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검사를 앞두고 금욕 기간을 길게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정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정액량과 정자 수는 증가할 수 있지만, 정자의 유전물질인 DNA가 손상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욕 기간이 4일을 초과한 남성은 4일 이하인 남성보다 정자 DNA 손상 수치가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약 1.9배 컸다. 남성의 나이와 정액 내 산화스트레스 역시 DNA 손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6년 9월 22일 국제학술지 ‘비뇨기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Urology)’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정액검사 전 금욕 기간이 정자 수뿐 아니라 정자의 유전적 건강 상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보여준다.

 

남성 2,782명 분석…금욕 기간 길수록 DNA 손상 증가

 

국제 공동연구진은 난임 평가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남성 2,782명의 검사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의 나이는 18~73세였으며, 정액검사 결과와 함께 정자 DNA 손상 정도, 금욕 기간, 산화스트레스, 남성의 나이 등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금욕 기간을 1~2일, 3~4일, 5~6일, 7일 이상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금욕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액량과 정자 농도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정자 DNA 손상과 산화스트레스 수치도 함께 높아지는 양상이 관찰됐다.

정자 DNA 분절화(Sperm DNA Fragmentation·SDF)는 정자 내부의 유전물질이 끊어지거나 손상된 정도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정액검사가 정자의 수와 운동성, 형태를 확인한다면, DNA 분절화 검사는 정자 내부 유전물질의 손상 상태를 평가한다.

따라서 정자 수가 많거나 운동성이 양호하더라도 DNA까지 건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금욕 기간 4일 초과하면 높은 DNA 손상 가능성 약 1.9배

 

연구진은 정자 DNA 분절화율이 20%를 초과하는 경우를 높은 DNA 손상 수준으로 분류하고 금욕 기간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금욕 기간이 4일을 초과한 남성은 4일 이하인 남성보다 DNA 분절화율이 20%를 초과할 오즈가 약 1.91배 높았다.

이는 금욕 기간이 길수록 높은 DNA 손상 수치를 보일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다만 통계적으로 산출한 오즈비이므로 실제 손상 확률이 정확히 1.91배 증가했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7일 이상 금욕한 남성은 3~4일 금욕한 남성보다 DNA 손상 수치가 유의하게 높았다. 5~6일 금욕한 남성에서도 손상 증가 경향이 나타났지만, 3~4일 금욕군과 비교한 차이는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자 DNA 손상 검사를 시행할 때 금욕 기간을 4일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4일이라는 기준은 이번 연구에서 관찰된 통계적 결과로, 모든 남성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남성 나이 37세 넘으면 DNA 손상 가능성도 높아져

 

정자 DNA 손상은 금욕 기간뿐 아니라 남성의 나이와 정액 내부 환경과도 관련이 있었다.

연구에서 37세를 초과한 남성은 그 이하 연령대보다 높은 DNA 손상 수치를 보일 오즈가 약 1.74배였다.

정액 내 산화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남성에서도 DNA 손상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37세를 초과하면서 산화스트레스까지 높은 남성은 두 조건이 모두 낮은 남성보다 높은 DNA 손상 수치를 보일 오즈가 약 2.81배로 나타났다.

산화스트레스는 체내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증가하거나 이를 제거하는 항산화 방어 능력이 부족해진 상태를 말한다.

활성산소는 정상적인 정자 기능에도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많아지면 정자의 세포막과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

정자는 유전물질의 손상을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취약하다.

연구진은 남성의 나이, 금욕 기간, 산화스트레스가 각각 정자 DNA 손상과 독립적인 연관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37세를 넘는 순간 정자 DNA 손상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남성의 생식기능은 나이뿐 아니라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정자를 오래 저장하면 활성산소 노출도 늘어날까

 

연구진은 금욕 기간이 길어질수록 DNA 손상이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로 정자의 저장 과정에 주목했다.

정자는 고환에서 만들어진 뒤 부고환으로 이동해 성숙하고 저장된다. 사정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정자가 저장된 상태로 머무는 시간도 길어진다.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정자의 세포막과 DNA에 손상이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일반적인 정액검사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2~7일의 금욕 기간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는 정액량과 정자 수 등 기본적인 검사 지표를 일정한 조건에서 비교하기 위한 기준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정자의 DNA 손상 상태를 평가하는 경우에는 일반 정액검사와 다른 금욕 기간이 적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액량이나 정자 수를 늘리는 것과 정자 DNA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관아기·미세수정 전 금욕 기간도 고려할 필요

 

이번 연구는 시험관아기(IVF)와 미세수정(ICSI)을 준비하는 난임 부부에게도 의미가 있다.

정자 DNA 손상은 수정 이후 배아 발달과 임신 유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높은 DNA 분절화율과 유산 위험 사이의 연관성도 보고됐다.

다만 이번 연구는 금욕 기간과 DNA 손상의 관계를 분석한 관찰연구다. 금욕 기간을 4일 이하로 줄였을 때 실제 수정률이나 임신율, 생아출산율이 개선되는지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

또한 흡연, 비만, 당뇨병, 생활습관 등 정자 DNA 손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한계도 있다.

따라서 금욕 기간을 단축하는 것만으로 남성 난임이 개선되거나 시험관아기 시술(IVF)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정자 DNA 손상 검사 역시 모든 난임 남성에게 반드시 필요한 검사는 아니다. 기존 정액검사 결과와 난임 원인, 반복유산 여부, 이전 시술 결과 등을 종합해 검사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

이번 연구가 제시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정액검사 전 금욕 기간이 단순한 검사 준비사항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욕 기간에 따라 정자 수와 정액량뿐 아니라 DNA 손상 수치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검사 목적에 맞는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자 DNA 손상이 높게 나타난 남성이라면 금욕 기간과 나이, 산화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액검사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앞둔 남성은 정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임의로 금욕 기간을 연장하기보다 담당 의료진이 안내하는 검사 및 시술 기준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 2026년 9월 22일 국제학술지 ‘비뇨기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Urology)’에 발표된 정자 DNA 분절화와 금욕 기간, 정액 내 산화스트레스 및 남성 연령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논문 DOI는 10.3389/fruro.2026.1926391입니다. 논문의 정확한 영문 제목과 전체 저자 명단은 원문 서지정보를 통해 추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