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에서 배아의 염색체를 검사하는 기술이 새로운 갈림길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PGT-A(착상전 유전검사)는 배반포 단계의 배아에서 태반으로 발달할 영양외배엽 세포 몇 개를 떼어 검사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그런데 앞으로는 배아를 건드리지 않고 배아가 자란 배양액만 분석해도 염색체 상태를 추정하는 시대가 올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동시에 더 근본적인 질문도 선명해지고 있다. PGT-A를 하면 임신 성공률이 높아지는가가 아니라, 도대체 어떤 여성에게 PGT-A를 해야 실제 출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2026년 유럽생식의학회(ESHRE)에서 발표되고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에 실린 연구들을 종합하면 PGT-A의 효과는 여성의 나이와 난소예비력, 확보할 수 있는 배아 수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특히 고령 여성과 저난소예비력 여성을 하나의 ‘PGT-A 권장군’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배아 생검 없는 PGT, 현실로 한 걸음
가장 눈길을 끄는 변화는 niPGT(non-invasive PGT), 즉 ‘비침습적 착상전 유전검사’다.
기존 PGT-A는 배아가 배반포까지 성장하면 영양외배엽에서 여러 개의 세포를 떼어내 DNA를 분석한다.
반면 niPGT는 배아가 자라는 동안 배양액으로 방출한 세포유리 DNA(cell-free DNA)를 분석한다. 말 그대로 배아에 칼을 대지 않고 배아의 염색체 정보를 읽어내겠다는 접근이다.
2026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는 약 2000건의 배아 이식이 포함된 8개 연구가 분석됐다. 아직 출산까지 확인한 연구는 3개뿐이었고,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했던 연구는 사실상 한 개의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였다.
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35~40세 여성에서 niPGT를 이용해 배아를 선택한 경우 형태만 보고 배아를 골랐을 때보다 누적 생아출산 가능성이 높았고, 임상 임신 역시 증가하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누적 생아출산의 오즈비는 2.10, 임상임신은 1.75였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같은 연구에서 niPGT와 기존 영양외배엽 생검 방식의 PGT-A 사이에는 누적 생아출산율의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이 결과만으로 ‘이제 배아 생검이 필요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연구진 스스로 무작위 대조시험이 없고 연구마다 검사법과 환자군이 달라 전체 결과를 하나의 메타분석으로 통합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배양액에는 모체세포나 다른 DNA가 섞일 가능성이 있고, 배아의 모자이크 현상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지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PGT의 미래가 ‘얼마나 많은 배아세포를 떼어 정확하게 검사할 것인가’에서 ‘배아를 손대지 않고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낼 것인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여성 나이 많을수록 PGT-A 해야 한다?
기존 PGT-A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영국 인간수정배아관리청(HFEA)의 실제 진료자료 11만403 IVF·ICSI 주기를 이용한 2026년 연구에서는 PGT-A를 사용한 주기가 사용하지 않은 주기보다 임상임신과 생아출산에서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PGT-A 사용군의 임상임신 상대위험도(RR)는 1.64, 생아출산은 1.71이었다. 특히 여성의 나이가 올라갈수록 차이는 더욱 커졌다.
35세 미만에서는 생아출산 RR이 1.43이었던 반면 35세 이상에서는 2.19였고, 38세 이상에서는 3.18, 40세 이상에서는 4.70까지 높아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35세 이상에서는 유산 위험도 더 낮았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여성의 나이가 많을수록 PGT-A를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기 쉽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 연구는 환자를 무작위로 PGT-A군과 비PGT-A군으로 나눈 시험이 아니다.
실제 영국 IVF 등록자료를 이용해 무작위시험과 비슷한 조건을 통계적으로 구현한 ‘모의 표적시험(emulated target trial)’이다. 연구진도 이전 출산력이나 배아군의 질, 세부 배양실 정보 등 중요한 변수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었다며 인과관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즉 PGT-A를 한 사람이 더 많이 출산했다는 것과 PGT-A 때문에 더 많이 출산했다는 것은 같은 문장이 아니다.
이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PGT-A 논쟁에서 가장 중요하다.
‘고령’만 보고 PGT-A를 결정하면 안 된다
PGT-A가 가장 고민스러운 환자군은 따로 있다.
나이도 많고 난소예비력까지 떨어져 난자를 몇 개 얻기 어려운 여성이다.
