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ChatGPT, OpenAI)을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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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아기시술(IVF)을 받는 난임부부에게 ‘정상배아’를 골라 이식한다는 말만큼 매력적으로 들리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배아의 염색체 수 이상을 검사하는 착상전유전검사(PGT-A)는 이식하기 전 배아의 염색체 상태를 확인해 정상염색체 배아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비정상 배아를 미리 걸러내 정상배아만 이식하면 결국 아기를 낳을 가능성도 높아질까.

최근 영국의 대규모 국가 보조생식술 등록자료를 분석한 연구가 이 단순해 보이는 질문에 뜻밖의 결과를 내놓았다.

PGT-A를 시행한 치료에서 유산은 감소했지만, 한 번의 난자채취에서 만들어진 배아를 모두 사용하는 과정까지 추적한 누적 출산 결과에서는 오히려 PGT-A군의 출산 가능성이 일반 IVF군보다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PGT-A군, 첫 이식·누적 출산 모두 낮은 연관성

 

연구진은 영국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에 등록된 2014~2018년 보조생식술 자료를 이용해 11만1975건의 치료 에피소드를 분석했다. 여기서 하나의 치료 에피소드는 한 번의 난자채취와 그 난자에서 만들어진 배아를 이용한 이후의 이식을 포함한다.

분석 결과 PGT-A를 시행한 경우 일반 IVF와 비교해 첫 번째 이식에서 출산에 대한 보정 오즈비(aOR)는 0.86이었다.

한 번의 난자채취에서 만들어진 배아를 이용한 전체 이식을 합산한 누적 분석에서는 0.74였다. 즉 연구진이 연령과 난임 원인, 이전 IVF 치료, 난소자극, ICSI 여부, 난자와 배아 수, 치료기관 등 여러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PGT-A 사용은 더 높은 출산율과 연결되지 않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숫자는 ‘이식하지 못한 경우’였다.

PGT-A 치료의 48%에서는 첫 주기에 이식된 배아가 없었던 반면 일반 IVF에서는 이 비율이 5%였다. 검사 과정에서 이식 가능한 배아가 없다고 판단되거나 여러 이유로 실제 이식까지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누적 출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해석이다.

 

그런데 유산은 줄었다

 

PGT-A가 아무런 장점을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임신이 성립된 뒤 유산을 경험할 가능성은 PGT-A군에서 낮았다. 임신당 유산 오즈비는 첫 주기에서 0.47, 누적 분석에서 0.64로 나타났다.

바로 이 지점이 PGT-A 논쟁을 복잡하게 만든다.

PGT-A의 목적은 염색체 수 이상이 있는 배아를 구별해 이식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염색체 이상은 초기 유산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정상염색체 배아를 선별하면 불필요한 이식이나 유산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유산을 줄이는 것’과 ‘한 번의 난자채취로 최종적으로 아기를 낳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영국 HFEA도 현재 PGT-A를 대부분의 난임 환자에서 ‘아기를 낳을 가능성을 높이는 목적’에는 적색으로 평가하고 있는 반면, 유산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에는 녹색 평가를 하고 있다. HFEA는 PGT-A가 배아를 선택하는 검사인 만큼 이식할 수 있는 배아의 숫자를 줄일 수 있으며, 유산 감소가 반드시 최종 출산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배아 하나의 성공률’과 ‘난자채취 한 번의 성공률’은 다르다

 

PGT-A를 이해할 때 가장 혼동하기 쉬운 부분도 여기에 있다.

정상염색체로 판정된 좋은 배아 하나를 골라 이식했을 때의 성공 가능성과, 난자채취를 시작한 환자가 그 과정에서 얻은 모든 배아를 이용해 최종적으로 아기를 낳을 가능성은 전혀 다른 지표다.

예를 들어 PGT-A를 통해 임신 가능성이 높은 배아를 먼저 찾으면 임신까지 필요한 이식 횟수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검사 과정에서 이식 대상에서 제외되는 배아가 늘어나면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전체 배아의 수는 줄어든다. 특히 얻은 배아가 많지 않은 환자라면 이 차이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미국생식의학회(ASRM) 역시 PGT-A를 모든 IVF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시행했을 때 얻는 이점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도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출산 결과에서 기존 IVF보다 뚜렷한 우위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 ASRM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PGT-A는 필요 없는 검사일까

그렇게 단정하는 것도 이번 연구가 말하는 바와는 거리가 있다.

이번 연구는 무작위 대조시험이 아니라 이미 시행된 치료 결과를 뒤에서 분석한 관찰연구다. 연구진이 연령과 난임 원인, 난자·배아 수 등 여러 변수를 통계적으로 보정했지만 PGT-A를 선택한 환자와 선택하지 않은 환자가 애초부터 완전히 같은 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 PGT-A를 선택하게 만든 의학적 배경과 환자의 예후 차이를 통계만으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더구나 분석 대상 치료는 2014~2018년에 시행됐다. PGT-A 검사와 배아 배양·생검 기술은 이후에도 계속 변화했다. 실제로 같은 학술지에는 이번 논문 발표 뒤 과거 HFEA 등록자료를 이용해 현재의 PGT-A 효과까지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분석 자료에 포함된 환자가 전체 HFEA 등록 치료의 일부라는 점 등도 지적됐다.

결국 이번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PGT-A를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단순한 찬반 문제가 아니다. PGT-A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산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환자, 고령으로 염색체 이상 배아의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환자, 여러 개의 배반포를 확보해 이식 순서를 결정해야 하는 환자와 확보한 배아가 한두 개뿐인 환자에게 PGT-A의 의미가 똑같을 수는 없다.

‘정상배아를 골랐으니 출산 가능성이 무조건 올라간다’는 설명도, 반대로 ‘출산율이 낮게 나왔으니 PGT-A는 필요 없다’는 결론도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복잡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PGT-A가 답해야 할 질문은 결국 하나가 아니라 두 개다. ‘어떤 배아를 먼저 이식할 것인가’, 그리고 ‘이 검사가 이 환자의 최종 출산 가능성을 실제로 높여주는가’다. 이번 영국 국가자료 연구는 두 질문의 답이 반드시 같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