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선근증과 자궁내막증은 심한 생리통과 만성 골반통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부인과질환이다. 그러나 같은 질환을 앓더라도 통증의 양상은 제각각이다.
생리 기간에만 극심한 통증을 겪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평소에도 골반통이 지속되거나 성관계와 배변 과정에서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도 있다.
이러한 차이가 질환의 진행 정도뿐 아니라 병변이 발생한 위치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자궁내막증은 병변이 얼마나 깊게 침범했는지보다 어느 부위에 발생했는지가 통증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6년 10월 7일 국제학술지 ‘BMC 여성건강(BMC Women's Health)’에 발표된 이탈리아 연구진의 연구 결과다.
자궁선근증·자궁내막증 여성 234명 분석…병변 위치별 통증 비교
이탈리아 제노바대학교와 산마르티노 종합병원 연구진은 자궁선근증 또는 자궁내막증을 진단받은 여성 234명과 대조군 75명의 임상자료를 분석했다.
질환군에서는 자궁선근증이 174명(74.4%), 복막 표면 등에 발생하는 표재성 자궁내막증이 89명(38.0%), 난소 자궁내막증이 103명(44.0%), 주변 조직 깊숙이 침범하는 심부 자궁내막증이 131명(56.0%)에서 확인됐다.
특히 환자의 78.6%는 두 곳 이상의 부위에 병변이 함께 존재했다. 자궁선근증과 자궁내막증이 각각 독립적으로 발생하기보다 여러 부위에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생리통과 생리 기간 외 골반통, 성교통, 배뇨통, 배변통, 허리통증 등을 조사하고 병변 위치에 따른 차이를 비교했다.
표재성 자궁내막증, 병변 얕아도 통증은 심할 수 있어
분석 결과 가장 주목된 것은 표재성 자궁내막증이었다. 표재성 자궁내막증은 자궁 밖 복막 표면에 자궁내막과 유사한 조직이 자라는 질환으로, 심부 자궁내막증보다 조직 침범 깊이가 얕다.
그러나 통증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표재성 자궁내막증이 있는 여성은 다른 병변 위치 등의 영향을 고려한 분석에서도 생리통과 깊은 성교통, 허리통증이 더 심한 경향을 보였다. 배변통이 나타날 가능성 역시 약 2.44배 높았다.
난소 자궁내막증은 생리통이 심한 것과 관련됐지만, 생리 기간 외 골반통과 깊은 성교통은 상대적으로 약한 양상을 보였다.
반면 자궁선근증이나 일부 심부 자궁내막증은 다른 병변의 영향을 고려했을 때 특정 통증과 독립적으로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병변이 깊거나 넓게 퍼져 있다고 반드시 통증이 더 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궁내막증 환자의 통증을 평가할 때 병변의 크기와 범위뿐 아니라 발생 위치와 통증의 특성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호르몬 치료 효과도 차이…난소 자궁내막증은 통증 개선 제한적
연구진은 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 123명의 치료 반응도 분석했다. 이 가운데 81명은 프로게스틴 단독 치료를, 42명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함께 사용하는 복합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대부분의 통증에서는 병변 위치에 따른 치료 효과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증상에서는 의미 있는 차이가 확인됐다.
난소 자궁내막증이 있는 여성은 생리 기간 외 골반통의 개선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자궁 주변 조직인 자궁방조직에 심부 자궁내막증이 발생한 여성 역시 깊은 성교통의 개선 정도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치료제 종류에 따른 차이도 관찰됐다. 프로게스틴 단독 치료군은 복합 호르몬 치료군보다 깊은 성교통의 개선 폭이 작을 가능성이 약 4.03배 높았다.
다만 이번 연구는 치료법을 무작위로 배정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기존 진료자료를 분석한 관찰연구다. 따라서 특정 호르몬제가 다른 치료제보다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치료에서는 증상의 정도와 부작용 위험, 환자의 임신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난임 여성, 통증 정도만으로 임신 가능성 판단해서는 안 돼
자궁선근증과 자궁내막증은 통증뿐 아니라 난임과도 관련이 있다. 난소 자궁내막종은 난소 예비력과 연관될 수 있으며, 자궁선근증은 자궁 환경과 배아 착상, 임신 유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통증과 호르몬 치료 반응을 분석한 것으로, 자연임신율이나 시험관아기 성공률, 유산율, 생아출산율을 직접 평가하지 않았다. 따라서 특정 부위의 통증이 심하다고 임신 가능성까지 낮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은 통증 완화와 가임력 보존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호르몬 치료는 통증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부 치료는 배란을 억제하므로 임신 시도 시점에 맞춘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자궁선근증과 자궁내막증을 단순히 병변의 유무나 크기로만 평가하는 접근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연구 대상이 비교적 적고 여러 부위에 병변이 동시에 존재하는 환자가 많아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병변이 얼마나 크고 깊은가만이 아니다. 어디에 발생했으며 어떤 통증을 일으키고, 치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자궁선근증과 자궁내막증 치료에서도 획일적인 접근보다 병변 위치와 증상, 임신 계획을 고려한 개인별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 2026년 10월 7일 국제학술지 ‘BMC 여성건강(BMC Women's Health)’에 발표된 이탈리아 제노바대학교(University of Genoa)와 산마르티노 종합병원(IRCCS Ospedale Policlinico San Martino) 소속 안예자 졸리(Anjeza Xholli), 안젤라 코스탄티노(Angela Costantino), 안젤로 카냐치(Angelo Cagnacci) 등 연구진의 논문 ‘자궁선근증 및 자궁내막증의 발생 위치와 통증 증상 및 호르몬 치료 반응의 연관성(Association of adenomyosis and different endometriosis localizations to pain symptoms and their response to hormone therapy)’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DOI: 10.1186/s12905-026-0496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