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IVF)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난자 질'이다. 나이가 많으면 난자 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비만이나 자궁내막증이 있는 여성들도 비슷한 걱정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난자의 발달과 수정 능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여성의 나이와 비만, 자궁내막증을 비교한 새로운 연구가 이 질문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미세수정(ICSI) 시술 1,856주기에서 확보한 난자 1만4,420개를 분석해 여성의 나이와 주요 난임 관련 요인이 난자 성숙과 수정, 배아 발달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봤다.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세 요인이 난자에 똑같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성의 나이는 난자와 배아의 발달 지표에 비교적 일관된 불리한 연관성을 보인 반면, 비만과 자궁내막증은 모든 지표에서 일률적인 난자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는 난자 질을 단순히 여성의 체중이나 특정 질환의 유무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이 많을수록 배반포 발달·정상 염색체 비율 감소
이번 연구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시행된 미세수정 시술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다. 연구진은 환자 본인의 난자를 사용한 시술에서 수정 여부뿐 아니라 배반포 형성, 배아의 형태학적 평가, 염색체 정상 여부, 누적 임신 결과까지 폭넓게 비교했다.
특히 여성의 나이에 따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조군을 38세 미만과 38세 이상으로 구분했다. 비만이나 자궁내막증 등의 영향을 분석할 때는 나이 차이가 결과를 왜곡하지 않도록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분석 결과 가장 일관된 차이를 보인 요인은 여성의 나이였다. 고령 여성에서는 배아의 발달 가능성을 평가하는 여러 지표가 낮았고, 배반포 형성률과 정상 염색체를 가진 배아의 비율도 감소했다. 누적 임신율 역시 불리한 방향으로 나타났다.
배반포는 수정란이 약 5~6일 동안 분열해 발달한 배아를 말한다. 정상 염색체 배아는 염색체 수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정된 배아를 뜻한다. 두 지표 모두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배아의 발달 가능성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활용된다.
연구 결과는 여성의 나이가 단순히 채취할 수 있는 난자 수뿐 아니라 난자가 수정된 이후 배아로 발달하는 과정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보여준다.
비만·자궁내막증, 난자 질을 무조건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결과는 비만과 자궁내막증에서 나타났다. 두 요인은 오랫동안 여성 난임과 관련된 주요 질환 또는 건강 상태로 알려져 왔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쪽을 덮는 조직과 비슷한 조직이 자궁 밖에서 자라 염증과 유착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난소에 발생하면 난포 발달과 난소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비만 역시 호르몬과 대사 기능에 변화를 일으켜 배란과 임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자궁내막증과 비만은 난자 및 배아의 실험실 지표나 임상 결과 전반에서 일관된 감소와 연결되지 않았다.
이는 두 요인이 난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자궁내막증은 병변의 위치와 중증도, 난소 수술 이력 등에 따라 난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비만도 배란장애와 임신 중 합병증 등 여러 문제와 관련된다.
다만 비만이거나 자궁내막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난자의 질이 떨어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다.
반면 과체중군에서는 최상급 배반포 형성과 누적 생식 결과가 낮게 나타나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비만군에서 일관된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결과와 함께 해석할 필요가 있다.
체질량지수(BMI)에 따른 영향이 단순히 체중이 증가할수록 난자 질이 나빠지는 직선적인 관계는 아닐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다낭성난소 관련 대사질환에서도 난자 발달 능력 상당 부분 유지
연구진은 다낭성난소 관련 내분비·대사질환군도 함께 분석했다.
이 집단에서는 성숙 난자(MII) 수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실험실에서 평가한 난자와 배아의 발달 결과도 대체로 유지됐다. 관찰된 누적 임신율은 오히려 높았다.
성숙 난자는 감수분열이 일정 단계까지 진행돼 미세수정에 사용할 수 있는 난자다. 채취한 난자가 모두 성숙 난자는 아니기 때문에 난자 채취 개수와 실제 수정에 사용할 수 있는 난자 개수는 다를 수 있다.
이번 결과는 난소 기능과 관련된 질환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난자 하나하나의 발달 능력까지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질환군 사이의 임신율 차이는 환자의 연령, 난소 반응, 치료 과정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특정 질환이 임신에 유리하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AI가 평가한 난자 점수, 수정·배반포 발달 가능성과 연관
이번 연구의 또 다른 특징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난자 평가다.
연구진은 난자의 발달 능력을 평가하는 AI 기반 종합점수인 'MAGENTA'를 활용해 실제 수정과 배아 발달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MAGENTA 점수가 높을수록 수정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으며, 배반포 형성과 최상급 배반포 형성에서도 유의한 연관성이 관찰됐다.
구체적으로 점수와 각 결과 사이의 오즈비(OR)는 수정 1.53, 배반포 형성 1.67, 최상급 배반포 형성 1.26이었다.
오즈비는 두 변수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을 나타내는 수치로, 이를 수정률이나 임신율이 각각 53%, 67%, 26%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연관성은 분석 대상이 된 여러 여성 요인 집단에서 대체로 유지됐다.
다만 AI 점수를 기존 임상정보에 추가했을 때 예측 성능이 개선되는 정도는 크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결과만으로 AI가 난자의 질을 정확하게 판정하거나 임신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난자 질은 하나의 숫자로 판단할 수 없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는 '난자 질'이라는 표현 자체를 보다 세분화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난자 질은 현미경에서 관찰되는 모양만을 뜻하지 않는다. 난자가 정상적으로 성숙했는지, 정자와 수정될 수 있는지, 수정 후 배아로 발달할 수 있는지, 정상적인 염색체 구성을 갖추는지 등 여러 단계의 능력이 포함된다.
어떤 요인은 난자 성숙에 영향을 주지만 배반포 발달에는 뚜렷한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난자 채취 수나 수정률이 양호하더라도 이후 배아 발달이나 염색체 정상 비율에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나이는 이러한 여러 단계에서 비교적 일관된 불리한 연관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다른 요인들과 구별된다.
그렇다고 나이가 많은 여성의 모든 난자가 질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연구는 집단에서 나타나는 통계적 경향을 분석한 것이지 개별 여성의 난자 상태나 임신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판정한 연구가 아니다.
또한 과거 시술 기록을 분석한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특정 요인이 난자 질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연구 결과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난자 질을 평가할 때 나이, 난소 기능, 질환의 특성, 실제 배아 발달 결과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만이나 자궁내막증이라는 진단명만으로 난자 질이 나쁘다고 단정하기보다 각각의 질환이 생식 과정의 어느 단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내분비학(Frontiers in Endocrinology)’에 2026년 10월 5일 채택된 연구논문 ‘난자 질 저하와 관련된 것으로 여겨져 온 주요 여성 난임 요인의 재검토: 시험관아기 시술 결과와 AI 기반 난자 평가점수의 분석(Revisiting common female infertility factors traditionally associated with impaired oocyte quality: insights from IVF outcomes and AI-derived oocyte score performance)’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연구는 2020~2025년 시행된 미세수정 1,856주기와 난자 1만4,420개를 분석했으며, 논문 DOI는 10.3389/fendo.2026.1957168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