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난자의 나이와 정자의 질, 자궁내막 상태만이 아닐 수 있다.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뒤 며칠 동안 배아가 자라는 ‘배양액’ 역시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나왔다.
2026년 7월 국제학술지 인간생식(Human Reproduction) 보충호(Supplement) 1에 공개된 네덜란드 연구진의 다기관 무작위대조시험(RCT)에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상용 배양액을 사용했을 때 누적 생아출산율이 41.0%와 34.5%로 6.5%포인트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유럽생식의학회(ESHRE) 2026 학술대회 초록 형태로 발표됐다.
연구진은 2016년 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네덜란드 5개 난임센터에서 IVF를 받은 부부 1016명을 무작위로 나눠 한쪽에는 CSCM 배양액을, 다른 쪽에는 G5 배양액을 사용했다. 최종 분석에는 1013명이 포함됐다.
환자의 연령과 수정 방식, 치료센터 등을 고려해 무작위 배정을 시행했으며 환자와 담당 의사는 어떤 배양액을 사용했는지 알지 못하도록 했다.
결과는 눈길을 끈다.
CSCM을 사용한 환자 505명 가운데 207명이 출산해 누적 생아출산율은 41.0%였다.
반면 G5를 사용한 508명에서는 175명이 출산해 34.5%를 기록했다. 단순히 첫 번째 신선배아이식의 결과만 비교한 것이 아니라 한 번의 IVF 주기에서 만들어진 배아를 신선·동결 이식해 얻은 출산까지 포함한 ‘누적 생아출산율’을 비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배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찰됐다. 수정률은 CSCM 68.2%, G5 65.7%, 실제 이식하거나 동결해 사용할 수 있었던 배아의 비율도 40.7% 대 38.2%로 CSCM군이 높았다. 임상적 임신과 지속 임신 등도 대체로 CSCM군에서 높은 방향을 보였다.
그렇다고 이번 결과를 곧바로 “CSCM이 G5보다 우수하다”거나 “배양액을 바꾸면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연령과 수정 방식, 센터 등을 보정한 분석에서 CSCM군의 누적 생아출산 오즈비는 1.29였지만 95% 신뢰구간은 0.99~1.66이었고 p값은 0.057이었다.
통상 통계적 유의성을 판단하는 기준인 0.05를 아주 조금 넘어섰다. 즉 6.5%포인트라는 차이는 임상적으로는 상당해 보이지만, 이번 연구만으로 배양액 때문에 차이가 발생했다고 확정하기에는 통계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연구 규모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연구진은 당초 누적 생아출산율에서 6% 차이를 찾아내기 위해 1980명의 참여자가 필요하다고 계산했지만 실제 무작위 배정된 환자는 1016명에 그쳤다. 연구가 계획보다 일찍 종료되면서 통계적 검정력이 낮아졌고, 결과 역시 CSCM과 G5라는 두 배양액에 한정돼 다른 제품까지 일반화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작지 않다.
IVF에서 배양액은 단순히 배아를 담아두는 ‘액체’가 아니라 수정란이 배반포로 성장하는 동안 직접 접하는 미세환경이다. 그동안 난임 치료에서는 여성의 나이와 난소예비력, 정자의 상태, 배아 등급 등이 주로 강조됐지만 이번 연구는 배양실에서 어떤 환경으로 배아를 키우느냐 역시 누적 치료 성적과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특정 배양액이 출산율을 높였다”가 아니라 “두 배양액 사이에서 임상적으로 상당한 누적 생아출산율 차이가 관찰됐다”가 된다.
난자와 정자가 만난 뒤 배아가 이식되는 그 며칠 동안 무엇을 먹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가. 그동안 환자의 눈에 잘 보이지 않았던 ‘배양실 안의 차이’가 IVF 성공률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변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가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