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에서 배아의 발달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만으로 질이 낮은 배아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발달 속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배아에서도 정상 염색체를 가진 배아가 상당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배아의 성장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타임랩스(Time-lapse) 평가에서 발달 속도만을 기준으로 이식 우선순위를 정할 경우, 정상 염색체를 가진 배아가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연구는 2026년 10월 8일 국제학술지 ‘생식생물의학 온라인(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에 발표됐다.

 

배반포 1,711개 분석…발달 속도와 염색체 정상 여부 비교

 

브라질 연구진은 2022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미세수정(ICSI)으로 진행한 611개 시술 주기에서 얻은 배반포 1,711개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배아가 상실배에서 배반포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세포들이 얼마나 완전하게 압축되는지에 주목했다.

상실배는 수정란이 여러 차례 분열한 뒤 세포들이 서로 밀착해 하나의 덩어리를 형성하는 단계다. 이후 내부에 공간이 생기면서 배반포로 발달한다.

연구진은 세포들이 완전하게 압축된 배아와 일부 세포가 압축 과정에서 제외된 배아를 구분하고, 발달 속도와 염색체 정상 여부를 비교했다.

 

발달 점수 최하위 73.9%…정상 염색체 비율은 비슷

 

분석 결과, 일부 세포가 압축 과정에서 제외된 배아는 완전하게 압축된 배아보다 발달 속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컸다.

배아의 발달 시점을 평가하는 KIDScore에서 최하위인 C등급으로 분류된 비율은 부분 압축 배아군에서 73.9%에 달했다. 반면 완전 압축 배아군에서는 25.5%였다.

그러나 염색체 검사 결과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부분 압축 배아군의 정상 염색체 비율은 43.7%였으며, 완전 압축 배아군은 43.4%로 거의 비슷했다.

발달 속도 평가에서는 큰 차이가 있었지만, 실제 염색체가 정상인 배아의 비율은 유사했던 것이다.

여러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보정한 분석에서는 부분 압축 배아군의 정상 염색체 판정 가능성이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보정 오즈비는 1.56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P=0.008).

이는 배아의 발달 속도가 느리거나 상실배 압축 과정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만으로 염색체 이상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발달 속도 느려도 정상 염색체 배아 존재

 

연구진은 배반포의 세포 파편화 등 구조적 특징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발달 속도뿐 아니라 배아의 구조적 상태가 염색체 정상 여부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달 속도 평가에서 최하위인 KIDScore C등급을 받았더라도 세포 파편화가 관찰되지 않은 배아에서는 정상 염색체 비율이 50.0~66.7%에 달했다.

이는 발달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만으로 배아의 이식 우선순위를 낮출 경우, 정상 염색체를 가진 배아까지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배아가 얼마나 빠르게 발달했는지뿐 아니라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형태적·구조적 특징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타임랩스 배아 평가, 발달 속도만으로 판단하는 데 한계

 

타임랩스 배아 배양 시스템은 배양기 내부에서 배아의 발달 과정을 연속적으로 촬영해 세포분열 시점과 성장 양상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배아를 배양기 밖으로 꺼내지 않고 관찰할 수 있으며, 발달 속도와 분열 양상을 토대로 이식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활용된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발달 속도를 중심으로 산출한 점수가 배아의 염색체 정상 여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만 정상 염색체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 실제 임신율이나 출산율이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상 염색체 배아라도 착상에 실패하거나 임신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후향적 관찰연구로, 발달 속도가 느린 배아를 실제 이식했을 때 임신율과 생아출산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배아 선별 과정에서 발달 속도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정상 염색체를 가진 배아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배아의 발달 속도와 형태적·구조적 특징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2026년 10월 8일 국제학술지 ‘생식생물의학 온라인(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에 발표된 논문 ‘Good embryos left behind: morphokinetic prioritization may penalize chromosomally competent embryos(뒤에 남겨진 좋은 배아: 발달 속도 기반 우선순위 평가가 염색체 정상 배아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논문 DOI는 10.1016/j.rbmo.2026.106019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