정자라도 고환조직에서 더 찾아내 건강한 수정란을 배양시키기 위한 난임 전문의와 연구원들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자 DNA 손상검사(SDF)

 

지난 40년 동안 남성의 정자 수가 절반 넘게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강진희 원장은 “정자 수는 환경, 생활습관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비만 증가, 늦은 결혼, 질병, 환경호르몬, 미세먼지, 담배, 약물복용 등이 주된 원인이지만 과다한 운동과 무분별한 스테로이드 호르몬제, 남성 호르몬제 투여 등도 빼놓을 수 없다”고 걱정했다.

 

“전에는 임신 능력을 이야기할 때 여성의 나이, 난소, 난자가 화두였지만 최근에는 정자 문제가 많이 거론됩니다.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가 작은 관을 통해 이동하면서 시간이 3개월이 걸리는데, 이때 산화스트레스 노출에 의해 정자의 DNA가 손상될 수 있어요. 정자에 담긴 DNA가 정상이라야 건강한 배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정액 검사에서 비정상이거나 반복 유산과 착상 실패를 경험한 경우, 보조생식술에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경우에는 정자 DNA 손상검사(SDF)를 해봐야 한다. SDF가 높은 경우 정액검사가 정상이어도 자연임신 성공률이 떨어지고 인공수정, IVF 성공률도 낮고 자연유산의 위험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만약 SDF가 높고 IVF-ICSI(체외수정시 세포질내 정자주입술)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했다면 정자채취 방법을 바꿔 고환 내 정자채취술(TESE) 혹은 TESA(바늘로 고환 조직 정자 채취)를 통해 SDF가 낮은 고환 내 정자를 이용해 시술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또 ICSI를 위한 정자선별 시 더 섬세한 PICSI(성숙 정자 선별 세포질 내 미세주입술)를 시도하기도 한다.

강 원장은 “정계정맥류 남성의 정자는 SDF가 높아 임신율이 떨어지지만 교정 수술 후에는 78~90%에서 SDF가 감소되고 임신율이 회복된다”며 “그밖에도 생활습관 환경, 비만과 흡연이 SDF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항산화 보충’ 정자 지표 향상

 

정자 생식기능 향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석현하 원장은 “기본적으로 규칙적인 생활, 적절한 운동,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생식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붉은 고기는 적고 베리류 중심의 과일과 채소가 풍부한 식단으로 채워야 합니다. 트랜스지방의 섭취는 제한하는 게 좋고요. 하루 500~1000mg의 오메가3 섭취도 권장합니다. 실내생활로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D도 보충하는 게 좋고요. 특히 40세 이상이거나 비정상 정액검사 결과가 나왔다면 항산화제, 오메가3, 엽산, L-시트룰린, 코큐텐 등을 더 챙겨 먹으면 정액과 정자의 산화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어요.”

 

석 원장은 “정자 이상소견의 남성은 항산화 보충제를 3개월 이상 꾸준히 챙겨 먹으면 정자 지표가 호전될 수 있다”며 “당 함량이 적은 다크초콜릿은 강력한 항산화제 기능을 하고, 녹차에 첨가된 액상 비타민 등은 항산화제 흡수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자주 정액을 배출하고 비만을 조절하고 약물, 흡연, 열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성 난임은 여성이 원인이 되는 난임에 비해 의학의 도움으로 극복 가능한 면이 많아요. 무정자증을 포함한 중증의 남성 난임도 다양한 치료법으로 정자를 생산케 할 수 있거나 채취할 수 있어 IVF로 임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