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에서 배아를 키우는 배양기 내부의 ‘습도’가 배아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조식 배양기에 수분을 공급하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초기 배아의 발달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연구진은 건조식 배양기에 국소적으로 습도를 공급한 결과, 기존 건조 환경에서 배양한 경우보다 수정 후 3일째 양호한 형태의 배아가 형성되는 비율이 유의하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10월 2일 국제학술지 ‘임상 및 실험 생식의학(Clinical and Experimental Reproductive Medicine)’에 발표됐다.
배양기 내부의 습도가 배아 발달에 미치는 영향
시험관아기시술(IVF)에서는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킨 뒤 배아를 일정 기간 배양기에서 키운다. 이 과정에서 배양기는 여성의 생식기관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온도와 산소·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정밀하게 조절한다.
그러나 배양기 내부의 습도 역시 배아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양기 내부가 지나치게 건조하면 배양액의 수분이 조금씩 증발하면서 배양액에 녹아 있는 물질의 농도가 높아지고 삼투압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투압은 농도 차이에 따라 물이 이동하려는 현상과 관련된 물리적 성질이다. 배양액의 삼투압이 변하면 배아 세포의 수분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안정적인 배양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시험관아기 배양실에서는 오염 위험을 줄이고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건조식 배양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건조한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배양액의 증발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돼 왔다.
건조식 배양기에 배양액 4mL 추가…배아 발달 비교
일본 구스하라 여성클리닉의 Mako Goto와 Osamu Okitsu 연구진 등은 건조식 배양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소적인 습도 공급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먼저 기존 건조식 배양기와 일반 가습식 배양기에서 배양한 배아의 발달 및 임신 결과를 후향적으로 비교했다.
이어 건조식 배양기 내부의 배양 용기에서 배아가 들어 있는 구획 바깥쪽에 인간 난관액 배양액(HTF) 4mL를 추가해 국소적으로 습도를 높이는 방법을 적용했다.
연구진은 기존 건조식 배양 환경과 습도를 보완한 건조식 배양 환경, 일반 가습식 배양 환경 등 세 집단의 배아 발달 결과를 비교했다.
이를 통해 배양기를 교체하지 않고도 국소적인 습도 공급만으로 배아 발달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지 평가했다.
습도 공급 후 수정 3일째 우수 배아 형성률 증가
연구 결과, 일반 가습식 배양기에서 배양한 집단은 기존 건조식 배양기 집단보다 수정 후 3일째 형태가 양호한 배아의 비율과 배반포 형성률, 형태가 양호한 배반포의 비율이 모두 유의하게 높았다.
배반포는 수정 후 일반적으로 5~6일째 형성되는 배아 발달 단계로,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이식이나 동결보존에 활용된다.
여러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고려한 다변량 분석에서도 건조한 배양 환경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배아 발달 결과와 독립적인 연관성을 보였다.
특히 건조식 배양기에 국소적으로 습도를 공급한 집단에서는 기존 건조식 배양 집단보다 수정 3일째 양호한 형태의 배아 형성률이 유의하게 높았다(P=0.011).
습도를 보완한 건조식 배양 집단과 일반 가습식 배양 집단 사이에서는 해당 지표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국소적인 습도 공급을 통해 건조식 배양기의 초기 배아 발달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배아 발달 개선됐지만 임신 성공률 차이는 없어
다만 배아 발달 지표가 개선됐다고 해서 실제 임신 성공률까지 높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에서 임상적 임신율과 임신 지속률은 세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건조한 배양 환경에서 발생하는 삼투압 스트레스가 초기 배아의 품질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이식 가능한 배반포 단계에 도달한 이후의 착상 능력은 배아 자체의 발달 역량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배양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양호한 배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개별 배아의 임신 성공 가능성을 반드시 높인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 연구는 기존 배양 환경의 후향적 비교와 습도 보완 집단의 전향적 관찰을 결합한 연구라는 점에서 습도 공급 자체의 효과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IVF 배양기술, 습도 관리도 중요해진다
이번 연구는 시험관아기 배양기술의 발전 방향에도 새로운 시사점을 던진다.
그동안 배양실에서는 온도와 가스 농도, 배양액 조성, 배아 관찰 기술 등이 중요한 관리 요소로 다뤄져 왔다. 그러나 배양액의 미세한 증발과 그에 따른 삼투압 변화 역시 배아 발달 환경의 안정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존 건조식 배양기에 국소적인 습도 공급 방식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실용적 의미가 있다. 다만 배양기 구조와 배양 용기, 배양액의 종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모든 배양기에 동일한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향후 배양기별 습도 관리 기준을 정교하게 설정하고, 배양액의 삼투압 안정성이 배아 발달과 최종 생아출산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시험관아기 시술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접근이 배아 선별이나 인공지능 분석뿐 아니라 배아가 성장하는 미세한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향으로도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2026년 10월 2일 국제학술지 ‘임상 및 실험 생식의학(Clinical and Experimental Reproductive Medicine)’에 발표된 일본 구스하라 여성클리닉(Kusuhara Women's Clinic)의 Mako Goto, Osamu Okitsu, Kohei Mizuno, Atsuko Kusuhara, Koji Kusuhara 연구진의 논문 ‘건조식 배양기에서의 가습 배양이 배양 성과를 개선한다(Humidified culture in a dry incubator improves culture performance)’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논문 DOI는 10.5653/cerm.2025.08844,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논문식별번호(PMID)는 42823191입니다.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428231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