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자체마다 의료관광 육성 의지가 대단하다. 병원들도 해외에서 열리는 의료 엑스포에 적극 참여하고 의료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의료관광 산업(이하 K-의료관광)이 빛 좋은 개살구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성형수술에만 한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시험관아기 시술(IVF) 기술력은 선진국 수준이다. 그런데 K-의료관광 범주에 들어가기 어렵다. 시술비가 고가이기도 하지만 환율이 오르면서 외국인들에게 장벽이 더 높아졌다.

더구나 IVF는 한 달 안에 시술을 끝내고 관광과 맛집 투어를 즐기다 갈 수 있는 의료상품도 아니다. 성형수술이나 피부과 시술이야 치료와 회복에 짧은 기간이 소요되지만, 난임 치료와 시술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2년 넘게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국인이 한국에 병원 진료와 시술을 목적으로 관광비자를 발급한다고 치자. 관광비자의 경우 단수비자(1회 방문)이므로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90일이면 IVF 특성상 1회 정도밖에 할 수 없다. 치료를 위한 충분한 체류시간을 보장받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의료관광비자(장기비자: 1년 이내)를 발급받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체류 기간 동안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적 능력을 증명되지 않으면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한국의 난임병원으로 시술을 위해 방문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한국에 일가친척이 있는 재외교포이거나 한국인 배우자를 둔 외국인이 많은 편이다.

 

아쉬운 IVF 체류 기간

 

해외교포는 한국에서 IVF를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 본가나 처가에서 체류하면 체류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그동안 못 먹었던 집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심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지원과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래저래 IVF 덕분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어쩌면 즐거운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고향(고국)에 와서 가족과 친척, 친구를 만나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아기까지 만들어서 돌아가는 행운의 주인공들이 적지 않다.

한번은 필자와 의대 동창이던 여성에게 전화가 왔다. 호주에 살고 있는 아들 내외가 입국해서 3주간 머무르는데 병원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며느리가 1년 내내 무월경(다낭성난소증후군이었다)이라고 해서 한국에 오기 한 달 전부터 피임약을 먹고 월경 시작 3일째에 병원에 오라고 했다. 다행히 월경 11일째에 난자가 20여 알이 자라 채취할 수 있었고, 체외에서 5일간 배양한 수정란(배아) 10개를 모두 냉동시켰다. 당장 호주로 돌아가야 해서 신선배아이식을 진행하지 않고 배아를 동결보존하고 다음을 기약한 것이다.

다음 해에 냉동배아 이식을 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호주에서 시작해서 한국으로 왔다. 체류 3일째에 냉동배아 이식을 하고 4일 후에 다시 호주로 떠났다. 얼마 후 호주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임신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또 필자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외국인이 있다.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 사는 여성이다. 한국에서 IVF를 7차례나 했지만 실패한 그녀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에게 온 것이다. 특별한 이상이 없었던 그녀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검사가 있었다. 자궁경 검사였다.

나는 이틀 뒤에 비행기를 타야 하는 그녀에게 자궁경 검사를 하자고 했다. 세상에나 자궁 속에 마치 큰 통나무가 세로로 길게 누워있지 않은가. 이렇게 기이한 자궁 내 폴립은 처음 봤다. 그동안 많은 의사들이 이걸 알아내지 못했던 이유는 폴립이 자궁내막과 같은 재질이었기 때문에 두터운 자궁내막으로 보였던 것이다. 필자는 자궁경으로 자궁 내 폴립을 깨끗하게 제거해주었다. 하바로보스크로 돌아간 그녀에게서 몇 달 후 자연임신이 되었다는 소식이 왔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IVF를 받기 위한 기간은 몇 달이면 충분할까. 이런저런 변수(실패 등)를 감안해서 최소한 6개월은 보장이 되어야 한다.

사실 IVF는 월경 시작일이 출발점으로 16~17일이면 끝난다. 그리고 2주 정도 후에 피검사로 임신 여부를 판정하게 된다. 따라서 IVF를 위해 걸리는 시간은 30일이면 된다. 하지만 임신이 안 되면 월경을 한 후에 동결배아를 이식받는 냉동배아이식에 도전을 해야 한다. 냉동배아이식은 월경일로부터 30일 안에 임신 여부를 판정받을 수 있다. 만약 냉동된 배아가 없다면 1~2개월 쉬고 다시 IVF에 도전해야 한다. 최근에는 노령 산모가 많아서 과배란 주사를 1주일 맞고 난자를 채취해서 수정시켜 자궁내 이식하는 IVF를 할 때도 있다.

여성은 여러 차례 병원방문 진료와 시술을 거쳐야 한다. 난소에서 난자를 키워야 하고, 난자를 채취해야 한다. 수정란(배아)을 자궁내로 이식받을 때까지 적어도 7~10회 정도의 방문진료를 받아야 한다. IVF로 임신에 성공을 하더라도 초음파 검사에서 아기집과 심장박동소리까지 들어야 비로소 난임병원을 졸업할 수 있다. 그러니 단순히 관광의 차원에서 보름에서 한 달간 체류하면서 IVF를 받기란 힘들다.

또한 뜻밖의 사실, 즉 상상할 수 없는 변수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했음에도 수년간 임신이 안 된 난임부부들의 상당수는 남성쪽 문제(무정자증, 희소정자증 등) 혹은 생식기 질환(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자궁근종 등)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런 경우에는 임신 성공을 위해 치료부터 받아야 한다. 그러기에 여성마다 난임치료의 기간이 천차만별이 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혼자서 한국을 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임신을 위한 시술이고 보니 반드시 부부가 함께 병원을 와야 남녀 모두 검사를 통해 남성쪽 문제(정자검사 및 생식력)까지 확인할 수 있다. 정자채취를 통해 IVF까지 마칠 수 있다.

 

선진국 수준의 IVF 기술력

 

IVF를 위해 한국행을 고집하는 환자들도 더러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에 대한 기대가 의료 수요자를 창출할 수가 있다. 고가의 시술비가 들어도 한국에서 IVF를 받으려고 하는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나라에서는 하지 못하는 첨단 기술을 한국의 난임병원이 보유하고 있어서다.

출산율 감소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난임 전문의로서 아기를 낳으려는 부부에게 임신이라는 기쁨을 줄 수만 있다면 국적을 막론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다. 모쪼록 글로벌 시대에 맞게 정부가 IVF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는 외국인을 위해 여러 부분에서 부담감을 덜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항상 강조하지만 정부가 국민의 의식과 현실의 속도에 조금만 더 발맞추고 나아간다면 한국의 미래는 더 눈부시게 밝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