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로 어렵게 임신에 성공했지만 첫 초음파검사에서 임신낭만 확인되고 배아가 보이지 않는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임신 초기에는 불과 며칠 차이로 초음파 소견이 달라질 수 있어 의료진도 유산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한다. 난임 환자에게는 다음 초음파검사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불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IVF 임신의 유산 여부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새로운 초음파 진단 기준이 제시됐다. 배아이식 날짜를 기준으로 계산한 임신 47일, 즉 임신 6주 5일 이후에도 초음파에서 배아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임신이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다.

영국 연구진이 14개 난임센터의 IVF 임신 1만9건을 분석한 결과로, 국제학술지 ‘Ultrasound in Obstetrics & Gynecology(산부인과 초음파학)’에 발표됐다.

 

임신 1만9건 분석…47일 이후 배아 안 보인 406건 모두 유산

 

연구진은 영국 14개 난임센터에서 시행된 신선배아 및 동결배아 이식 후 임신 사례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배아이식 후 첫 질식초음파검사에서 자궁 내 임신이 확인되고 이후 임신 경과를 추적할 수 있었던 1만9건이다.

이 가운데 8223건(82.2%)은 임신 11~14주 검사에서 임신이 유지되고 있었으며, 1786건(17.8%)은 임신이 유지되지 않았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첫 초음파검사에서 임신낭은 확인되지만 배아가 보이지 않는 경우였다. 이러한 사례 632건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임신 47일 이후에도 배아가 확인되지 않았던 406건은 모두 임신이 유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준의 양성예측도와 특이도는 연구 대상에서 모두 100%였다. 양성예측도는 검사에서 유산으로 예측된 임신이 실제로 유지되지 않은 비율을, 특이도는 임신이 유지된 사례를 유산으로 잘못 분류하지 않은 정도를 의미한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100%라는 수치가 나왔다고 해서 모든 시험관아기 임신에서 같은 정확도로 유산을 확정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IVF 배아이식 날짜로 임신 주수 정확히 계산

 

자연임신에서는 마지막 생리 시작일을 기준으로 임신 주수를 계산한다. 그러나 실제 배란일은 여성마다 다르고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경우도 있어 수정이 이뤄진 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IVF는 배아를 자궁에 이식한 날짜와 배아의 발달 단계가 명확하게 기록된다. 따라서 임신 주수를 상대적으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일 배양한 배아를 이식했다면 이식 당일은 임신 2주 5일에 해당한다. 이식 후 28일이 지나면 임신 6주 5일, 즉 임신 47일이 된다. 3일 배아를 이식했다면 이식 후 30일이 임신 47일에 해당한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47일’은 배아이식 후 47일이 아니라 배아의 발달 일수까지 반영한 전체 임신 기간 47일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연구진은 IVF 임신의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면 임신 초기 초음파검사의 진단 정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아 크기 작다고 반드시 유산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정상적으로 임신이 유지된 여성들 사이에서도 배아와 임신낭의 크기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

임신 11~14주까지 유지된 사례에서 초기 배아의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길이인 머리엉덩길이(CRL)는 평균적으로 하루 약 0.926㎜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같은 임신 주수라도 배아의 크기는 일정하지 않았다. 임신이 유지된 집단의 배아 크기가 평균적으로 더 컸지만, 이후 유산한 집단과 측정값이 겹치는 구간도 있었다.

이는 배아가 평균보다 작게 측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유산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정확한 임신 주수를 알 수 있는 시험관아기 임신에서도 배아의 성장 속도와 크기에는 개인차가 존재한다.

 

기존 유산 진단 기준과 무엇이 다른가

 

현재 임신 초기 유산 진단에는 초음파로 확인한 임신낭과 배아의 크기, 심장박동 유무 등이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질식초음파검사에서 임신낭의 평균 직경이 25㎜ 이상인데도 배아가 보이지 않거나, 배아의 머리엉덩길이가 7㎜ 이상인데 심장박동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유산을 의심할 수 있다. 다만 실제 확진에는 검사 조건과 재검 기준 등 임상 지침을 함께 적용해야 한다.

임신 유지 여부가 불확실할 때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초음파검사를 반복하도록 권고한다.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임신을 유산으로 잘못 판단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번 연구의 차별점은 초음파에서 측정된 크기뿐 아니라 정확한 임신 날짜를 진단 판단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가 추가로 검증된다면 시험관아기 임신에서 유산 여부가 불확실한 환자의 재검 시점과 진단 과정을 보다 정교하게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47일 기준, 실제 진료 적용까지는 추가 검증 필요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유망하지만 새로운 유산 확진 기준으로 즉시 적용하기에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진료기록을 분석한 후향적 연구다. 영국 난임센터에서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만큼 다른 국가와 의료환경에서도 같은 정확도가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유산 진단은 잘못된 판단이 정상 임신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 높은 수준의 안전성이 요구된다. 연구에서 양성예측도 100%가 관찰됐더라도 독립적인 환자군에서 같은 결과가 재현되는지 검증해야 한다.

따라서 임신 47일 이후 배아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환자가 스스로 유산을 확정하거나 약물치료 또는 수술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담당 의료진이 초음파 소견과 기존 검사 결과, 필요한 재검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시험관아기 임신에서 정확한 배아이식 날짜가 단순히 출산예정일을 계산하는 정보를 넘어 초기 임신의 경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임상 자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유산 진단 기준이 정교해진다면 난임 환자가 겪는 임신 초기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국제학술지 ‘Ultrasound in Obstetrics & Gynecology(산부인과 초음파학)’에 발표된 영국 연구진의 논문 ‘Growth trajectory and miscarriage diagnosis threshold in early IVF pregnancy: multicenter study(시험관아기 임신 초기의 성장 궤적과 유산 진단 기준: 다기관 연구)’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연구는 영국 14개 난임센터의 시험관아기 임신 사례를 분석했으며, 논문 DOI는 10.1002/uog.70349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