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난소 기능이 저하된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제인 ‘프로기노바(Progynova)’를 투여한 뒤 난포가 다시 성장하고 임신과 출산까지 이어진 사례가 보고됐다.

난소 기능이 크게 떨어졌더라도 일부 난포가 남아 있다면 호르몬 환경을 조절해 난포 성장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에스트로겐 프라이밍(Estrogen Priming)’ 또는 ‘에스트로겐 전처치’로 불린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을 투여해 과도하게 상승한 난포자극호르몬(FSH)을 낮추고, 난소에 남아 있는 난포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전략이다.

다만 이 치료가 폐경 후 사라진 난자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성공 사례도 대부분 일반적인 자연폐경 여성이 아닌, 난소 기능이 간헐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조기난소부전 여성에게서 관찰됐다.

 

프로기노바로 FSH 낮추는 이유는

 

난소 기능이 저하되면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고, 뇌하수체는 이를 보상하기 위해 FSH(난포자극호르몬) 분비를 늘린다. 조기난소부전이나 폐경 여성에게서 FSH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이유다.

FSH는 난포 성장을 촉진하는 호르몬이지만, 난소 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상태에서는 수치가 높더라도 난포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할 수 있다.

프로기노바의 주성분인 에스트라디올발레레이트는 뇌하수체의 FSH 분비를 억제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호르몬 조절이 난소에 남아 있는 난포의 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FSH가 낮아졌다는 사실만으로 난소 기능이 회복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약물에 의해 FSH가 억제된 것과 실제 난포가 성장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프로기노바 투여 후 자연임신 4명 보고

 

2018년 발표된 후향적 연구에서는 조기난소부전 이행기에 있는 여성 52명을 대상으로 에스트로겐 전처치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26명에게 프로기노바 2mg을 매일 투여하고, 황체기에는 디드로게스테론을 추가하는 치료를 3개월간 시행했다. 나머지 26명은 별도의 전처치 없이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진행했다.

그 결과 프로기노바 전처치군 26명 가운데 4명이 치료 기간 중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전처치 후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은 여성들에서도 FSH 수치 감소와 함께 난소 반응 개선 가능성이 관찰됐다.

다만 소규모 후향적 연구이므로 자연임신이 프로기노바의 직접적인 효과였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

일본에서도 조기난소부전 여성을 대상으로 호르몬 치료 후 난포 발달을 관찰한 연구가 발표됐다. 국내에서도 난소기능저하 여성에게 에스트로겐 전처치를 적용해 난포 성장과 임신 가능성을 살피는 임상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난소 기능이 크게 저하됐더라도 일부 난포가 남아 있다면 호르몬 환경 조절을 통해 난포 성장이 관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국내외 임신 성공 사례의 정확한 규모와 치료 효과를 판단하려면 개별 연구 결과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AMH 0.03 여성, 난포 23mm 성장 후 출산

 

2026년 발표된 베트남 연구진의 증례보고에서도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 대상은 32세 조기난소부전 여성으로, 난소 예비력을 평가하는 항뮐러관호르몬(AMH) 수치가 0.03ng/mL에 불과했다. 초음파에서 확인된 동난포도 1개뿐이었다.

의료진은 에스트라디올발레레이트를 투여하면서 난포 성장을 관찰했다. 치료 과정에서 FSH는 22.3IU/L에서 4.06IU/L로 감소했고, 이후 2.48IU/L까지 낮아졌다.

난포는 17mm에서 20mm, 최종적으로 23mm까지 성장했다. 의료진은 성숙난포가 1개 확인되자 시험관아기 대신 인공수정(IUI)을 시행했고, 환자는 임신에 성공해 만삭 출산에 이르렀다.

이 사례는 난소 예비력이 극도로 낮더라도 남아 있는 난포가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단일 증례인 만큼 같은 치료가 다른 환자에게도 동일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난포 성장과 임신 성공, 모든 폐경 여성에게 적용되지는 않아

 

에스트로겐 전처치는 난소 기능이 크게 떨어진 여성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효과가 입증된 표준 난임치료법은 아니다.

특히 조기난소부전은 40세 이전에 난소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으로, 난소 활동이 간헐적으로 재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자연폐경과 차이가 있다. 따라서 조기난소부전 여성의 임신 사례를 자연폐경 이후에도 난자 생산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근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또한 프로기노바 복용으로 FSH가 낮아졌더라도 실제 난포 성장 여부는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약물에 의한 호르몬 수치 변화가 난소 예비력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난자를 새롭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난소에 남아 있는 난포가 성장할 수 있도록 호르몬 환경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향후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실제 임신율과 생아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 베트남 팜응옥타크 의과대학교(Pham Ngoc Thach University of Medicine)와 훙브엉병원(Hung Vuong Hospital)의 Trang Nguyen Khanh Huynh 등 연구진이 2026년 7월 28일 공개한 ‘생식과 난임 저널(Journal of Reproduction & Infertility)’의 ‘조기난소부전 환자에서 에스트라디올 전처치 후 성공한 자궁내 인공수정: 증례보고(Successful Intrauterine Insemination Following Estradiol Pretreatment in a Patient with Primary Ovarian Insufficiency: A Case Report)’(DOI: 10.18502/jri.v27i1.22125, PMID: 42633041)와 2018년 발표된 ‘조기난소부전 이행기 난임 여성의 에스트로겐 치료: 후향적 분석(Estrogen treatment in infertile women with premature ovarian insufficiency in transitional phase: a retrospective analysis)’(PMID: 29204869)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