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에서 같은 난소자극 주사를 맞더라도 여성마다 채취되는 난자 수는 크게 다르다.

어떤 여성은 한 번에 10개 이상의 난자를 얻지만, 어떤 여성은 여러 차례 주사를 맞고도 난자가 1~2개에 그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가 난자를 둘러싼 세포의 상태와 관련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6년 10월 3일 국제학술지 ‘산부인과 및 인간생식 저널(Journal of Gynecology Obstetrics and Human Reproduction)’에 온라인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난소자극에 대한 반응이 낮은 여성은 정상 반응 여성보다 난자 주변 세포에서 염증 관련 유전자의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염증과 세포 사멸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TNF-α)의 활동 수준은 난소 예비력을 보여주는 항뮬러관호르몬(AMH) 수치, 난포 수, 실제 채취된 난자 수와도 관련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난소 저반응의 생물학적 원인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자 채취 수 적은 여성, 난소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IVF에서는 여러 개의 난자를 얻기 위해 난소자극 호르몬을 투여한다. 난자는 난소 안에 있는 작은 주머니인 난포에서 성장하며, 난포가 충분히 발달해야 성숙한 난자를 채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일부 여성은 적절한 난소자극을 받더라도 성장하는 난포가 적고 실제 채취되는 난자 수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를 ‘난소 저반응(Poor Ovarian Response)’이라고 한다.

난소 저반응은 여성의 나이, 난소 예비력 감소, 이전 난소 수술 등 여러 요인과 관련될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비슷하거나 난소 예비력 검사 결과가 유사한 여성이라도 난소자극에 대한 반응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차이를 난자 자체가 아니라 난자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에서 찾아보려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상 반응 여성 20명과 저반응 여성 15명 비교

 

태국 출라롱꼰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여성 35명을 대상으로 난소 반응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는 난소자극에 정상적으로 반응한 여성 20명과 난소 저반응으로 분류된 여성 15명이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혈액과 난포액, 난자를 둘러싼 난구세포를 수집해 비교했다. 난구세포는 난자 주변에서 영양분과 신호를 전달하며 난자의 성장과 성숙을 돕는 세포다.

연구진은 이들 세포에서 염증 반응과 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유전자, 유전자 활동을 조절하는 물질 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봤다.

이를 통해 난소 반응이 낮은 여성에게서 특징적인 세포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난자 주변 세포에서 염증 관련 유전자 활동 높았다

 

분석 결과 가장 주목할 만한 차이는 난자를 둘러싼 세포에서 확인됐다.

난소 저반응 여성은 정상 반응 여성보다 염증과 세포 사멸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TNF-α)의 활동이 유의하게 높았다.

이 유전자는 우리 몸의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세포가 살아남거나 제거되는 과정에 관여한다. 난소 안에서도 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과 난포의 성장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단순히 두 집단 사이에서 유전자 활동에 차이가 나타났다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염증 관련 유전자의 활동 수준은 난소 예비력을 보여주는 AMH 수치, 초음파에서 관찰되는 작은 난포의 수, 실제 채취된 난자 수와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연관성을 나타냈다.

또한 다른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하는 작은 RNA(miRNA-181)와도 관련이 있었다.

이는 난소 반응이 낮은 이유가 단순히 난소에 남아 있는 난자의 수뿐 아니라 난자 주변 세포의 생물학적 상태와도 관련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염증 관련 유전자의 활동이 증가했다고 해서 이것이 직접 난자 수 감소를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는 두 현상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것으로, 원인과 결과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난포 성장 방해하는 세포 변화가 있을까

 

난자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난자와 주변 세포들이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세포는 살아남고 일부는 정상적인 생리 과정에 따라 제거된다.

이처럼 세포가 일정한 신호에 따라 스스로 제거되는 현상을 ‘세포자멸사(Apoptosis)’라고 한다.

세포자멸사는 난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나타나지만, 이러한 과정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으면 난포의 발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염증 관련 유전자는 이러한 세포 변화에 관여하는 물질 가운데 하나다.

연구진은 특히 염증 관련 유전자와 유전자 활동을 조절하는 작은 RNA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난소 저반응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세포의 변화가 난포 성장 과정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난포의 성장을 방해하는지, 난자 성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AMH 검사만으로 알 수 없던 난소 반응, 새로운 지표 나올까

 

현재 난임 진료에서는 난소 예비력과 난소자극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AMH 검사와 동난포 수 측정 등을 활용한다.

AMH는 난소에 남아 있는 난포의 양을 간접적으로 평가하는 지표이며, 동난포 수는 초음파에서 관찰되는 작은 난포의 개수를 의미한다.

두 검사는 난소자극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난자가 적게 채취되는 모든 원인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번 연구는 기존 검사에 더해 난자 주변 세포의 유전자 활동을 분석하면 난소 반응의 생물학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했다.

특히 염증 관련 유전자의 활동과 실제 채취 난자 수 사이에서 연관성이 관찰됐다는 점은 향후 난소 저반응의 원인을 보다 세밀하게 구분하는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난구세포는 일반적으로 난자 채취 과정에서 확보하기 때문에 이를 난자 채취 전에 난소 반응을 예측하는 검사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난자 채취 수 늘리는 치료법은 아직 아니다

 

이번 연구는 난소 저반응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지만, 실제 난임 치료에 적용하기까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우선 연구 대상이 35명으로 비교적 적다. 정상 반응 여성과 저반응 여성 사이에서 관찰된 유전자 활동의 차이가 더 큰 규모의 환자 집단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염증 관련 유전자의 활동이 높았다는 사실만으로 난소에 만성 염증이 있다고 진단할 수는 없다. 유전자 활동의 증가와 실제 염증 반응, 난포 기능의 변화는 구분해서 해석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는 염증을 억제하는 치료가 난자 채취 수를 늘리거나 임신율을 높이는지 평가한 임상시험이 아니다. 따라서 연구 결과만으로 항염증제나 면역조절 치료가 난소 저반응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난소 반응이 낮은 모든 여성에게 동일한 생물학적 원인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난소 저반응을 단순히 여성의 나이나 AMH 수치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고, 난자를 둘러싼 세포의 환경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IVF에서 채취되는 난자 수는 이후 수정과 배아 발달의 기회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앞으로 난자 주변 세포의 변화가 실제 난소 반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밝혀진다면, 난소 저반응의 원인을 보다 정확하게 구분하고 환자별 특성에 맞는 난소자극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태국 출라롱꼰대학교(Chulalongkorn University) 의과대학의 포른팁 시라야피왓(Porntip Sirayapiwat) 등 연구진이 수행하고, 2026년 10월 3일 국제학술지 ‘산부인과 및 인간생식 저널(Journal of Gynecology Obstetrics and Human Reproduction)’에 온라인 발표한 논문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정상 및 난소 저반응 여성에서 세포자멸사 표지자, 관련 비암호화 RNA 및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석(Analysis of cell apoptosis makers (TNF-α and GABRA-1), related non-coding RNAs and pro-inflammatory cytokine (Interleukin-6) in patients with normal and poor ovarian response undergoing in vitro fertilization)’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논문번호는 103294이며, DOI는 10.1016/j.jogoh.2026.103294, PMID는 42829082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