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ChatGPT, OpenAI)을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ChatGPT, OpenAI)을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PGT-A에서 정상배아라고 했는데 벌써 두 번이나 착상에 실패했습니다. 자궁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난임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질문이다. 염색체 수가 정상인 ‘정상염색체 배아(euploid embryo)’를 이식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환자의 불안은 오히려 커진다. 배아의 염색체 이상이라는 큰 변수를 한 차례 걸러냈는데도 실패했으니 자궁이나 면역, 혈액응고 등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정상배아가 두 번, 세 번 착상하지 않았다면 정말 ‘반복착상실패’로 봐야 할까. 정상배아는 몇 번까지 이식해야 출산 가능성이 충분히 높아질까.

최근 이 질문에 상당히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한 연구가 나왔다.

미국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생식과 불임(Fertility and Sterilit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PGT-A를 통해 정상염색체로 판정된 배아를 한 번씩 연속 이식했을 때 최소 한 명의 아기를 출산할 누적 확률은 첫 번째 이식 후 63.1%에서 세 번째 92.0%, 다섯 번째 98.3%, 여섯 번째 98.8%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정상배아 한 번 이식하면 출산율 63.1%

 

연구진은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체외수정(IVF)과 착상전유전검사(PGT-A)를 시행한 뒤 정상염색체 배아를 단일 이식한 여성 5811명을 분석했다. 전체 정상배아 이식 횟수는 7763건이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첫 번째 정상배아 이식의 출산율은 63.1%였다. 뒤집어 보면 염색체 검사를 통과한 정상배아라고 하더라도 한 번의 이식으로 출산하지 못한 환자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 정상배아 이식의 회차별 출산율은 54.0%였다. 세 번째는 53.1%, 네 번째는 50.4%, 다섯 번째는 57.6%였다. 첫 번째에서 두 번째로 넘어갈 때 출산율은 유의하게 낮아졌지만 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추가 하락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정상배아가 한두 차례 착상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다음 정상배아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계속 커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섯 번째 이식의 출산율은 28.6%였지만 이 단계까지 실제 이식을 계속한 환자는 7명에 불과했다. 95% 신뢰구간도 8.2~64.1%로 매우 넓어 연구진 역시 여섯 번째 회차의 개별 출산율 자체에서는 의미 있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 번 이식했더니 누적 출산 확률 92%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누적 확률’이다.

Kaplan–Meier 분석으로 추정한 최소 한 번의 출산 누적 확률은 정상배아를 한 번 이식했을 때 63.1%였다. 두 번째까지 진행하면 83.0%, 세 번째 92.0%, 네 번째 96.0%, 다섯 번째 98.3%, 여섯 번째에는 98.8%로 올라갔다.

1회 63.1% → 2회 83.0% → 3회 92.0% → 4회 96.0% → 5회 98.3% → 6회 98.8%.

정상배아를 세 번 이식하고도 출산하지 못했다면 환자에게는 세 번의 실패가 100%의 현실이다. 하지만 전체 집단의 관점에서 보면 세 번째 이식까지 출산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는 오히려 소수 집단으로 좁혀지는 셈이다.

연구진은 정상배아를 세 번 이식한 뒤에도 반복착상실패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는 5% 미만이었고, 다섯 번 이후에도 출산하지 못한 경우는 2% 미만이었다고 밝혔다.

 

‘정상배아 세 번 실패=자궁 문제’ 공식은 성립할까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정상배아를 계속 넣으면 언젠가는 무조건 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초기의 몇 차례 실패만으로 특별한 착상 장애가 존재한다고 너무 빨리 결론 내리지 말아야 한다는 데 가깝다.

정상염색체 배아 역시 출산을 보장하는 배아는 아니다. 염색체 수가 정상이라는 것은 착상과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변수 가운데 하나를 확인했다는 의미이지 배아의 모든 생물학적 능력을 보증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첫 번째 정상배아 이식 후 임신 자체가 확인되지 않은 비율은 20.0%였고 생화학적 임신은 8.4%, 자연유산은 7.1%였다. 두 번째 이식에서는 각각 23.8%, 11.0%, 9.8%였다. 그러나 이런 좋지 않은 결과의 비율 역시 두 번째 이후 계속 뚜렷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지 않았다.

2026년 미국생식의학회(ASRM)도 반복착상실패에 관한 위원회 의견을 발표하면서 여러 차례 배아이식에 실패한 환자에서 착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몇 번 실패했느냐’라는 숫자만으로 모든 환자를 동일하게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환자의 배아와 자궁 상태, 치료 과정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98.8%를 ‘내 성공률’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이유

 

다만 이번 연구의 98.8%라는 숫자를 환자 개인의 출산 성공률로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는 무작위 임상시험이 아니라 후향적 코호트 연구다. 더욱이 첫 이식에서 출산하지 못한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다음 이식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실제 전체 5811명 가운데 연구 기간 중 출산한 환자는 4709명으로 81.0%였고, 출산하지 않은 1102명 가운데 1097명은 여섯 번의 이식을 모두 마치기 전에 치료를 중단했다. 실제 여섯 번째 정상배아 이식까지 완료하고도 출산하지 못한 환자는 5명이었다.

연구진이 치료 중단 환자들이 계속 치료했더라도 단 한 명도 출산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가장 보수적인 가정을 적용했을 때 누적 출산율은 여섯 번째까지 81.0%였다. 반면 Kaplan–Meier 방식으로 중도탈락을 처리했을 때 추정치는 98.8%였다. 따라서 실제 가능성에는 치료 중단에 따른 상당한 통계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또 연구 대상에서는 교정되지 않은 자궁강 이상이나 일부 선천성 자궁기형, 난자 기증, 대리모 사용 등이 제외됐다. 따라서 선근증이나 자궁강 병변, 난관수종 등 착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별도의 요인을 가진 환자에게 연구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는 데도 주의가 필요하다.

 

실패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왜 실패했는가’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난임 환자에게 주는 의미는 작지 않다.

정상배아 첫 이식이 실패했다고 해서 다음 배아의 가능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두 번째가 실패하고 세 번째가 실패하더라도 이후 정상배아의 회차별 출산 가능성이 계속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도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2024년 ‘Human Reproduction’에 발표된 대규모 다기관 연구와도 맥을 같이한다. 당시 연구에서도 정상염색체 배아를 다섯 번까지 순차적으로 이식했을 때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이식에서도 출산이 이어졌으며 누적 출산율은 98.1%에 도달했다. 다만 이 연구 역시 착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질환을 가진 환자를 제외한 선별 집단을 대상으로 했다.

결국 정상배아 이식 실패를 바라보는 질문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정상배아를 세 번이나 넣었는데 왜 안 됐을까’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의 실패가 통계적으로 드문 수준에 들어왔는지, 추가 검사가 필요한 상황인지, 자궁강이나 난관·자궁내막 등 확인해야 할 요인이 있는지, 그리고 다음 정상배아 이식을 계속할 근거가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배아라는 이름에는 ‘정상’이라는 강한 단어가 붙어 있다. 하지만 정상배아는 ‘반드시 착상하는 배아’가 아니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한 번의 정상배아가 가진 확실성이 아니라, 한두 번의 실패만으로 남은 가능성까지 실패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