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채취가 끝났는데 다음 생리 때 바로 배아이식을 해도 될까요. 아니면 자궁을 한 달 정도 쉬게 하는 게 좋을까요.”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받는 환자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다. 난자채취를 위해 여러 날 동안 과배란 주사를 맞고 채취까지 마친 뒤 동결배아가 남아 있다면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다음 생리가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동결배아이식(FET)을 준비하거나, 한 주기를 건너뛴 뒤 이식하는 것이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흔히 ‘과배란을 했으니 자궁과 몸을 한 달 정도 쉬게 하는 것이 착상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대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몸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바로 이식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 환자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실제 임신과 출산 결과는 어느 쪽이 더 좋을까.
2026년 유럽인간생식배아학회(ESHRE)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다기관 무작위대조시험(RCT)이 이 질문을 정면으로 비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 달 쉬어야 무조건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반대로 ‘바로 이식해도 결과가 똑같다’고 입증하는 데도 실패했다.
난자채취 직후 이식할까, 한 주기 건너뛸까
덴마크 코펜하겐대병원 릭스호스피탈렛 등을 포함한 7개 난임센터 연구진은 2021년 4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여성 494명을 모집했다. 대상자는 18~40세로 규칙적인 생리주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신선배아이식에서 임신하지 못했거나 모든 배아를 동결하는 ‘freeze-all’을 시행한 뒤 첫 동결배아이식을 앞둔 여성들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난자채취와 IVF 치료가 끝난 바로 다음 생리주기에서 동결배아이식을 했다. 다른 그룹은 최소 한 번의 생리주기를 건너뛴 뒤 동결배아이식을 시행했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방법은 ‘변형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modified natural cycle FET·mNC-FET)’이었다. 여성의 자연적인 난포 성장을 관찰하다 선두난포가 17㎜ 이상 자라면 배란유도 주사를 맞고, 6~7일 뒤 배반포를 이식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호르몬제로 자궁내막을 처음부터 조절하는 인공주기 동결배아이식과는 다르다.
생아출산율 32.4% 대 36.0%
연구진이 가장 중요하게 본 지표는 임신반응이나 임상적 임신율이 아니라 실제 아기를 출산한 비율인 ‘생아출산율’이었다.
무작위 배정된 494명을 그대로 분석한 ITT 분석에서 생아출산율은 즉시 이식군 32.4%, 한 주기 이상 미룬 군 36.0%였다. 미룬 군이 3.6%포인트 높았지만 이 차이 자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0.393).
겉으로 숫자만 보면 “36%와 32% 정도면 큰 차이가 없으니 바로 이식해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연구의 통계 설계에서는 그렇게 해석할 수 없다.
이번 시험은 어느 방법이 더 우수한지를 단순히 겨루는 ‘우월성 시험’이 아니라, 즉시 이식이 한 주기 뒤 이식보다 크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비열등성 시험’이었다. 연구진은 두 방법의 차이가 10% 이내라면 즉시 이식을 열등하지 않은 방법으로 인정한다는 기준을 미리 정했다.
그런데 분석 결과 신뢰구간 하한이 이 기준선을 넘어갔다. 즉 실제 차이가 우연히 3.6%포인트에 그친 것인지, 경우에 따라 즉시 이식의 출산율이 연구진이 허용한 범위 이상 낮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이번 연구만으로 배제하지 못했다.
결국 ‘즉시 이식이 한 주기 미룬 이식만큼 좋다’는 비열등성을 통계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 치료 완료 여성만 보면 차이 조금 더 벌어져
연구계획대로 치료를 마친 여성 472명을 대상으로 한 PP 분석에서는 차이가 조금 더 커졌다.
생아출산율은 즉시 이식군 32.7%, 연기 이식군 39.2%로 6.6%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 역시 두 그룹의 생아출산율 차이 자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판단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비열등성 기준은 충족하지 못했다.
