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작지만 강한 나라’라는 것은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만 봐도 알 수 있다. 의료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몇 년 전에 한국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히딩크가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의술을 보유한 나라”라는 극찬을 한 바 있다.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거들자면, 의술 중에서 난임치료 기술이야말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보조생식술(IVF)에서 난자를 채취하고 배아를 이식하는 의사의 손끝 테크닉의 경우 외국 전문의들이 탄복할 정도다. 올림픽에서 양궁이 세계를 제패하는 신화를 두고 외신들이 “얇고 미끄러운 쇠젓가락을 사용해온 문화 덕분에 손 감각이 예민하고 손기술을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듯이 난임시술 스킬의 탁월함도 여기서 비롯된 것 같다. 손으로 하는 모든 기술이 세계적으로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인들의 끈질기고 집요한 경쟁의식이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난임치료 기술 역시 짧은 세월에 눈부시게 성장한 바로 그 이유라고 본다.

다만,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지나친 경쟁은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특히 최고와 최초, 등수에 집착하면 시장이 불안해진다. 그것도 의료시장에서라면 문제가 커진다. 너도 나도 1등이 되려고 하는 것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1등이 되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으며 특히 미디어(언론)까지 적극 활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의술의 최대 목표는 1등이 아니라 완치를 향한 건강한 치료과정에 있다.

 

과대광고는 지양(止揚)하길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난임 치료에 대한 과대광고(홍보라는 명분 아래)가 너무 판을 친다. 이렇게 되면 뉴스만을 믿고 집착하는 난임 부부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우선, 난임 치료 분야에서의 과대광고 실례를 보자. 가장 흔한 것이 병원마다 임신율을 공개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임신율은 의미가 없는 통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환자군(나이, 난소 기능, 생식기 질환 등)이 천차만별이므로 몇 명 중에 몇 명이 임신에 성공했다는 통계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난소 기능과 자궁에 별 문제가 없는 젊고 건강한 여성 10명 중에 몇 명이 임신에 성공했느냐와 고령이면서 난소 기능 저하인 여성 10명 중에 몇 명이 임신에 성공했느냐는 결코 같을 수 없다. 따라서 병원들은 임신 성공률을 단순히 숫자로 기사화시키거나 플래카드를 내거는 것은 현혹성 광고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난임병원은 임신 성공률 통계에 시험관아기시술(IVF) 뿐 아니라 인공수정(자궁내정자주입술) 시술은 물론 냉동배아 이식(전 횟수)까지 포함해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있다. 인공수정 시술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에 성공하고 착상이 되는 전 과정이 당사자의 몫이다. 따라서 의사와 배양연구원의 성과가 될 수 없다. 이처럼 난임 시술의 종류(인공수정, 신선배아이식, 냉동배아이식)와 환자군에 대한 구분(나이, 질환 등)을 짓지 않는 얼버무리식 임신 성공률 데이터는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

IVF에 관한 과대광고는 지양해야 한다. 국내 유일, 국내 최초라는 문구가 임신을 기다리는 절박하고도 애절한 그녀들의 마음을 흔든다. 사실 의료에서 보조생식술만큼 빠르게 기술 개발이 되고 있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최신 기술은 보험에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시술이다. 난임 치료 분야에는 비급여 항목의 신기술의 경우 100% 자비 부담으로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인정비 급여가 있고, 자비를 부담해도 받을 수 없는(의사의 의료행위도 불법) 임의 비급여 시술도 많다. 난임 치료 분야에서 신기술들은 모두 실험적인 도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결과(임신 성공)에 대한 그 어떤 보장도 없다.

최근 국내 대형병원 중 한 곳이 ‘미성숙 난자의 체외배양 연구센터’를 개소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들에게 희소식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미성숙 난자의 체외배양은 이미 6~7년째 대형 난임병원에서 하고 있는 최신 배양기술이지만 적극 권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최신 기술, 최초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하다.

미성숙 난자의 체외 배양을 적극 권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하다. 난소에서 성숙되어져야 할 난포가 인체 밖(배양 인큐베이터)에서 성숙될 경우 난자의 테두리가 두꺼워져서 자연수정률이 낮기 때문이다. 물론 최신 체외배양기술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이 다소 해결이 되고 있지만 체내의 비밀(난소의 역할)까지 밝혀낸 것이 아닐 것이다. 그 어떤 의술에서도 인체의 신비로움 그 자체의 자연(nature)을 밝혀내지 못했다.

