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수술로 병변을 제거하거나 여성호르몬을 억제하는 기존 치료법과 달리, 자궁내막증을 악화시키는 특정 면역세포에 약물을 집중적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치료 기술이 개발됐다. 동물실험에서는 자궁내막증 병변의 크기와 개수가 줄어들고 통증 반응도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워싱턴주립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기존 구충제인 ‘니클로사마이드(Niclosamide)’를 나노기술로 개량해 자궁내막증 병변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첨단 헬스케어 소재(Advanced Healthcare Materials)’에 발표됐으며,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가 지난 10월 1일 주요 연구 성과로 소개했다.

 

수술해도 재발하는 자궁내막증…기존 치료의 한계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과 유사한 조직이 난소나 복막 등 자궁 밖에서 자라면서 만성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전 세계 가임기 여성 약 10%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심한 생리통과 만성 골반통, 성교통뿐 아니라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재 자궁내막증 치료는 주로 호르몬 요법과 수술에 의존한다. 호르몬 치료는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억제해 병변의 활동성을 낮추지만, 치료 중 배란이 억제될 수 있어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는 제약이 따른다. 장기간 사용하면 안면홍조나 골밀도 감소 등의 부작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술 역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병변을 제거하더라도 재발할 수 있으며, 특히 난소 자궁내막종 수술은 경우에 따라 난소 예비력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호르몬을 억제하거나 병변을 직접 제거하는 대신, 질환의 진행에 관여하는 면역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했다.

 

자궁내막증 악화시키는 면역세포만 골라 공격

 

이번 연구의 핵심은 ‘대식세포(Macrophage)’다. 대식세포는 원래 외부 병원체나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는 면역세포지만, 자궁내막증에서는 일부 대식세포가 만성 염증을 유지하고 병변의 성장과 신경·혈관 형성을 촉진하는 데 관여한다.

연구진은 특히 ‘엽산수용체 베타(FRβ)’라는 단백질을 발현하는 대식세포에 주목했다. 이 세포들이 자궁내막증 병변의 진행에 관여한다는 점을 바탕으로, 해당 세포에 약물을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용된 약물은 오랫동안 기생충 감염 치료에 사용돼 온 니클로사마이드다. 이 약물은 앞선 연구에서도 염증과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물에 잘 녹지 않아 체내 흡수율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뻗은 나노 크기의 분자 구조인 ‘덴드리머(Dendrimer)’에 니클로사마이드를 결합했다. 여기에 특정 대식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구조를 적용해 약물이 자궁내막증 병변에 집중적으로 전달되도록 설계했다.

약물이 몸 전체에 광범위하게 작용하는 대신, 자궁내막증의 진행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되도록 만든 것이다.

 

약물 한 차례 투여했더니…병변 크기와 통증 반응 감소

 

연구진은 자궁내막증 생쥐 모델에 새롭게 개발한 약물 ‘FA-2DG-D-Niclo’를 복강 내로 한 차례 투여한 뒤 치료 효과를 관찰했다.

니클로사마이드 기준 체중 1kg당 25mg 또는 50mg을 투여하고 2주 후 평가한 결과, 두 용량 모두에서 자궁내막증 병변의 개수와 부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병변에 존재하는 FRβ 양성 대식세포도 줄어들었으며, 통증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통각과민 증상 역시 완화됐다.

특히 약물 전달체가 자궁내막증 병변에 집중적으로 축적되고 다른 장기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분포하는 특성도 확인됐다.

이는 자궁내막증의 병변 성장과 통증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표적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난임 여성에게 중요한 비호르몬 치료 가능성

 

이번 연구가 생식의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여성호르몬을 직접 억제하지 않는 치료 전략이라는 점이다.

자궁내막증을 앓는 난임 여성은 통증을 조절하면서도 임신 가능성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배란을 억제하는 호르몬 치료는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자연임신을 시도하거나 난임 치료를 계획하는 과정에서는 사용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이번 연구처럼 질환에 관여하는 면역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향후 호르몬 억제 없이 자궁내막증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비호르몬 치료라는 사실만으로 난소 기능이나 임신에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난자와 배아에 미치는 영향, 생식독성, 장기 투여 안전성 등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네이처도 주목…사람에게 효과 입증되기까지는 시간 필요

 

네이처는 지난 10월 1일 이번 연구를 소개하며 자궁내막증의 새로운 비수술·비호르몬 치료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러나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동물실험에서 병변과 통증 반응이 감소했다고 해서 실제 환자에게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 없다. 장기적인 재발 억제 효과와 안전성 역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이번 연구는 자궁내막증 병변과 통증에 대한 효과를 평가한 것으로, 임신율이나 생아출산율을 개선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자궁내막증을 단순히 여성호르몬에 의존하는 질환으로 바라보는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병변 주변의 면역 환경을 직접 조절하는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술과 호르몬 치료 외에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자궁내막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마련된 셈이다.

 

※ 2026년 국제학술지 ‘첨단 헬스케어 소재(Advanced Healthcare Materials)’에 발표된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워싱턴주립대학교의 아누바브 둘(Anubhav Dhull), 밍신 시(Mingxin Shi), 매들린 하비(Madeleine E. Harvey) 연구진 등의 논문 ‘2-Deoxyglucose Dendrimer-Enabled Niclosamide Delivery to FRβ-Expressing Macrophages Alleviates Endometriosis Progression and Associated Hyperalgesia(2-데옥시글루코스 덴드리머를 이용한 FRβ 발현 대식세포 표적 니클로사마이드 전달이 자궁내막증 진행과 통각과민을 완화한다, DOI: 10.1002/adhm.71661, PMID: 42670248)’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또한 2026년 10월 1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연구 보도 <The missed disease that affects 190 million: endometriosis drug shows early promise(전 세계 1억90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간과된 질환, 자궁내막증 신약의 초기 가능성, DOI: 10.1038/d41586-026-03042-x)’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