임신율에서는 더 눈에 띄는 결과가 나왔다.
PP 분석에서 임신율은 즉시 이식군 44.9%, 한 주기 미룬 군 57.3%였다. 약 12.4%포인트 차이로 미룬 군이 유의하게 높았다(P=0.007). 실제 배아이식이 시행된 주기만 따로 분석해도 임신율은 즉시 이식군 50.7%, 미룬 군 60.8%로 역시 미룬 쪽이 유의하게 높았다.
반면 유산율 등 다른 주요 생식 결과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주기 취소율은 즉시 이식군 10.1%, 연기 이식군 6.2%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왜 ‘한 달 휴식’ 이야기가 나왔을까
그렇다면 왜 난자채취 뒤 한 주기를 쉬어야 한다는 치료 방식이 생겼을까.
과배란 과정에서는 여러 개의 난포를 동시에 키우기 위해 호르몬 자극이 이뤄지고, 평소 자연주기와 다른 수준의 호르몬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난자채취 직후 첫 생리주기까지 이전 과배란의 영향이 어느 정도 남아 자궁내막 수용성이나 난포 성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또 난자채취 직후에는 여러 개의 황체가 난소에 남아 있어 초음파에서 새로 자라는 난포를 구분하기가 까다로울 수 있다는 임상적 문제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난임센터에서는 동결배아이식을 한 주기 이상 미뤄왔다.
그러나 기다리는 것 역시 공짜는 아니다. 한 달을 미루면 그만큼 임신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미 오랜 기간 난임치료를 받아온 환자에게는 또 한 번의 기다림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연구와 연계해 진행된 앞선 하위 연구에서는 즉시 이식군 여성에서 신체적 증상을 더 많이 호소한 반면, 치료를 기다리는 데 따른 정서적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 바 있다.
과거 연구와 결과 달라…‘어떤 이식주기냐’가 중요
흥미로운 것은 이전 무작위시험에서는 오히려 다른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는 점이다.
2021년 발표된 724명 규모의 무작위시험에서는 난자채취 이후 첫 생리주기에 동결배아이식을 한 여성의 생아출산율이 47.2%로, 한 주기 이상 미룬 여성의 37.7%보다 높았다.
다만 이 연구는 호르몬으로 자궁내막을 준비하는 인공주기 FET를 대상으로 했다. 이번 2026년 연구는 자신의 난포 성장과 배란을 이용하는 modified natural cycle을 조사했다.
따라서 ‘바로 하는 것이 좋다’ 또는 ‘무조건 한 달 쉬어야 한다’는 한 문장으로 모든 동결배아이식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자궁내막을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는지, 이전 과배란 치료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환자의 생리주기가 규칙적인지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쉬면 무조건 잘 된다”도, “바로 해도 똑같다”도 아직은 성급
이번 연구 결과를 ‘한 달 쉬면 출산율이 높아진다’고 해석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즉시 이식군과 연기 이식군의 생아출산율 차이는 통계적으로 명확한 우월성을 보인 것이 아니다. 이번 시험이 보여준 것은 즉시 이식이 연기 이식에 비해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구진 역시 약 500명을 대상으로 한 RCT 한 편만으로 치료 전략을 확정할 수 없으며 추가 대규모 무작위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결과는 modified natural cycle FET에 한정되기 때문에 인공주기나 완전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난자채취를 했으니 반드시 한 달을 쉬어야 한다’고 단정할 근거도 충분하지 않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바로 이식해도 한 달 미룬 것과 완전히 같다”고 말할 단계도 아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근거로 modified natural cycle에서는 난자채취 직후 첫 주기의 즉시 동결배아이식을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인 표준치료로 제공하는 것은 아직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환자에게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한 달 쉬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이전 과배란에 대한 난소의 회복 상태와 생리주기, 자궁내막 상태, 배아이식 준비 방식까지 함께 놓고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가 남긴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