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자증 남성이 고환에서 정자를 채취한 뒤 24시간 후 여성의 난자를 채취했을 때 생아출산율이 56%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반면 48시간 후 난자를 채취한 집단의 생아출산율은 30%에 그쳤다. 두 집단의 수정률은 비슷했지만 실제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비율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관찰됐다.
캐나다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 연구진은 2026년 10월 9일 국제학술지 ‘Journal of Assisted Reproduction and Genetics’에 발표한 연구에서 고환 미세정자채취술(micro-TESE)로 확보한 정자를 이용한 시험관아기 시술 129주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보고했다.
이번 연구는 무정자증 남성의 정자 확보 여부뿐 아니라 정자채취와 여성의 난자채취 사이 시간 간격이 임신과 출산 결과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4시간 간격 생아출산율 56%…48시간은 30%
무정자증은 사정된 정액에서 정자가 확인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 가운데 일부 남성은 고환 조직에서 정자를 직접 찾아 채취하는 수술을 통해 생물학적 자녀를 가질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고환 미세정자채취술은 수술현미경을 이용해 고환 조직에서 정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세정관을 찾아 정자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채취한 정자는 난자에 직접 주입하는 미세수정(ICSI)에 사용된다.
연구진은 고환 정자채취 후 난자채취까지의 간격에 따라 24시간 집단 104주기와 48시간 집단 25주기로 나눠 임신 결과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수정률은 24시간 집단 67%, 48시간 집단 65%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배반포 형성률 역시 각각 50%와 49%로 비슷했다.
그러나 임신 단계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임신반응 양성률은 24시간 집단 72%, 48시간 집단 35%였으며, 임상 임신율도 각각 65%와 35%로 집계됐다.
특히 실제 아기가 태어난 생아출산율은 24시간 집단 56%, 48시간 집단 30%로 26%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생아출산율의 집단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P=0.03).
수정률 비슷한데 출산율 차이…왜 그럴까
이번 연구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수정률과 배반포 형성률이 비슷했음에도 최종 임신과 출산 결과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수정률은 난자에 정자를 주입한 뒤 정상적인 수정이 이뤄진 비율이며, 배반포 형성률은 수정란이 이식 또는 동결보존에 적합한 발달 단계인 배반포까지 성장한 비율을 의미한다.
하지만 수정과 배아 발달이 이뤄졌다고 해서 반드시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배아의 착상과 임신 유지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고환에서 직접 채취한 정자는 일반적인 사정 정자와 생리적 특성이 다를 수 있다. 정자채취 이후 보관과 처리 과정, 미세수정까지의 시간 등도 정자 상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24시간과 48시간 집단 사이에 나타난 출산율 차이가 정자의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성의 연령과 난소 반응, 배아 특성, 환자별 난임 원인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무정자증 부부, 정자채취와 난자채취 일정 조율 중요
무정자증 부부의 시험관아기 시술은 일반적인 난임 시술보다 일정 조율이 복잡할 수 있다. 남성의 고환 정자채취 수술과 여성의 난소자극, 난자채취 시점을 서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폐쇄성 무정자증처럼 고환에서 정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수술과 난자채취 일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상황에서 정자채취와 난자채취 사이의 시간 간격도 임신 결과와 관련된 요소로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연구에는 비폐쇄성 무정자증뿐 아니라 극소정자증 및 중증 정자 이상 사례도 포함됐다. 따라서 결과를 모든 무정자증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또한 24시간 집단은 104주기인 반면 48시간 집단은 25주기로 규모가 크게 달랐다. 과거 진료기록을 분석한 단일기관 후향적 연구라는 점에서도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결과가 고환 정자채취 후 반드시 24시간에 맞춰 난자를 채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24시간 간격 자체가 출산율을 높였다는 인과관계도 입증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무정자증 남성의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정자를 확보하는 기술뿐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시술 일정을 어떻게 조율하느냐도 중요한 연구 과제임을 보여준다. 향후 더 큰 규모의 전향적 연구를 통해 최적의 채취 간격과 생아출산율의 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캐나다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 연구진이 2026년 10월 9일 국제학술지 ‘Journal of Assisted Reproduction and Genetics(보조생식·유전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 ‘Evaluating the time interval between oocyte retrieval and micro testicular sperm extraction: a single-center retrospective cohort study(난자채취와 고환 미세정자채취술 사이의 시간 간격 평가: 단일기관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DOI: 10.1007/s10815-026-04047-1, PMID: 42850542.
