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 시술(IVF)을 앞둔 부부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일반 시험관수정(IVF)과 미세수정(ICSI) 가운데 어느 방법이 더 좋은 배아를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자 한 마리를 골라 난자 안에 직접 넣는 ICSI가 더 정밀한 기술처럼 보이기 때문에, 정자 상태가 크게 나쁘지 않아도 “미세수정을 하면 배아가 더 잘 자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정상적으로 수정된 배아 12만5570개의 초기 발달 과정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ICSI로 만들어진 배아에서 일반 IVF 배아보다 초기 ‘비정상 분열(abnormal cleavage)’이 더 자주 관찰된 것이다.
수정 성공보다 중요한 ‘그 다음 단계’
중국 충칭의과대학 여성아동병원과 충칭여성아동보건센터 연구진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시행된 2만456건의 IVF·ICSI 주기에서 정상 수정된 배아 12만5570개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일반 IVF로 만들어진 배아는 9만9019개, ICSI 배아는 2만6551개였다.
이번 연구가 주목한 것은 단순한 수정률이 아니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된 뒤 배아가 2세포, 4세포, 8세포로 나뉘며 성장하는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를 살폈다. 정상적인 배아는 일정한 순서와 형태로 세포분열을 이어가지만, 일부 배아에서는 세포가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갈라지거나 분열 순서가 흐트러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연구진은 이를 ‘비정상 분열’로 분류했다.
즉 이번 연구는 “수정이 됐느냐”보다 “수정된 뒤 배아가 첫 세포분열을 얼마나 정상적으로 이어가느냐”를 비교한 셈이다.
IVF 40.82%·ICSI 52.14%…11%포인트 넘게 차이
분석 결과 비정상 분열은 일반 IVF 배아에서 40.82%, ICSI 배아에서는 52.14%에서 관찰됐다. 두 그룹 간 차이는 11%포인트를 넘었다.
여성의 나이와 난소예비력, 난임 원인, 정액 상태, 과배란 방법 등 두 집단 사이의 여러 차이를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ICSI 배아에서 비정상 분열이 나타날 가능성은 일반 IVF보다 약 1.67배 높았다. 보정 오즈비는 1.674였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차이였다.
이 같은 경향은 특정 연령이나 특정 과배란 방법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여성 연령대를 나눠 분석하거나 서로 다른 난소자극 방법에 따라 비교해도 전반적으로 ICSI 배아에서 비정상 분열이 더 많이 관찰됐다.
정액검사 정상이어도 같은 경향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ICSI는 원래 정자 수가 적거나 운동성이 낮은 남성난임 환자에게 많이 사용되는 만큼, 비정상 분열이 더 많았던 이유도 애초 정자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가능성을 따로 분석했다. 정액검사 결과에 따라 정상 정액군, 경도의 이상이 있는 군, 여러 정액지표에 이상이 있는 군으로 나눠 비교했는데, 정상 정액군에서도 ICSI 배아의 비정상 분열 비율이 일반 IVF보다 높게 나타났다. 경도의 정액 이상이나 여러 이상이 함께 있는 집단에서도 같은 방향의 결과가 이어졌다.
연구진은 정액 상태 자체가 배아 분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지만, 정자 상태가 다른 여러 집단에서 비슷한 결과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ICSI 과정과 초기 배아 발달 사이의 연관성을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미세수정이 더 정교하니 더 좋다’는 공식은 아니다
일반 IVF와 ICSI의 차이는 수정 방식에 있다. 일반 IVF는 여러 정자를 난자 주변에 두고 정자가 스스로 난자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면 ICSI는 배아연구원이 정자 한 마리를 선택해 미세한 주입침으로 난자 세포질 안에 직접 넣는다.
정자 수가 매우 적거나 운동성이 크게 떨어지는 중증 남성난임에서는 ICSI가 수정 자체를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기술이다. 과거 일반 IVF에서 수정 실패를 경험한 경우에도 ICSI가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남성난임 요인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도 “ICSI가 더 정밀한 방식이니 배아도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는 이 같은 단순한 인식에 제동을 건다.
ICSI가 특정 환자에서 수정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과, 수정 이후 모든 배아의 발달 과정까지 일반 IVF보다 더 좋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ICSI가 나쁘다’는 뜻도 아니다
이번 연구 결과를 “ICSI를 하면 나쁜 배아가 만들어진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는 환자를 무작위로 IVF와 ICSI에 배정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과거 진료기록을 분석한 후향적 관찰연구다.
ICSI를 시행한 환자와 일반 IVF를 시행한 환자는 처음부터 난임 원인과 정자 상태, 치료 과정이 다를 수 있다. 연구진이 여러 요인을 통계적으로 보정했지만, 이번 결과만으로 ICSI가 비정상 분열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이번 연구가 살펴본 핵심 지표는 ‘초기 배아 분열 양상’이다. ICSI를 하면 최종 임신율이나 생아출산율이 낮아진다는 의미도 아니다.
따라서 중증 남성난임이나 기존 IVF에서 수정 실패가 있었던 경우처럼 ICSI가 필요한 환자에게 이번 연구만을 근거로 일반 IVF를 선택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수정률만 볼 게 아니라 ‘배아가 어떻게 크는가’도 봐야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수정 방법을 선택할 때 단순히 “어느 쪽이 수정률이 높으냐”만 볼 것이 아니라, 수정된 뒤 배아가 어떤 방식으로 분열하고 성장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액검사가 정상이고 뚜렷한 남성난임 요인이 없는 경우라면 “미세수정이 더 정교하니 무조건 더 좋다”는 식으로 접근하기보다, 정자 상태와 난자 수, 과거 수정력, 이전 시술 결과 등을 함께 고려해 수정 방법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일반 IVF와 ICSI 가운데 어느 한쪽이 모든 환자에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ICSI는 필요한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 기술이지만, 이번 12만5570개 배아의 분석 결과는 적어도 “미세수정이 항상 더 좋은 배아를 만든다”는 생각에는 물음표를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