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난임 치료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난자를 충분히 채취하더라도 수정과 배아 발달이 원활하지 않거나 염색체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40대 이후에는 난자의 양뿐 아니라 질적 저하가 시험관아기시술(IVF)의 성공을 가로막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노화된 난자 내부의 에너지 생산 기능을 개선해 난자의 질과 생식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포의 에너지 발전소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엘라미프레타이드(Elamipretide)’가 그 주인공이다.

2026년 10월 국제학술지 ‘에이징 셀(Aging Cell)’에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노령 생쥐와 사람, 돼지의 난자를 이용해 엘라미프레타이드의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노화된 난자의 기능 개선 가능성이 관찰됐으며, 생쥐 실험에서는 실제 출생 새끼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난자 노화의 원인, 에너지 생산 기능 저하에 주목

 

난자는 인체에서 미토콘드리아가 풍부한 세포 중 하나다.

수정과 초기 배아 발달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 물질인 ATP를 생산한다. 난자는 이 에너지를 이용해 염색체를 정확하게 분리하고 수정 후 세포분열을 진행한다.

그러나 여성의 나이가 들면 난자 내부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에너지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난자의 성숙과 수정, 초기 배아 발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난자 성숙 과정에서 염색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으면 염색체 수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고령 여성에서 염색체 이상 배아와 유산 위험이 증가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주요 생물학적 기전 중 하나다.

연구진은 이러한 난자 노화의 원인 가운데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에 주목했다.

 

엘라미프레타이드 처리 후 난자 성숙률·수정률 개선

 

엘라미프레타이드는 미토콘드리아 내부 막의 기능을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물질이다. 특히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존재하는 ‘카디오리핀(Cardiolipin)’이라는 지질과 상호작용해 에너지 생산 체계를 보호하는 것으로 연구돼 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엘라미프레타이드를 노화된 난자에 적용했을 때 난자의 생물학적 기능이 개선되는지를 살펴봤다.

연구진은 고령 여성에게서 얻은 난자를 이용한 체외실험에서도 엘라미프레타이드 처리 후 난자 성숙률과 수정률, 초기 배아 분할률이 개선됐다고 보고했다.

이는 사람의 난자에서도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표적으로 하는 접근법이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난자 성숙률과 수정률이 개선됐다는 사실만으로 염색체 정상 배아가 더 많이 만들어지거나 실제 임신과 출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노령 생쥐에서는 출생 새끼 수 증가

 

이번 연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동물실험 결과다.

연구진은 노령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엘라미프레타이드가 난자의 질과 생식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난자 기능 개선과 함께 출생 새끼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단순히 난자 내부의 세포 기능 변화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생식 결과에서도 개선 가능성이 관찰됐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러한 효과에 비타민 B6와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신호 경로가 관여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VEGF는 혈관 형성과 세포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생식기관의 생리적 기능과도 관련이 있다.

다만 이번 결과는 실험동물에서 확인된 것으로,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난자 질 개선과 IVF 성공률 향상은 별개

 

이번 연구가 고령 난임 여성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엘라미프레타이드가 사람의 난자 노화를 되돌리는 치료제로 확립됐다는 뜻은 아니다.

난자의 질은 미토콘드리아 기능뿐 아니라 염색체 안정성, 세포질 성숙, 방추체 형성, 유전자 발현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개선되더라도 이미 발생한 염색체 이상이나 모든 노화 변화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번 사람 난자 연구는 체외실험으로, 고령 난임 여성에게 약물을 투여한 뒤 시험관아기 임신율과 생아출산율을 평가한 임상시험과는 구분해야 한다.

실제 치료에 적용하려면 약물의 안전성과 적정 용량, 투여 시점, 배아 발달에 미치는 영향, 출생아의 장기적인 건강까지 확인해야 한다.

 

고령 난임 치료, 난자 수 확보에서 난자 기능 회복으로

 

현재 고령 여성의 난임 치료는 난소 자극 방법을 조정해 가능한 한 많은 난자를 확보하거나, 채취한 난자와 배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나이에 따른 난자 자체의 질적 저하를 확실하게 회복시키는 표준 치료법은 아직 없다.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직접 표적으로 하는 연구는 생식의학에서 새로운 치료 방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사람 난자를 이용한 체외실험과 동물의 실제 출생 결과를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후속 연구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난자 기능 개선이 사람의 염색체 정상 배아 형성률과 착상률, 임신율, 생아출산율 향상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이번 연구는 ‘늙은 난자를 젊은 난자로 되돌리는 치료법’이 완성됐다는 소식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되돌리기 어려운 생물학적 변화로 여겨졌던 난자 노화의 일부 기능적 문제를 치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고령 난임 치료의 미래가 난자를 더 많이 얻는 기술을 넘어, 난자 내부의 생물학적 기능을 회복시키는 기술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다.

 

※ 2026년 10월 국제학술지 ‘에이징 셀(Aging Cell)’ 제25권 제10호에 게재된 중국 난징농업대학교 장하오린(Hao-Lin Zhang), 쑨샤오천(Shao-Chen Sun) 연구진 등의 논문 ‘엘라미프레타이드를 통한 난자 질 회복과 생식노화 과정의 여성 생식능력 개선(Elamipretide Rejuvenates Oocyte Quality and Restores Female Fertility During Reproductive Aging)’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DOI: 10.1111/acel.70749, PMID: 42827331. 논문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42827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