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에 혹이 있습니다. 수술해서 떼어내야 할까요?”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라면 이 질문의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혹을 깨끗하게 없애는 것이 치료의 성공처럼 보이지만, 난소에서는 ‘얼마나 제거했느냐’ 못지않게 ‘정상 난소를 얼마나 남겼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난소 자궁내막종이다. 흔히 ‘초콜릿낭종’으로도 불리는 자궁내막종은 자궁내막증 조직이 난소에 생기면서 오래된 혈액이 낭종 안에 고이는 질환이다.
여기서 먼저 구분할 것이 있다. 모든 난소낭종에 이 이야기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악성이 의심되거나 꼬임·파열 위험이 있거나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종양성 낭종은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임신을 원하는 여성의 자궁내막종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가 이번 논쟁의 핵심이다.
혹 떼어냈는데 왜 AMH가 떨어질까
전통적인 치료법은 복강경으로 낭종벽을 벗겨내는 ‘낭종절제술’이다. 재발과 통증을 줄이는 데 장점이 있다.
문제는 자궁내막종의 벽과 정상 난소조직 사이의 경계가 종종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낭종막을 벗겨내다가 정상 난소 피질과 그 안의 원시난포까지 함께 제거될 수 있다. 출혈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전기소작 역시 주변 난소조직과 혈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수술 후 난소예비력을 나타내는 항뮐러관호르몬(AMH)이 떨어지는 여성이 생긴다.
2026년 ‘휴먼 리프로덕션 오픈(Human Reproduction Open)’에 발표된 네트워크 메타분석은 무려 21개 무작위대조시험, 1519명을 대상으로 자궁내막종 치료법 8가지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단순히 “혹을 제거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법을 사용했을 때 정상 난소기능을 더 보존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수술 방법과 지혈 방법에 따라 수술 3~6개월 뒤 AMH 감소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레이저로 낭종 안쪽을 태우는 방법도 있다. 낭종벽 전체를 벗겨내지 않고 CO₂ 레이저 등으로 병변을 파괴하기 때문에 정상 난소조직을 덜 건드릴 가능성이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낭종절제술보다 난포 수 보존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다만 어느 방법이 무조건 우월하다고 결론내릴 단계는 아니다. 최신 무작위시험 분석에서는 레이저 치료가 수술 후 동난포수(AFC)에서는 유리했지만 AMH에서는 낭종절제술과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재발률 역시 연구마다 차이가 컸다.
난소를 자르지 않는 ‘알코올경화술’
최근 난임 분야에서 다시 주목받는 방법이 에탄올, 즉 알코올경화술이다.
방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질초음파를 보면서 긴 바늘을 자궁내막종 안으로 넣고 초콜릿색 내용물을 빼낸다. 이후 병원과 시술 방식에 따라 세척을 하고 고농도 에탄올을 낭종 안에 넣는다.
알코올은 단순히 낭종을 씻어내는 것이 아니다. 낭종을 만드는 안쪽 조직에 탈수와 단백질 변성을 일으켜 세포를 손상시키고 이후 섬유화시키는 원리다. 내용물을 빼는 것만으로 끝나는 단순 배액보다 다시 액체가 차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과정이다.
무엇보다 난소를 절개해 낭종벽을 뜯어내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실제로 2026년 7월 ‘BMC 위민스 헬스(BMC Women's Health)’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에서는 알코올경화술과 낭종절제술을 직접 비교한 16개 연구를 분석했다.
수술 전 AMH는 두 그룹이 비슷했지만 치료 후에는 알코올경화술군의 AMH가 평균 0.75ng/mL 높았다. IVF에서 채취한 난자 수도 경화술군이 평균 3.23개 많았다. 심각한 합병증은 경화술 0.24%, 낭종절제술 0.76%로 모두 드물었다.
하지만 중요한 단서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두 방법 사이의 생아출산율 차이는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포함된 연구들의 편향 위험도 높아 연구진 역시 대규모 무작위시험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알코올경화술을 하면 난소기능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그러나 난소조직을 직접 제거하지 않는 만큼 난소예비력을 보존해야 하는 여성에게 중요한 선택지가 될 가능성은 분명해지고 있다.
알코올경화술 뒤 바로 IVF…올해 연구도 주목
특히 흥미로운 것은 IVF 직전 경화술이다.
2026년 유럽인간생식배아학회(ESHRE)에서 발표된 메타분석은 자궁내막종을 그대로 둔 채 IVF를 한 여성과 IVF 전 경화술을 받은 여성을 비교했다.
5개 연구, 여성 303명, IVF·ICSI 394주기를 분석한 결과 경화술군에서 임상임신 가능성이 약 2.38배, 생아출산 가능성이 2.10배 높게 나타났다. 채취 난자 수도 평균 1.37개 많았다. 특히 과거 자궁내막종 수술을 이미 받은 여성에서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시술에서 IVF까지의 기간도 상당수가 약 2~12주였다. 따라서 실제 임상에서 자궁내막종 크기를 줄인 뒤 비교적 빠르게 난소자극과 난자채취로 넘어가는 전략에 연구 근거가 붙기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이 결과 역시 아직 ‘표준치료가 바뀌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포함 연구가 5개에 불과하고 무작위시험보다 관찰연구가 많았다. 연구진 역시 경화술의 효과가 실제보다 크게 나타났을 가능성을 인정하며 충분한 규모의 무작위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발 막을 것인가, 난소를 남길 것인가
결국 자궁내막종 치료에는 일종의 줄다리기가 존재한다.
낭종을 확실하게 제거하면 재발을 줄이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정상 난소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반대로 레이저나 알코올경화술처럼 조직을 최대한 남기는 방법은 난소기능 보존에 장점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재발과 장기 치료성적을 함께 살펴야 한다.
현재 유럽인간생식배아학회 가이드라인도 IVF 생아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자궁내막종을 무조건 수술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수술이 난소예비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증이 심하거나 난자채취 때 난포 접근을 방해하는 경우 등에서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따라서 임신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혹의 크기가 몇 cm인가”만 볼 것이 아니다.
나이, AMH, 양쪽 난소인지 한쪽인지, 과거 난소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지, 통증 정도, IVF를 바로 시작할 것인지, 난자채취가 가능한 위치인지까지 함께 판단해야 한다.
특히 이미 AMH가 낮거나 과거 자궁내막종 수술로 난소조직이 줄어든 여성에게 두 번째 수술은 첫 수술과 의미가 다를 수 있다.
난소의 혹을 치료하는 목적은 초음파 사진에서 ‘혹을 완전히 없애는 것’만이 아니다.
앞으로 임신해야 할 여성에게는 그 혹을 없애고도 난포가 남아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이 혹을 얼마나 깨끗하게 떼어낼까요?”가 아니라 “이 혹을 치료하면서 내 난소를 얼마나 남길 수 있을까"가 중요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