남성의 생식기와 정자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난임 전문 비뇨기과 전문의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고환에서 꺼낸 아기정자(정세포)를 체외배양으로 성숙한 정자로 만들 수는 있지만 생식력(정상적으로 수정이 되고 생명이 되는)은 보장할 수가 없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뇨기과 곳곳에서 무정자증(비폐쇄성) 남성을 대상으로 미성숙 정자의 체외배양에 대한 홍보를 하고 있다. 이 또한 국내 유일,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사용해서 말이다. 따라서 고환에서 정자를 채취해봐야 하는 비폐쇄성 무정자증 남성들은 관련 시술을 많이 하고 있는 남성불임전문 비뇨기과 의사와 반드시 상의를 거쳐야 한다.

IVF의 꽃은 배양기술력이다. 의사의 역할 그 이상이다. 정자와 난자, 배아가 체외에서 선택이 되고 배양(체외)이 되는 과정이다 보니 최신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배양기술력은 최신 장비만큼 배양연구원의 실전 경험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난임병원은 규모와 장비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IVF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과 배양연구원이 있느냐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생식세포의 체외배양도 결국 사람의 눈과 손으로 해야하는 일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초산 연령도 높아지고 평균 출산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난임병원을 방문하는 여성 중에는 40대가 많다. 심지어 50대의 IVF 도전도 드물지 않다. 그녀들은 난임 의사에게 각 나라 외신에 소개된 60대 출산사례를 거론하겠지만, 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 IVF를 통한 50대 출산의 상당수가 난자 공여(다른 여성의 난자)로 이뤄진 성과라고 보면 된다. 난임병원들이 50대 여성의 임신 성공 사례가 있을 때 자초지종(난자 공여 등)을 밝히지 않은 채 보도자료를 배포해서가 아닐까 싶다.

 

한약과 IVF 중 어떤 게 임신 가능성이 높을까

 

최근 난임 치료 전문 한의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문제는 과대광고에 있다. 어느 지방의 모 한의원은 병원 문도 열기 전에 당일 진료 예약이 끝나 있다고 들었다. 필자의 환자 중에도 “한약을 먹고 싶다”며 한약 치료에 목을 매는 여성도 꽤 있다. 한약은 서양의학과 제약처럼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서 의료진(한의사)의 주관적인 판단과 처방에 좌우될 때가 많다. 또한 어떠한 한약재는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서 난임 치료를 방해하기도 한다. 만약 양쪽 나팔관이 막혀서 자연임신이 안되는 여성이 있다고 치자. 한약보다는 IVF를 하는 것이 임신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필자에게 와서 IVF로 임신에 성공한 케이스 중에 한의사 가족들도 꽤 있다.

난임 치료에는 명의(名醫)가 없다. 필자가 난임 시술을 한 지 38년째 접어들었지만 명의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난임 치료에서는 최선과 차선의 노력이 있을 뿐이지, 최고란 없다. 난임 치료에서는 임신을 간절히 원하는 환자와 의사의 호흡과 소통, 공감이 중요하다. 환자와 의사가 서로 믿고 공감이 되면 여성의 몸과 생식력이 한결 좋아질 수 있다.

난자와 정자, 배아의 퀄리티는 IVF를 시도할 때마다 다르다. 임신이라는 수능에 도전하는 학생(정자, 난자)이 매회 달라진다고 보면 된다. 더 나아가 시험장(자궁)도 매번 같지 않다. 따라서 결과가 예측불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IVF를 하면 결국에는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 시대지만 IVF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난임병원을 찾는 부부들이 더 늘었다. 서울만 하더라도 난임 시술로 태어난 출생아가 전체 출생아의 14.6%에 달한다. 11월부터는 난임 시술 건강보험 급여 혜택이 대폭 늘어나서 출산 횟수 관계없이 25회까지 시술받을 수 있다. 45세 이상 여성의 본인부담률도 50%에서 30%로 인하된다고 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소득 기준, 시술 횟수 등의 제한을 파격적으로 변경한 것은 반갑고 고마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난임 의료계가 물 들어올 때 배 젓는다는 식의 무리한 욕심으로 과대홍보를 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