2026년 발표된 연구는 35세 이상이면서 AMH나 동난포수(AFC)가 낮은 ‘POSEIDON 4군’ 여성 5만4122명을 분석했다. 성향점수매칭을 이용해 PGT-A 시행군과 비시행군을 비교했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복잡했다.
PGT-A를 시행하면 유산은 현저하게 감소했다. 그러나 임상임신율에는 유의한 개선이 없었고, 최종 생아출산 역시 배아이식당·난자채취당 모두 증가하지 않았다. 생아출산 상대위험도는 두 분석 모두 0.89였으며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다.
PGT-A의 본질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결과다.
PGT-A는 정상배아를 새로 만들어주는 기술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배아 가운데 염색체 수가 정상으로 판단되는 배아를 찾아내는 ‘선별 기술’이다.
가령 40대 초반 여성이 난자 15개를 얻고 여러 개의 배반포를 확보했다면 그중 이식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PGT-A가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나이라도 난자를 두세 개밖에 얻지 못하고 배반포가 한 개 만들어질까 말까 한 여성은 사정이 다르다. 배양을 거쳐 생검할 배반포까지 도달해야 하고, 검사 후에는 정상배아로 분류돼야 비로소 이식할 수 있다.
그 과정의 마지막에 ‘이식 가능한 배아 0개’라는 결과를 받을 수도 있다.
이 여성에게 중요한 것은 배아 한 개를 더 정교하게 골라내는 것인지, 아니면 어렵게 얻은 배아에게 실제 임신의 기회를 주는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PGT-A는 ‘임신율 높이는 기술’ 아닌 ‘이식 순서 정하는 기술’
PGT-A를 설명할 때 흔히 발생하는 착시는 ‘배아이식당 성공률’과 ‘난자채취당 누적 출산율’을 혼동하는 것이다.
염색체 정상배아만 골라 이식하면 한 번의 배아이식당 착상률이나 임신율은 올라갈 수 있다. 유산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환자가 알고 싶은 궁극적인 질문은 조금 다르다.
“이번에 채취한 난자들로 결국 아이를 낳을 확률이 높아집니까?”
여기에 답하려면 생검 전에 발달을 멈춘 배아, 염색체 이상으로 판정돼 이식하지 않은 배아, 검사 결과가 불확실했던 배아까지 모두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난자채취 한 번을 시작점으로 한 진짜 누적 생아출산율을 비교할 수 있다.
특히 난소예비력이 매우 낮은 여성에게는 이 차이가 결정적이다.
PGT-A가 유산 한 번을 피하게 해줄 수 있다는 이점은 매우 크다. 임신과 유산을 반복하면서 겪는 신체적·정신적 부담뿐 아니라 다시 난자채취를 해야 하는 시간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PGT-A 때문에 이식할 배아가 없어지고 다시 난자채취부터 시작해야 한다면 그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PGT-A가 좋은가 나쁜가’라는 질문 자체가 이제는 낡아가고 있다.
배아 검사의 시대에서 ‘환자 선택’의 시대로
2026년 연구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묘하게 한곳으로 모인다.
기술은 더 정교해지고 있다. 기존 영양외배엽 생검 PGT-A는 대규모 실제 진료데이터에서 특히 고령 여성에게 유리한 신호를 보이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배아에 손을 대지 않고 배양액 속 DNA만 분석하는 niPGT가 임상 단계로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검사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환자 선택은 더 중요해진다.
여성의 나이, AMH, 동난포수, 예상 난자 수, 이전에 만들어진 배반포 수, 반복유산 여부, 확보된 배아의 수까지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한다.
특히 ‘35세 이상’이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PGT-A의 필요성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난소예비력이 충분해 여러 개의 배반포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39세 여성과 난자가 한두 개밖에 나오지 않는 39세 여성에게 똑같은 PGT 전략을 적용할 이유는 없다.
PGT의 목표는 정상배아를 많이 찾아내는 데 있지 않다. 결국 한 명의 환자가 가장 적은 시행착오로 한 명의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게 하는 데 있다. 배아검사 기술이 발전할수록 생식의학이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검사실 안에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검사할 수 있는가’보다 ‘이 환자에게 검사하는 것이 정말 이득인가’를 판단하는 것. PGT의 다음 경쟁은 기술이 아니라 바로 그 선택에서 벌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